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막 초반 KBO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SSG 랜더스다. 시즌 전 '가을야구 탈락 유력' 꼬리표를 달고 시작했지만, 7승 4패(9일 기준)라는 깜짝 성적으로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LG 트윈스만큼의 안정적인 질주를 보여주며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놀라운 점은 이 모든 성과가 텅 빈 전력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팀의 간판타자 최정은 시범경기 도중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개막 로스터에서 제외됐다. 마운드 상황은 더 심각했다. 한국계 3세 미치 화이트는 일본 전지훈련에서 햄스트링을 다쳐 시즌 초부터 결장했고, 드류 앤더슨은 일본인 아내의 출산으로 예상보다 긴 시간 자리를 비웠다.
핵심 타자와 외국인 투수 두 명이 모두 빠진 상황. 어느 팀이라도 흔들릴 법한 위기였지만, SSG는 오히려 '베테랑의 부활'이라는 깜짝 카드를 꺼내들었다.
36세 노장 문승원은 불펜에서 선발로 변신해 3경기 연속 6이닝 호투를 선보였다. 평균자책점 1.53이라는 놀라운 성적표는 그가 단순한 대체 요원이 아님을 증명했다. 문승원의 활약 덕에 외국인 선발 없는 로테이션도 흔들림 없이 굴러갔다.

주전이 빠진 자리를 채운 건 베테랑의 기량만이 아니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승리를 포기하지 않는 팀 전체의 투지가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제 SSG는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최정은 이미 컨디션을 90% 가까이 회복했고, 재검진 결과에 따라 4월 중순 1군 합류가 예상된다. 화이트도 2군 경기에서 첫 실전을 소화하며 복귀 초읽기에 들어갔다.
시즌 초 야구 전문가들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약한데 강한 팀'으로 시작한 SSG는 곧 '강해서 더 강한 팀'으로 진화할 태세다.
그들의 깜짝 행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그리고 부상 선수들의 복귀가 어떤 시너지를 만들어낼지 KBO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진병두 마니아타임즈 기자/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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