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전 타임 때 선수들을 모아놓고 그는 “잘하고 있어. 다 잘하는데...우리가 안 되는 게 딱 두 개야. 디펜스랑 오펜스”라고 했다.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말이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지만, 공격과 수비가 안 되면 결코 이길 수 없다. 다 잘하고 있다는 말은, 공격과 수비도 잘하고 있다는 뜻이다.
박한 감독의 말은 그러니까 “공격과 수비를 지금보다 좀 더 잘하자”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박한 전 감독이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에 빙의됐다.
레이커스는 4일(한국시간) LA 클리퍼스에게 21점 차로 대패했다.
클리퍼스는 주득점원인 카와이 레너드와 폴 조지가 없는데도 제임스와 러셀 웨스트브룩, 카멜로 앤서니 등 백전노장들이 버티고 있는 레이커스를 완파했다.
블리처리포트 등 미국 매체들은 경기가 끝난 후 제임스가 레이커스의 문제점을 완벽하게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제임스는 “이번 시즌 우리는 수비가 문제다. 수비가 무너졌기 때문에 많은 경기에서 졌지만, 공격도 문제다”라고 말했다. 수비와 공격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패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구에서는 수비가 사실상 절대적이다. 수비가 되지 않으면 아무리 공격을 잘한다 해도 이길 수 없다.
1990~1991시즌 덴버 너기츠 감독에 취임한 폴 웨스트헤드 감독은 공격 일변도의 플레이를 선수들에게 주문했다. 공만 잡으면 무조건 속공 플레이를 하라는 것이었다.
덕분에 덴버의 공격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러나 수비가 문제였다. 덴버는 평균 146.9점을 상대에게 허용했다. 해당 시즌 덴버는 20승 62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둔 데 이어 다음 시즌에도 24승 58패를 기록했다. 결국 웨스트헤드 감독은 경질됐다.
디트로이트 피스톤스는 NBA 최고의 수비팀이라는 명성을 갖고 있다. 2003~2004시즌 디트로이트는 34승 22패를 하고 있던 2004년 2월 중순 수비력을 강화하기 위해 라쉬드 왈러스를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왈러스가 온 후 디트로이트는 상대에게 평균 7.9점을 덜 주는 대신 평균 1.3점을 더 챙키며 20승 6패를 기록했다. 디트로이트는 결승까지 진출했고, 마침내 NBA 정상에 올랐다.
공격과 수비 모두 잘하면, 이보다 더할 나위 없다. 그러나, 농구에서는 공격보다는 수비가 더 중요한 게 사실이다.
레이커스는 평균 나이 30세로 30개 구단 중 가장 많다. 나이가 많은 선수들은 공격에만 신경 쓰고 수비는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체력적인 문제 때문이다.
레이커스는 이런 단순한 ‘진리’를 간과한 채 젊은 선수들을 모두 내보내고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선수들로 팀을 구성했다,
예상대로 레이커스의 수비는 엉망이었다. 특히 웨스트브룩의 수비는 레이커스 최대의 ‘구멍’이었다.
클리퍼스와의 경기에서 클리퍼스에 야투율 54.8% 성공률을 허용했다. 3점슛은 27개 중 17개(63% 성공률)를 헌납했다. 클리퍼스의 공격 리바운드는 13개나 됐다. 레이커스의 수비가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ESPN에 따르면, 레이커스는 경기 평균 112.7점을 상대에게 내줬다. 30개 팀 중 26위이다.
파이브서티에잇에 따르면, 수비 지표에서 앤서니 데이비스(+2.4)와 오스틴 리브스만(+2.1)만이 NBA 평균 이상을 기록 중이다. NBA 올디펜시브 퍼스트 팀에 5차례나 선정된 바 있는 제임스는 +0.4로 평균보다 약간 넘는다. 웨스트브룩의 수비 지표는 -2.5다.
그나마 레이커스가 서부 콘퍼런스 9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공격력 때문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위태롭다. 올스타 브레이크 후 4전 전패한 레이커스는 최근 10경기에서 2승 8패를 기록했다.
이런 승률로는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한 ‘플레이 인 토너먼트’에도 참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장성훈 선임기자/seanmania2020@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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