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3(금)

야구

'드디어 터진 기회' 롯데 김동혁, 9회말 펜스충돌 각오 슈퍼캐치..."부모님께 효도하는 선수 되겠다" 눈물의 인터뷰

타자로는 1안타 1볼넷 1타점 1도루…인생 최고의 경기

2025-06-09 11:23

호수비를 펼치고 펜스에 충돌한 롯데 우익수 김동혁 / 사진=연합뉴스
호수비를 펼치고 펜스에 충돌한 롯데 우익수 김동혁 / 사진=연합뉴스
모든 야구선수에게는 운명의 순간이 찾아온다. 그 순간을 움켜쥘 수 있는 것은 오직 철저히 준비된 자만이 가능하다.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김동혁(24)이 바로 그런 선수다.

김동혁은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8번 타순 우익수로 선발 라인업에 포함되어 3타수 1안타 1볼넷 1타점 1도루의 견실한 성과를 올리며 팀의 4-2 승리를 뒷받침했다.

타격에서도 분명한 기여를 했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우익수에서 선보인 환상적인 수비였다. 말 그대로 팀을 구원한 플레이였다.

9회말 마지막 이닝을 책임진 롯데 마무리 김원중이 선두타자 김민석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위험한 시작을 보였다.

이어 김인태가 펜스 방향으로 로켓포 같은 강한 타구를 날렸다.

이 타구가 떨어지면 1루 주자는 홈플레이트를 밟고, 타자는 적어도 2루베이스까지 진루할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바로 이 순간 롯데 우익수 김동혁이 공의 궤적을 끝까지 추적하며 펜스를 향해 몸을 던져 타구를 완벽하게 잡아냈다.

머리 위로 넘어가려던 타구를 포착한 이 장면은 1954년 월드시리즈에서 윌리 메이스가 보여준 전설적인 '더 캐치'를 연상시키는 외야 수비의 백미였다.

몸을 날린 김동혁을 바라보는 롯데 내야수 박승욱 / 사진=연합뉴스
몸을 날린 김동혁을 바라보는 롯데 내야수 박승욱 / 사진=연합뉴스
타구를 잡은 김동혁은 펜스와 세게 부딪혔지만 다행히 부상은 없었고, 타자 김인태는 아쉬운 표정으로 외야 방향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김동혁의 프로 입성 스토리는 순탄하지 않았다. 제물포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프로 지명은 받지 못했고, 강릉영동대학교 마지막 해인 2021년 KBO 신인드래프트에서도 구단들의 관심을 얻지 못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는 졸업을 1년 늦추고 프로 도전에 재차 나섰다. 타격 실력을 크게 향상시킨 결과 2022년 드래프트에서 롯데가 7라운드에서 그를 선택했다.

입단과 동시에 군 복무를 마친 그는 2023년 1군 무대에 첫발을 디뎠고, 작년에는 1군에서 39경기를 소화했다.

하지만 39경기 동안 겨우 17타석에 서는 것이 전부일 만큼 위치는 여전히 불안정했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354의 맹활약을 펼치던 중 지난달 초 주력 외야수 황성빈의 손가락 부상으로 인해 1군 승격 기회를 얻었다.

현재는 주로 수비 대체나 주루 대체 역할을 맡고 있지만, 이날 결정적인 수비 플레이로 강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김동혁의 필사적인 슬라이딩 / 사진=연합뉴스
김동혁의 필사적인 슬라이딩 / 사진=연합뉴스
경기 종료 후 김동혁은 "최근 팀 내 부상자가 많은 상황이다.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며 "팀 승리에 도움이 되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화제가 된 외야 수비에 대해서는 "타구가 나오는 순간 타이밍을 정확히 맞춰 최단거리로 공을 쫓아갔다. 뒤쪽에 펜스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며 "집중력을 발휘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잠실구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 앞에서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 김동혁은 "지금까지 고생해주신 부모님께 이 기회를 통해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릴 수 있어 기쁘다. 앞으로 더욱 발전해서 효도하는 선수가 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연합뉴스

[장성훈 선임기자/seanmania2020@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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