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손자병법] 이상훈의 필사즉생(必死則生)

이신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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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04-28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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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손자병법] 이상훈의 필사즉생(必死則生)-죽기를 각오해야 살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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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어리석다고 했다. 이상훈 역시 현명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반드시 그 길을 가야 했다. 아주 어릴 적부터의 꿈이었으니까.

성공적인 두 번째 해였다. 첫 해는 몸 상태도 좋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마음 준비가 되지 않았다. 부진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상훈이라는 이름을 위해 철저히 훈련했고 덕분에 36게임 6승5패3세이브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외형적으로만 보면 썩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36게임의 방어율이 2.83. 기대치를 충족하기에 충분했다. 단순한 수치보다 타자와 정면 승부를 하는 파이팅이나 위기에서 과감하게 스트라이크를 찔러 넣어 타자를 삼진 처리하는 승부 기질이 그를 더욱 빛나게 했다.

카리스마의 이상훈. 나고야의 팬들도 그를 좋아했지만 이상훈의 가세로 ‘이상훈-선동열의 필승카드’를 작성, 11년만에 리그 우승을 차지한 주니치 구단도 이상훈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성공이 보장된 탄탄대로. 하지만 이상훈은 1999년 시즌을 끝내면서 구단에 떠나겠다고 통보했다. 생각지도 않았던 이별 통보에 처음 설마 했던 구단은 이상훈이 정말 떠나려는 것을 간파하고 극구 만류했다.

이토 구단주는 “메이저리그는 험한 곳이다. 왜 편안한 삶을 포기하려 하느냐”며 말렸다. 일본 언론들은 “이상훈 정도의 실력으로는 메이저리그를 공략할 수 없다. 그는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다”고 매도하기까지 했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이상훈도 그들의 지적이 모두 옳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2년 전 이미 뼈저린 경험을 했다. 일본 무대를 떠난다고 해서 미국 무대가 나를 반기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행히 미국에 진출한다고 해도 메이저리그 무대에는 서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가기로 했다. 일본 생활에 만족하고 주저앉으면 영원히 메이저리그에 서지 못한다. 그들과 ‘맞짱’ 한 번 뜨자면 그 길 밖에 없다.”

실패는 다음 일이고 우선은 도전해야 했다. 도전은 위험한 것이지만 도전조차 해 보지 않는 것은 비겁하다고 느꼈다. 이상훈은 스스로 배수진을 쳤다. 일본에 가기 전 이미 마음에 두었던 곳이고 죽기 살기로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무대였기 때문이었다.

이상훈은 제주도에 캠프를 차렸다.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먼저 마이너나 멕시칸리그에서 뛸 수도 있다. 조건은 아무래도 좋다.”는 말을 던져 놓고 훈련에 빠져 들었다.

돈키호테와 같은 무모한 도전. 하지만 그의 뜻은 메이저리그에 그대로 전달되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지 2개월 여 후인 12월 23일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와 입단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새 천년 이상훈은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섰다.

이상훈은 그러나 메이저리그에 이렇다 할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9경기 등판이 전부였고 2년여 간 마이너리그를 전전했다. 너무 늦은 나이였다. 그 자신이 원했던 대로 일본을 거치지 않고 바로 갔다면 상황은 썩 달라졌겠지만...

이루지 못할 꿈을 꾸고 이루지 못할 꿈을 이룬 이상훈. 그의 길은 성공의 길이었고 그 길은 한국, 일본, 미국의 프로야구 본 무대를 모두 섭렵한 첫번째 선수의 길이 되었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news@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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