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명 위즈덤은 화려한 숫자를 남겼다. 4일까지 103경기에서 31홈런. KBO리그 정상급 장타력을 증명했다. 하지만 그 외의 부분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시즌 타율 0.239, 득점권 타율 0.200. 전체 홈런 중 20개가 솔로포였고, 병살타는 9개를 기록했다. 장타의 쾌감은 있었지만, 팀의 흐름을 살리는 해결사와는 거리가 있었다.
더 큰 문제는 건강이다. 위즈덤은 올 시즌 두 차례 허리 부상으로 20경기 넘게 빠졌다. 팀이 가장 힘들 때 자리를 비운 셈이다. 올해 34세라는 나이까지 고려하면, 내년에도 다시 부상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질문은 자연스럽다. 소크라테스를 버리고 위즈덤을 택한 선택은 옳았는가. 소크라테스는 화려하진 않아도 출루·주루·수비에서 꾸준함을 보여주며 팀에 헌신했다. 위즈덤은 홈런은 많았지만, 팀 성적은 지난해 우승에서 올해 8위 추락으로 돌아왔다. 결과만 놓고 보면, 꾸준함을 버리고 한 방을 택한 판단이 아쉽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물론 당시 구단의 선택에도 이유는 있었다. 강력한 거포 자원이 필요했고, 위즈덤은 조건에 부합했다. 하지만 지금 성적표는 그 판단이 과연 옳았는지를 되묻게 만든다. 이범호 감독이 벌써 오선우의 1루 수비를 준비시키며 '위즈덤 이후'를 고민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홈런 30개 타자를 버리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야구는 숫자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순간순간의 무게, 한 시즌을 버틸 수 있는 꾸준함이 더 중요하다. KIA는 그 사실을 올해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다.
위즈덤의 파워는 매력적이었지만, 지금 KIA가 잃은 것은 더 크다. 소크라테스를 버린 선택이 옳았는지, 이제는 구단 스스로 답해야 할 시간이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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