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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혁 단장-손차훈 코디네이터-수베로 감독-최원호 2군감독 체제로 출범하는 한화, 2023년에는 달라질까?[마니아포커스]

2022-11-11 07:20

한화 이글스가 최근 의미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예년과는 다른 모습이다.

한화의 제11대 손혁 단장
한화의 제11대 손혁 단장
한화는 2019년 10월 8일 박종훈 단장의 후임으로 취임한 제10대 정민철 단장이 임기 3년을 채우고 물러나기가 무섭게 10월 13일 손혁 전 키움 감독을 제11대 단장으로 선임했다.

KBO 리그와 마이너리그이긴 하지만 미국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손혁 단장은 2021년 정민철 단장이 전력강화 코디네이터로 영입했다. 한화와는 2009년 인스트럭터 이후 12년 만이었다.

당시 정 단장은 "손 코디네이터는 데이터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활용방안에 대한 관심이 구단이 추구하는 과학적 근거에 따른 선수 육성 시스템 구축에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영입 이유를 밝혔다.

2년 연속 꼴찌에 머문 한화의 선수 육성 시스템 구축에 어떤 시너지 효과를 냈는지는 미지수이지만 여하튼 손혁 코디네이터는 1년만에 단장으로 승격했다. 구단은 단장으로 선임한 배경에 대해 "코디네이터로서 보여준 전문성을 바탕으로 젊은 선수들을 진일보시키는 데 적임자라 판단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손혁 단장은 자신이 1년전에 맡았던 전력강화 코디네이터로 SK 와이번스의 손차훈 단장을 선임했다. 사진은 SK 시절의 손차훈 단장
손혁 단장은 자신이 1년전에 맡았던 전력강화 코디네이터로 SK 와이번스의 손차훈 단장을 선임했다. 사진은 SK 시절의 손차훈 단장
손 단장은 취임한지 10일만에 10월 24일 손차훈 전 SK 단장을 자신의 자리였던 전력강화 코디네이터로 영입했다. 손차훈 코디네이터는 프런트와 선수단의 체질 개선을 통해 한화가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 임무로 주어졌다. 표현은 다르지만 손혁 단장이 코디네이터로 맡은 임무와 비슷한 뜻으로 읽혀진다.

그리고 일사천리로 코칭스태프 개편이 시작됐다.

10월 31일 김성갑 잔류군 총괄코치, 박승민 불펜 코치, 11월 7일 김정민 밧데리코치를, 그리고 11월 9일에는 SSG 랜더스의 통합우승에 한몫을 했던 이대진 SSG 투수코치를 1군 수석코치로 영입하며 2023 시즌에 대비한 코칭스태프 정비를 1차적으로 마쳤다.

한화는 2021년 리빌딩을 천명하며 '당장 성적보다는 육성형 감독'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선임하면서 대럴 케네디 수석코치, 호세 로사도 투수코치, 조니 워싱턴 타격코치를 함께 영입했다. 소위 코치 빅3를 모두 외국인코치로 채웠다.

한화는 수베로 감독 체제하에서 2년 동안 외국인코치가 맡아왔던 수석코치를 이대진 수석코치로 바꾸었다.
한화는 수베로 감독 체제하에서 2년 동안 외국인코치가 맡아왔던 수석코치를 이대진 수석코치로 바꾸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11월 워싱턴 타격코치가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로 직을 옮기면서 올해는 지난해 수석이었던 대럴 케네디 코치가 작전 주루 코치로 보직을 이동하고 웨스 클레멘츠 코치가 수석을 맡았다. 그러나 클레멘츠 수석코치마저 지난 9월초 건강 문제로 미국으로 돌아간 뒤 공석으로 남아 있던 수석 자리를 이번에 이대진 코치가 맡은 것이다.

1군의 핵심 코치들을 모두 외국인코치가 맡았던 기조가 2년만에 변한 셈이다. 여기에 투수코치 출신인 이대진 수석코치와 박승민 불펜코치가 들어오면서 로사도 투수코치와의 조율도 중요해졌다.

한화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11월 10일에는 최원호 퓨처스 감독과 3년 재계약 발표를 했다. 보통 1군 감독이 아닌 코치들과는 1년 계약이 통상적이다. 선수들과 달리 코치들은 계약금이 없는 연봉 계약이 주류다. 그래서 코치들이 기존 팀과 결별하고 별다른 제약없이 손쉽게 다른 구단으로 옮길 수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따라서 퓨처스 감독이라고는 하지만 최원호 감독의 3년 장기 계약은 이례적일 수밖에 없다. 한화측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퓨처스팀의 육성 시스템을 긴 안목으로 보완 지속해 나가겠다는 구단의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날 한화는 내야수 변우혁과 KIA의 투수 한승혁-장지수를 맞바꾸는 1대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올시즌 스토브리그들어 전 구단 통틀어 첫 트레이드였다.

문제는 한화의 이런한 일련의 조치들이 수베로 감독과는 큰 연관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단장이나 코디네이터 선임은 감독이 관여할 사항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코칭스태프 인선이나 트레이드는 감독의 의중이 반영되기 마련이지만 이번만큼은 수베로 감독의 의중과는 관계가 없어 보인다. 즉 '포스트 수베로'에 대비한 포석처럼 느껴진다.

사실 한화가 2년 연속 꼴찌에 머물면서 계약기간이 1년 남아 있던 수베로 감독의 경질이 점쳐졌었다. 이는 오히려 KBO 감독 1년차이던 2021년의 49승83패12무(승률 0.371)보다 올해 46승96패2무(승률 0.324)로 더 나빠졌기 때문이다. 특히 올시즌 한화는 1986년 팀 창단 이후 역대 최다 패배를 당했던 2020년의 95패보다 1패가 더 많았다.

취임 첫해 "선수들에게 이기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던 수베로 감독은 올시즌을 앞두고는 "이기고 성적까지 올리겠다"고 자신만만하게 시작했지만 흰소리에 그치고 말았다. 물론 투타자 가운데서 가능성 있는 유망주들이 발굴되기는 했지만 전체적론 수베로 감독의 리빌딩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배가시키는 결과만 낳았다.

한화는 2020년 한용덕 감독의 자진사퇴에 따라 감독대행을 맡았던 최원호 2군감독과 이례적으로 3년 장기계약을 맺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한화는 2020년 한용덕 감독의 자진사퇴에 따라 감독대행을 맡았던 최원호 2군감독과 이례적으로 3년 장기계약을 맺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러한 때에 구단이 예외적으로 최원호 퓨처스 감독과 3년 장기계약을 맺었다.

최원호 감독은 1군 감독 경험이 있다. 한용덕 감독이 2020년 6월 7일 NC 다이노스에 2-8로 패하면서 팀 역대 최다연패 타이인 14연패에 빠지면서 전격적으로 사퇴한 뒤 최원호 2군 감독이 감독대행을 맡아 이해 시즌을 마쳤다. 당시 최원호 감독 대행은 114경기에서 39승72패3무(승률 0.351)를 올렸고 이듬해 수베로 감독이 취임하면서 다시 2군 감독으로 내려갔었다.

더구나 구단은 3년 장기계약에 대한 계약금이나 연봉 등의 내용도 밝히지 않고 구단의 팜 시스템을 재정비했고, 올 시즌 북부리그 우승 및 퓨처스리그 역대 최다 타이인 14연승을 기록했다는 치적만을 부각시켰다. 즉 감독으로서 충분한 능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다음에 중요한 임무(?)를 맡기겠다는 뜻으로 들리는 대목이다.

구단은 이러한 코칭스태프 개편에 대해 "지난 2년 동안 수베로 감독이 본인의 색깔을 낼 수 있도록 해왔다면 3년차 시즌에는 팀과 선수 개개인의 확실한 성장이 필요한만큼 KBO리그의 경험이 풍부한 코칭스태프를 보강하는 작업"이라고 밝히고 있다. 수베로 감독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한화는 2010년대들어 통산 2번째 3년 연속 꼴찌를 했다. 총 9번이나 꼴찌를 해 롯데 자이언츠와 이 부문 동률이다. 내년 시즌에도 밑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면 팀 최초로 4연속 꼴찌 불명예를 안게 된다. 리빌딩이라는 핑계도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 내년에는 어떤 방법이던 성적을 끌어 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

한화가 손혁 단장-손차훈 코디네이터-수베로 감독-최원호 2군감독 체제에서 어떻게 변하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하기 짝이 없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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