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손자병법] 8 박경완의 중석몰촉(中石沒鏃)

이신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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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03-10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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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손자병법] 8 박경완의 중석몰촉(中石沒鏃)

-화살이 바위를 뚫다. 정신을 집중하면 놀라운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사기 이장군전

박경완은 긴장했다. 빈볼을 던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홈런을 연거푸 세 개를 맞으면 누구라도 화 날 일이었다. 한차례 심호흡을 한 후 6회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홈런 욕심은 없었다. 승부는 끝난 상태, 몸조심 하는 게 맞았다. 그러나 마운드의 김경원은 억지 승부를 하지는 않았다. 적당한 속도의 직구가 몸 쪽으로 들어왔다. 공이 수박만 하지도 않았고 공의 실밥이 보이지도 않았지만 치기 좋은 공이었다. 힘을 실어 마음껏 휘둘렀다.

치는 순간의 짜릿한 손맛. 홈런임을 직감했지만 또 홈런일까 싶었다. 고개를 들어 타구를 쫒았다. 공은 좌중간 펜스를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2점짜리 장외 홈런이었다.

어떻게 베이스를 밟았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홈베이스를 밟을 때는 다리까지 후들거리는 것 같았다. 팀 동료들이 난리법석이었다. 설마 꿈은 아니겠지.

2000519일 대전 현대-한화전. 2회 첫 타석에서 한화 선발 조규수를 좌월 솔로 홈런으로 두들긴 박경완은 기분이 매우 좋았다. 지난 밤 까닭없이 뒤척이다가 해가 훤히 뜬 아침 8시에야 잠이 들어 걱정하던 차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참 묘했다. 잠을 설쳤는데도 정신은 이상하리만치 맑았다. 홈베이스를 밟으며 생각하니 유난히 공이 뚜렷하게 보였던 것 같기도 했다.

3회 두 번째 타석. 조규수는 첫 타석 때와 비슷한 공을 던졌다. 한눈에 확 들어오는 산뜻한 공, 마치 2회의 장면을 재현하는 듯 했다. 중월 2점 홈런. 박경완은 2회 첫 타석 때 필름을 다시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5회 세 번 째 타석. 마운드는 바뀐 오창선이었다.

오창선이 공을 이리저리 돌리는데 문득 공의 실밥이 자세히 보이는 거예요. 그 순간 저 혼자서 중얼거렸습니다. 그게 보일 리 없는데 참 별일이네라고요.”

홈런 이런 생각없이 그냥 타석에 섰다. ‘오늘은 직구가 편하네하는 생각을 하며 직구를 노렸다. 마침 오창선이 직구를 던졌다. 타구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왼쪽 담장을 넘어갔다.

4연타석 홈런, 19년 프로야구 사상 첫 기록이었다. 미국은 루게릭(3263) 4, 일본은 왕전즈(王貞治.6453)가 유일한 대기록이었다.

집중은 하지만 욕심은 부리지 않는다. 중석몰촉의 비결이다. 박경완이 홈런기록 욕심을 냈다면 어깨에 힘을 들어갔을 것이고 그랬다면 3,4번째 홈런은 화살이 바위를 뚫는 대신 튕겨져 나갔을 것이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news@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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