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8(금)

야구

한편의 야구 드라마를 쓴 고승민과 이재현, 주전들이 빠진 위기의 팀을 구해 더욱 아름답다[마니아포커스]

2022-05-23 08:59

드라마도 이런 드라마가 없다. 그 주연이 베테랑도 아니다. 가슴을 억누르는 압박감이 온몸을 엄습했지만 이들은 결코 주눅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주축들이 빠져 자칫 쳐져 버릴 수 있는 팀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그렇게 이들은 성장하고 있었다. 바로 롯데 자이언츠의 고승민과 삼성 라이온즈의 이재현 이야기다.

22일 잠실 두산전에서 9회 2사 뒤 역전 3점 홈런을 날린 고승민이 대타자 이대호의 축하를 받고 있다.[롯데 자이언츠 제공]
22일 잠실 두산전에서 9회 2사 뒤 역전 3점 홈런을 날린 고승민이 대타자 이대호의 축하를 받고 있다.[롯데 자이언츠 제공]
고승민은 22일 잠실 두산전에서 2-4로 패색이 짙던 9회초 2사 1, 2루에서 부상을 털고 보름만에 나선 두산의 클로저 김강률로부터 극적인 역전 3점홈런을 터뜨렸다. 말 그대로 드라마같은 역전 홈런이었다.

2019년에 롯데 유니폼을 입은 고승민은 햇수로는 4년이 됐지만 현역 병장으로 전역을 한 뒤 지난해 11월에 팀에 복귀해 올해가 2년차다. 따라서 고승민의 이 홈런은 프로통산 57경기째 163타석만에 나온 프로데뷔 첫 홈런이다.

더구나 지난해부터 두산의 마무리로 확실한 파이어맨 역할을 하던 김강률로서는 지난해 5월 1일 잠실 SSG 랜더스전에서 9회초 오준혁에게 동점 1점홈런을 맞은 뒤 57경기만에 허용한 첫 홈런이기도 했다.

고승민의 홈런은 롯데로서는 거의 구세주나 마찬가지였다. 최근 팀의 주축타자인 전준우와 4월 MVP인 한동희가 모두 부상으로 빠졌다. 전준우는 종아리쪽 미세파열로 2~4주 결장이 불가피하고 한동희도 왼쪽 옆구리 염좌로 짧게는 3일, 길게는 2주 가까이 출장이 어렵다,

여기에다 롯데는 4월 말과 5월 초까지 성큼 2위까지 뛰어오르며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였던 성적이 어린이날인 5일을 기점으로 6승9패로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해 7위까지 곤두박질 치고 있었다.

고승민이 역전 3점홈런을 날리는 모습[롯데 자이언츠 제공]
고승민이 역전 3점홈런을 날리는 모습[롯데 자이언츠 제공]
이런 형편에 고승민의 역전홈런이 터져주지 않아 두산에게 패해 루징시리즈까지 됐다면 '역시 봄데'라는 비아냥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될 뻔했다.

결국 롯데는 고승민의 드라마처럼 터진 9회 2사 후 역전 3점홈런과 9회말 1사 1, 3루의 실점 위기를 극복하며 입단 3년만에 처음으로 두자리 세이브를 올린 최준용의 깔끔한 마무리로 두산에 위닝시리즈를 거두며 자칫 하위권으로 곤두박질할 수 도 있는 팀 분위기를 추스릴 수 있었다.

삼성도 사정은 비슷하다.


삼성은 구자욱이 5월 3일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가 15일 콜업이 됐지만 주말 2연전에는 아예 출전하지도 못했고 타선 중심 역할을 하던 호세 피렐라는 19일 한화전에서 베이스러닝을 하다 엄지 손가락을 다쳤다. 그래서 아예 kt와의 주말 3연전에는 나서지 못했다.

이 바람에 삼성 타선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었다. 20일에는 kt 소형준을 상대로 3안타 1득점에 그쳤다. 그것도 오재일의 홈런이 없었다면 완봉패를 당할 뻔했다. 그리고 21일에는 배제성을 상대로 6회까지 안타 2개가 전부였다.

이 이틀동안 외국인투수인 데이비드 뷰캐넌이 20일 7이닝 1실점, 앤드류 수아레즈가 21일 6이닝 무실점으로 잘 던지고도 모두 승리를 챙기지 못한 것은 바로 풀이 죽은 방망이 때문이었다.

22일 대구 kt전에서 역전 2점홈런을 날 이재현이 원태인과 구자욱의 환영을 받고 있다.[삼성 라이온즈 제공]
22일 대구 kt전에서 역전 2점홈런을 날 이재현이 원태인과 구자욱의 환영을 받고 있다.[삼성 라이온즈 제공]
이런 위기속에서 루키 이재현은 2-3으로 뒤진 7회말 1사 1루에서 kt의 외국인 에이스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로부터 역전 2점홈런을 날렸다. 키움(4월 8일~10일), SSG(4월 15일~17일), 롯데(4월22일~24일)에 이어 kt에게 마저 홈구장 4번째 스윕패 위기를 벗어나게 한 알토란같은 역전 홈런이었다.

줄곧 8번타자로 나선데다 구자욱 피렐라 오재일 이원석 강민호 등 기라성같은 선배 타자들이 버티고 있어 크게 두드러져 보이지는 않지만 이재현은 벌써 홈런이 3개다. 꾸준하게 출장기회를 잡으면서 타율도 2할 4푼대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 루키인 김도영(KIA 타이거즈)이나 최근 프로 데뷔전에서 ⅔이닝 4실점한 이후 4경기 연속 불펜에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문동주(한화 이글스)에 견주어 오히려 성적에서는 앞선다. 지금까지는 가장 강력한 신인왕 후보다.

이번 주에 롯데는 선두 SSG에 이어 3위 키움과 6연전을 벌이고 삼성은 공동 4위인 KIA에 이어 2위 LG와 6연전을 앞두고 있다. 주축타자들이 빠진 상태에서 결코 쉽지 않은 한주를 보내야 한다.

고승민과 이재현이 타선에서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해보자.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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