[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 용어 산책 135] ‘빈볼(Bean Ball)’에 ‘빈’자가 들어간 까닭은

김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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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09-10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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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 선수들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선수들이 지난 8월1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콜리세움에서 빈볼 시비가 도화선이 돼 벤치클리어링을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빈볼(Bean Ball)’은 늘 논란의 대상이다. ‘빈볼이다, 아니다’로 공방을 벌이다가 편싸움까지 번질 수 있다. 빈볼 시비가 벌어지는 것은 그 자체가 너무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자의 기를 꺾기 위해 투수들은 몸쪽 높은 공을 던질 수는 있다. 하지만 몸쪽 공이 타자의 몸에 맞든지 하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타자들은 투수가 던지는 공이 자신의 머리쪽으로 날아올 때 큰 공포감을 느낀다. 이런 공을 보면 타자들은 몸을 도사린다. 공을 던진 투수가 미안하다는 표시로 모자를 벗어 정중하게 사과를 해도 뒷끝이 개운치 않다. 심판은 투수가 고의적으로 머리 부근을 겨누어 던진 반칙투구라고 판단되면 ‘빈볼’ 선언을 하고 투수에게 경고나 퇴장을 명령할 수 있다.

빈볼은 일반적으로 콩을 의미하는 ‘빈(Bean)’과 공을 뜻하는 ‘볼(Ball)이 합성된 말이다. 빈은 ’커피 콩(Coffee Bean)’과 같이 작은 알갱이 콩을 말하는 의미로 쓴다. 하지만 속어로 머리라는 뜻도 있다. 1900년대 초 미국에서 사람의 머리를 지칭해 빈이라는 말을 속어로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당시 이 단어에서 유래한 야구용어가 된 게 빈볼이다. 투수가 타자 머리쪽으로 의도적으로 던지는 위협구로 부르게 된 것이다. 빈볼은 ‘블러시백(Brushback)’이라고도 말한다. 등에 묻은 흙을 툭툭 턴다는 뜻이다. 타자의 입장에서 빈볼의 의미를 잘 나타낸 표현이다. 빈볼을 자주 던지는 투수는 ‘헤드 헌터(Head Hunter)’로 불리기도 한다. 머리를 사냥한다는 의미이다. 야구와 비슷한 크리켓에도 빈볼과 비슷한 것이 있다. ‘비머(Beamer)’이다. 정식 투구대로 원 바운드를 하지 않고 바로 타자의 허리위로 날아오는 볼을 의미한다. 크리켓서는 비머가 나올 경우 바로 타자팀에게 자동으로 1점을 준다.

 빈볼은 생명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선 빈볼을 던지는 투수에게 즉각 퇴장을 명령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한국프로야구에서는 머리 쪽 위협구뿐 아니라 타자 몸쪽으로 향하는 전반적인 위협구를 빈볼로 간주한다. 투수들에게 금기사항인 빈볼이지만 홈런타자 등을 맞닥뜨릴 때 투수들은 빈볼의 유혹을 받는 경우가 있다. 경기가 한창 달아오를 때도 빈볼을 던지는 수도 있다. 빈볼은 때로 싸움을 유발한다. 타자가 마운드로 달려가 투수와 뒤엉켜 난투전을 벌이거나 양팀 선수들이 벤치 클리어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판은 빈볼이 의도적으로 던지도록 감독이 지시했다면 감독까지도 퇴장 시킬 수 있다. 빈볼과 관련해 '빈볼 워'(Bean Ball War)라는 용어도 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식으로 악감정이 쌓여 전쟁과 같은 충돌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빈볼로 타자가 사망하는 사례도 있었다. 실제로 메이저리거였던 레이 채프먼이 1920년에 빈볼로 인해 사망했다. 국내 야구에서는 1955년 선린상고 소속 선수 최운식이 경기고와의 경기도중 빈볼을 맞아 사망했다. 최근 메이저리그 빈볼 사례를 하나 소개한다. 메이저리그 강속구 투수 어롤디스 채프먼(뉴욕 양키스)이 위협구를 던졌다가 징계를 받았다고 MLB닷컴은 지난 3일 전했다. 채프먼은 최지만이 소속한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경기에서 위협구를 던져 벤치 클리어링을 유발시켜 MLB 사무국으로부터 3경기 출장 금지를 받았다. 채프먼은 탬파베이와의 MLB 홈경기에서 5-3으로 앞선 9회 초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2아웃을 잡았다. 이어 마지막 타자인 마이크 브로소를 상대로 초구에 100.5마일(약 162㎞)짜리 강속구를 머리 쪽으로 던졌다. 경기는 브로소의 삼진으로 끝났지만 이후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몰려나와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MLB 사무국은 채프먼의 위협구가 실수가 아니라 고의적인 투구였다고 판단해 출장 금지 징계와 함께 벌금도 부과했다. 벌금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또 벤치 클리어링을 막지 못한 애런 분 양키스 감독과 케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은 1경기 출장 금지와 미공개 벌금 징계를 내렸다. 코로나19가 확산되는데도 빈볼 시비가 붙으면 선수들은 몸싸움까지 불사하는 소동도 마다하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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