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한 말이 적중했다. 시즌 초반 부진했던 베테랑 포수 양의지가 맹활약하며 팀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날 3번 타자 겸 포수로 나선 양의지는 4타수 3안타(1홈런) 2타점 1득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두산의 6-5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0-3으로 뒤진 1회말 1사 2루에서 문동주를 상대로 좌전 적시타를 날렸고, 1-3으로 뒤진 4회에는 선두타자로 나와 시즌 첫 홈런을 터트렸다. 4-5로 뒤진 8회에도 선두타자로 나와 좌중간 2루타를 날리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던 양의지는 3월 8경기에서 타율 0.174에 그쳤지만, 4월 들어서는 6경기에서 타율 0.400을 기록하며 급상승세를 타고 있다. 눈에 띄는 변화는 날씨에 맞춘 유니폼이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양의지는 "그동안 너무 추워서 몸이 꽁꽁 언 상태로 경기에 임했다"며 "시즌 초반엔 평소에 잘 입지 않는 긴팔 유니폼을 입었다. 안 입던 유니폼을 입으니 안타를 한 개도 못 쳤다"고 털어놨다.
베테랑 선수들이 날씨에 민감하다는 이승엽 감독의 설명은 양의지의 사례로 증명됐다. 이 감독은 "베테랑 선수들은 젊은 선수들보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이제는 날씨가 좋아진 만큼 고참 선수들이 제 실력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즌 초반 타격감 부진의 또 다른 원인은 발가락 부상이었다. 양의지는 지난달 23일 SSG 랜더스전에서 자신이 친 파울 타구에 왼쪽 엄지발가락을 다쳤다. 발가락은 큰 이상이 없었지만, 발톱이 들려 걸을 때마다 통증이 이어졌다.
"발가락 통증 때문에 하체에 체중이 실리지 않아서 스윙 타이밍을 잡는 데 애를 먹었는데 지금은 회복해서 괜찮다"며 활짝 웃은 양의지는 "시즌 초반에 너무 부진해서 밸런스를 재교정했다. 이제는 날씨가 좋아졌으니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승엽 감독의 기대처럼 양의지뿐 아니라 양석환(33)도 3월 타율 0.231에서 4월 0.417로 급상승하며 두산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팔을 걷어붙인 베테랑들의 활약으로 두산의 전망도 맑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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