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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클록 둘러싼 신경전이 벤치클리어링으로"...kt 쿠에바스-SSG 에레디아 충돌

2025-04-05 11:10

벤치클리어링 펼치는 SSG 랜더스, kt wiz 선수단. 사진[연합뉴스]
벤치클리어링 펼치는 SSG 랜더스, kt wiz 선수단. 사진[연합뉴스]
프로야구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도입된 피치클록(pitch clock)이 오히려 선수들 간 기싸움을 촉발하며 벤치클리어링으로 번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kt wiz와 SSG 랜더스 선수단은 4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맞대결 3회에 벤치클리어링 상황을 맞았다. 비록 선수 간 물리적 충돌로까지 번지지는 않았지만, 피치클록에 관한 명확한 보완 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게 된 계기가 됐다.

이날 충돌은 kt 외국인 선발 투수 윌리암 쿠에바스와 SSG 외국인 타자 기예르모 에레디아 사이의 기싸움에서 시작됐다. 일련의 사건은 1회말부터 시작됐다. 에레디아는 쿠에바스와 대결 중 타임을 요청한 뒤 더그아웃 근처로 이동해 그립 스틱으로 배트 손잡이를 발랐다. 상당한 시간이 지체되면서 투구 템포가 흐트러진 쿠에바스는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에 쿠에바스는 세트 포지션을 취한 채 일부러 피치클록 시간을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응수했고, 에레디아는 다시 타임을 요청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이강철 kt 감독은 그라운드로 나와 심판에게 항의했고, 쿠에바스는 또다시 세트 포지션에서 시간을 끌며 맞대응했다.

두 선수 간 본격적인 충돌은 3회말에 일어났다. 볼카운트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타석에 선 에레디아는 배트를 점검하며 시간을 지연했다. 이후 다소 꼿꼿한 자세를 취하다가 피치클록에 5초가 남은 시점에야 허리를 굽히며 타격 준비 자세를 취했다. 쿠에바스는 에레디아의 준비를 기다리다 결국 피치클록 위반으로 볼 1개를 얻어맞았다.


말싸움 벌이는 kt 쿠에바스(오른쪽)와 SSG 에레디아. 사진[연합뉴스]
말싸움 벌이는 kt 쿠에바스(오른쪽)와 SSG 에레디아. 사진[연합뉴스]
이에 격분한 이강철 감독이 다시 그라운드로 나와 심판에게 항의했고, SSG 측에서도 이숭용 감독이 나서 심판에게 어필했다. 결국 에레디아는 볼넷을 얻어 1루로 향하면서 쿠에바스를 향해 소리를 질렀고, 쿠에바스도 맞받아쳐 상황이 격화됐다. 양 팀 선수들이 벤치에서 뛰쳐나와 두 선수를 말리는 벤치클리어링 상황까지 벌어졌다.

KBO는 올 시즌부터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피치클록을 정식 도입했다.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때 20초, 주자가 있을 때 25초 이내에 투구를 완료해야 하며, 타자는 피치클록에 8초가 표시된 시점에 양발을 타석에 두고 타격 준비를 마쳐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투수는 볼 1개, 타자는 스트라이크 1개의 페널티를 각각 받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타자가 타석에 선 후 타격 준비 자세를 명확하게 취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타자가 애매한 자세를 취하면 투수는 투구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지난달 17일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 간 시범경기에서도 발생한 바 있다. 당시 NC 선발 김태경과 LG 박해민 사이에서도 신경전이 벌어졌는데, 박해민이 타석에서 자신의 루틴에 맞춰 타격 준비를 하는 동안 김태경은 피치클록을 지키기 위해 박해민이 완전히 자세를 잡기 전에 공을 던졌다. 이에 박해민이 흥분해 마운드로 걸어나가며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었다.

[전슬찬 마니아타임즈 기자 / sc3117@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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