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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의 아웃 & 인] ‘도쿄올림픽의 저주’는 있다

김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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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03-2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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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20년 7월24일 열릴 예정이던 도쿄올림픽 개막식을 세계 각지에서 수천명이 목숨을 잃고 글로벌 경제를 황폐화시키는 ‘판더믹’ 코로나19바이러스를 딛고 일어선 인류 최대의 승리의 제전으로 만들 야심에 차 있었다. 일본의 힘과 명예를 과시함은 물론 고난에 처한 인류에게 용기와 희망을 보여주려 했다. 지난 1월부터 불거진 코로나19사태의 세계적 확산에도 불구하고 강행을 고집했던 것은 원대한 포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주들어 상황은 급변했다. 세계여론이 올림픽 개최에 대해 만약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 것으로 돌아서면서 아베 총리 또한 중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개최 고수를 굳히지 않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서 선수들의 안전과 건강 문제를 우려해 현 상황에서 2020 도쿄올림픽 참가는 어렵다는 선언을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각국의 참가 예정 선수들의 여론도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이 이어지면 올림픽 개최 자체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아베 총리는 24일 밤, 도쿄에서 마침내 연기방침을 밝혔다.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과의 전화통화 후 NHK TV가 생중계하는 가운데 “내가 1년 연기를 제안했고 바흐 위원장이 100%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아베 총리가 올림픽 연기를 결정하지 못했던 데는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우려한 것도 중요한 이유였다. 일본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는 올림픽 취소나 연기에 따른 피해금액이 최대 3조2000억엔(약 37조1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만큼 2020 도쿄올림픽에 엄청난 재정을 쏟아부었던 것이다.

2020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가 되면서 ‘올림픽의 저주’라는 말이 다시 부각됐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처음 부각된 이 말은 올림픽 개최국이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엄청난 빚더미에 오르는 현상을 일컫는 의미가 됐다. 하지만 올림픽은 비단 경제적인 문제로만 곤욕을 치르는 것은 아니다. 백년 이상의 역사가 쌓인 올림픽은 전쟁으로 인해 개최가 무산된 적이 있었다. 1,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세 차례 개최가 열리지 않았다. 1940년 일본 도쿄 올림픽도 그 중의 하나였다. 당시 ‘빛나는 평화(昭和)’를 연호로 쓴 히로히토 천황의 통치기, 일본 군부는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과시하기 위해 1940년 올림픽을 도쿄로 가져왔다. 하지만 독일, 이탈리아와 함께 주축국을 이룬 일본이 미국 진주만을 기습하며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자 미국, 영국을 비롯한 연합국은 일본의 전쟁책임을 물으며 올림픽을 무산시켰다.
일본역사 전문가인 하바드대의 역사학과 교수 앤드루 고든의 대표적 저서 ‘현대 일본의 역사’는 개인을 말살하고 전체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집단주의문화를 즐긴 일본 역사를 잘 설명했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으로 서양과 같은 근대화에 성공하면서 정치, 경제 엘리트들이 사무라이의 정체성을 앞세운 ‘야마토정신(大和魂)’을 바탕으로 결속과 단합을 도모하기 위한 집단 논리를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일본은 평화의 상징인 올림픽을 국론 통일과 국위를 과시하기 위한 무대로 과시하려 했다가 도리어 ‘올림픽의 저주’에 당한 꼴이 됐다. 1964년 도쿄올림픽, 1972년 삿포로 동계올림픽, 1998년 나가노 올림픽을 치르며 선진국의 위치에 올라섰지만 일본은 코로나19라는 전염병에 무릎을 꿇고 2020 도쿄올림픽을 1년 연기하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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