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체육 100년100인100장면] 15. 첫 천하장사 이만기의 ‘모래판 쿠테타’

이신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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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08-30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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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4월 17일 장충체육관 제 1회 천하장사씨름대회 마지막 날. 대한민국 최고의 씨름꾼을 가리는 천하장사 경기가 시작되었다. 이변이 없는 한 첫 타이틀은 백두급의 양웅인 이준희나 홍현욱의 차지일 터였다.

이준희는 체급별 대회 결승에서 홍현욱을 꺾고 백두급(90.1kg 이상) 정상에 올랐고 한라급(90kg 이하)은 최욱진, 금강급(80kg 이하)은 손상주, 태백급(75kg 이하)은 박진태가 각각 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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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체급장사에게 문호가 개방된 씨름판이었으나 무게에서 차이가 나므로 한라급 등 밑에 급에서 넘보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승부는 언제나 일정치 않은 법. 천하장사를 뽑는 일은 어지럽게 돌아갔다.

우승후보라던 홍현욱이 8강전에서 장용철에게 나가 떨어졌다. 그 장용철을 한라장사 최욱진이 누르고 결승에 올랐다. 이준희는 승승장구했다. 무리 없이 4강전에 올랐다. 한번 더 이기면 결승이었고 상대는 한라장사 결숭에서 최욱진에게 패한 이만기였다.

이만기는 이 대회전까지 우승경력이 없는 무명의 씨름꾼. 이준희의 승리는 당연한 것이었다. 예상대로 이준희는 첫 판을 누르기로 가져갔다. 하지만 이만기의 잡치기에 당해 순식간에 둘째 판을 내주었다. 세 번 째 마지막 판. 이만기의 호미걸이가 기가 막히게 들어갔다.

망연자실한 이준희와 환호하는 이만기.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의외의 각본이었다. 덕분에 천하장사 대회는 대흥행을 향해 줄달음쳤다. 이만기와 최욱진의 천하장사 쟁패는 씨름은 힘으로만 되는 것이 아님을 입증함으로써 인기가 쑥쑥 올랐고 많은 화제를 낳았다.

최중량급인 백두급이 빠지고 한라급끼리 붙은 천하장사. 예상 승자는 최욱진이었다. 한라급 결승에서 이미 간단하게 이긴 터였고 그동안의 전적등을 감안하면 이만기는 아무래도 한 수 아래였다.

그러나 이만기는 한달 전 까지의 이만기가 아니었다. 오직 천하장사만을 준비한 선수처럼 멋지게 싸웠다. 일진일퇴의 공방전이었다. 서로 한판씩 주고받으며 마지막 다섯 번째 판이었다. 이만기의 들배지기가 전광석화처럼 들어가 최욱진을 눕혔다.

초대 천하장사 이만기.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결과. 이만기는 무등을 타고 경기장을 돌면서 엉엉 울고 말았다. 씨름의 묘미를 한껏 만끽하게 한 이만기는 호남형의 얼굴과 근육질의 아름다운 몸매로 씨름의 인기를 단숨에 몇 단계 끌어올렸다.

천하장사 타이틀이 첫 우승 기록이었던 이만기. 그가 있어 민속씨름은 출범 후 수년간 국민스포츠급의 대우를 받았다. 이만기는 한라급에서 시작했지만 점점 몸을 불려 백두급으로 월반했다. 기술에 무게를 더한 그는 머잖아 백두급에서도 최강자로 군림했다.

이만기와 라이벌 구도를 만들어 민속씨름을 인기스포츠로 끌어올린 선수는 이준희와 이봉걸. 이만기는 이봉걸과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팬들에게 다가갔고 이준희와는 얄궂은 운명을 만들면서 숙명의 대결을 펼쳐 매번 궁금증을 가지고 민속씨름을 지켜보도록 했다.

3李 싸움에선 이만기가 상대적으로 우세했지만 이만기는 큰 키의 이봉걸이 이준희보다 어려웠고 이봉걸은 신장차이가 적은 이준희가 이만기보다 더 어려웠다. 이준희는 이봉걸의 키보다 이만기의 기술이 더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3李의 맞대결은 늘 인기였는데 이만기-이준희, 이만기-이봉걸의 중계 시청률은 툭하면 50%를 넘었고 최고 68%(이만기-이봉걸 천하장사 결승전)까지 치솟았다. 이만기-이준희전의 최고 시청률은 61%였다.

이준희는 깨끗한 매너로 팬들의 사람을 받았다. 첫 천하장사 전에서 결정타를 맞아 비운의 스타라는 이미지를 남겼지만 천하장사 세차례, 백두장사 일곱차례을 석권했다.

이봉걸은 천하장사 두차례, 백두장사 네차례 우승의 전력을 지녔다. 큰 키로 인해 방열 감독 밑에서 잠시 농구를 했다. 1986년. 절대강자 이만기를 꺾고 첫 천하장사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만기가 8년간 민속씨름판을 누비며 따낸 타이틀은 한라장사 7회, 백두장사 18회, 천하장사 10회(345전 293승) 등 35개로 가히 씨름판의 레전드로 불릴 만하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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