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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보는 2021 KBO 리그]⑦37년만에 깨어진 탈삼진 신기록, 다음은 또 언제쯤 신기록 나올까?

2021-12-07 10:01

2021 10월 24일 잠실 LG와의 DH 1저전 3회초 홍창기를 삼진으로 잡아 시즌 최다 탈삼진 타이(224개)를 이룬 미란다[사진 두산 베어스]
2021 10월 24일 잠실 LG와의 DH 1저전 3회초 홍창기를 삼진으로 잡아 시즌 최다 탈삼진 타이(224개)를 이룬 미란다[사진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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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아리엘 미란다(두산)에 대한 평가는 '물음표'와 '느낌표'로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다. 미란다가 KBO 리그에서 연착륙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KBO 리그보다 한 수 아래인 대만프로야구에서 활약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부분 전문가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무엇보다 2020년 두산은 외국인투수인 강력한 원투펀치인 라울 알칸타라와 크리스 플렉센의 활약이 너무나 인상깊었기에 더욱 그런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라울 알칸타라는 2019년 조쉬 린드블럼에 이어 2년 연속 20승 투수에 등극하며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로 방향을 틀었고 크리스 플렉센은 8승밖에 올리지 못했지만 가을에 접어들면서 극강의 모습을 보이면서 메이저리그인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을 맺어 유턴했다.

이런판에 미란다의 존재감은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미란다는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루기 위해 쿠바에서 망명했지만 실제 메이저리그 경력은 불과 2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2015년 5월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마이너리그 생활까지 포함해도 겨우 3년이다.

볼티모어에서 2016년 7월 시애틀 매리너스를 상대로 2이닝 4피안타 3실점 4탈삼진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뒤 곧바로 시애틀로 트레이드됐고 정확하게 2년을 마친 뒤인 2018년 7월 4일 방출되었고 보름이 채 지나지 않은 7월 17일 일본프로야구 소프츠뱅크 호트스와 계약을 맺었다.

뒤늦게 일본으로 갔지만 2018년 일본시지즈 우승에 이어 2019년에도 우승멤버가 되는 활약을 펼치고도 재계약에 실패해 2020년 대만프로야구 중신 브라더스로 둥지를 또 옮겨야 했다.

미란다가 투구를 마친 뒤 밧데리를 이룬 포수 박세혁과 주먹으로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사진 두산 베어스]
미란다가 투구를 마친 뒤 밧데리를 이룬 포수 박세혁과 주먹으로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사진 두산 베어스]
이때까지만 해도 KBO 리그에서 어느 팀도 미란다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리고 만약 2020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만 없었다면 KBO 리그에서 미란다를 볼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2020년 마이너리그가 폐쇄되고 메이저리그까지 단축운영되면서 미국에서 데려 올 수 있는 선수가 많지 않으면서 국내 팀들이 대만프로야구로 눈을 돌렸고 이때 미란다가 대안으로 거론됐다.

메이저리그의 경험, 일본프로야구에서 우승을 한 경력에다 대만프로야구에서 활약해 아시아야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좌완투수라는 이점까지 있는 점이 고려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란다가 알칸타라나 플렉센의 뒤를 이을 수 있으리라고 믿는 전문가는 별로 없었다.

롯데와 한화를 거치면서 KBO 리그 4년 동안 42승을 올린 쉐인 유먼과 넥센(현 키움)에서 6시즌을 뛰면서 73승(42패)를 올린 앤디 벤 헤켄 이외에는 대만프로야구에서 들어와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것도 이유가 됐다. 그만큼 위험부담이 컸다고 할 수 있다.

미란다는 4월과 5월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김태형 감독으로부터 에이스로 낙점받아 개막전 선발투수로 낙점이 되었지만 삼두근 통증으로 등판이 불발되면서 덩달아 부상 위험까지 감지되기도 했다.


하지만 4월 7일 삼성을 상대로 5이닝 2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으로 KBO 리그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주변의 우려를 씻었고 이 여세를 몰아 4월 5경기 가운데 3경기에서 무실점을 하는 위력을 선보이며 4승무패 평균자책점 1.85로 확실한 두산의 에이스 자리를 굳히는 듯 보였다.

4월의 좋은 출발과 달리 미란다의 5월은 힘들게 보냈다. 5월 6일 LG를 상대로 4이닝 6실점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더니 12일 키움전에서는 6이닝 1실점, 그리고 19일 kt전에서는 4이닝 6실점 등 들쑥날쑥하면서 기복이 심했다. 5월 4경기 1승3패 평균자책점 4.95까지 올라갔다.

이렇게 두 달 동안 KBO리그 적응을 마친 미란다는 6월부터 압도적인 구위를 뽐내기 시작하며 단숨에 KBO 리그 최정상급 투수로 자리를 굳혔다.

환호하는 미란다[사진 두산 베어스]
환호하는 미란다[사진 두산 베어스]
5월에 첫 승리를 한 26일 한화전 6이닝 무실점부터 10월 19일 삼성전 7이닝 무실점에 이르기까지 무려 19경기에서 모두 연속으로 퀄리티스타트를 했다. 특히 9월 25일 한화전에서는 6이닝 동안 13개의 삼진을 솎어내는 등 19경기 가운데 7경기에서 10개 이상의 삼진을 뽑아내는 압도적인 구위를 뽐냈다.

올시즌 28경기에서 173⅔이닝을 던지면서 14승5패를 하는 동안 135피안타(11피홈런) 53볼넷 225탈삼진 49실점 45자책점으로 평균자책점은 2.33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과 탈삼진은 1위이고 다승은 공동 4위였다. 225탈삼진은 1984년 고 최동원(당시 롯데)이 기록한 223탈삼진을 넘어서는 단일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이다.

유일하게 투수 2관왕이 된 미란다는 타이론 우즈(두산·1998년), 다니엘 리오스(두산·2007년), 에릭 테임즈(NC·2015년), 더스틴 니퍼트(두산·2016년), 조쉬 린드블럼(두산·2019년), 멜 로하스 주니어(kt·2020년)에 이어 역대 7번째 KBO 리그 MVP의 영예를 안았다.

그리고 리오스, 니퍼트, 린드블럼에 이어 역대 4번째 외국인투수이자 쿠바 출신으로는 첫 KBO MVP가 됐다.

KBO 리그에서 미란다의 성공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무엇보다 구단 스카우트팀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다. 지금까지 두산에서 성공을 거둔 외국인선수들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이와 함께 KBO 리그에서 외국인선수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적응하게 하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가름된다는 사실도 새삼 느끼게 해 주었으며 대만프로야구에서도 충분히 KBO 리그에 통할 수 있는 선수가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했다.

이제 미란다의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은 또 다른 전설로 남게 됐다. 고 최동원의 기록이 깨어지기 까지 무려 37년이 걸렸듯 이 전설이 또다시 경신되기까지에는 얼마가 더 걸릴 지 모른다.

다만 이때는 토종 투수가 깨어주기를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이 될까?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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