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고 시절 이종운 감독(현 롯데 감독) 지도 아래 전국 최강으로 군림했던 한현희는 2023년 FA 자격을 얻어 키움 히어로즈에서 고향팀 롯데로 이적했다. 당시 3+1년 총액 40억 원(올해 연봉 10억 원)이라는 거액의 계약금은 키움에서 10년간 65승, 평균자책점 4.26을 기록한 그의 경력을 반영한 것이었다.
하지만 롯데 유니폼을 입은 이후 한현희의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23년 6승 12패 평균자책점 5.19, 2024년 5승 3패 평균자책점 5.19로 두 시즌 연속 부진에 빠졌다. 올해는 상황이 더욱 악화되어 4월까지 1군 등판이 전무했고, 퓨처스리그에서도 7경기 1승 3패 평균자책점 6.90으로 고전했다.
롯데 팬들 사이에서 '먹튀' 논란까지 일으키던 한현희가 단 한 경기 만에 인식을 바꿀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 14일 광주 KIA전에 선발 투수로 등판한 그는 4⅓이닝 동안 5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나흘 전 KT전 구원 등판에서 기록한 ⅓이닝 무실점까지 더하면 두 경기 연속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한현희의 선발 등판은 사실 에이스 찰리 반즈의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한 김태형 감독의 고육지책이었다. 대체 외국인 선수 알렉 감보아가 합류할 때까지 임시방편으로 기용한 카드였지만, 예상 밖의 호투에 김 감독은 만족감을 표했다.
"올 시즌 첫 선발 출전한 한현희가 4이닝 이상을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는 김 감독의 평가는 앞으로 한현희가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알렉 감보아가 선발진에 합류하더라도 롯데에는 5선발 자리가 여전히 비어 있어, 한현희가 현재의 기세를 이어간다면 정규 선발 자리를 꿰찰 가능성도 열려 있다.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롯데에게 투수진 강화는 시즌 후반까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과제다. 한현희의 부활은 단순히 한 선수의 재기를 넘어 팀 전체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장성훈 선임기자/seanmania2020@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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