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니아포커스]정찬헌의 '기적'이냐? 김민규의 '미러클'이냐?

2021-11-02 09:18

'기적'의 키움과 '미러클'의 두산, 과연 누가 더 셀까?

키움-두산의 와일드카드 1차전. 키움의 이정후가 9회초 2타점 2루타를 날린 뒤 포효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키움-두산의 와일드카드 1차전. 키움의 이정후가 9회초 2타점 2루타를 날린 뒤 포효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키움이 올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기적'이라고 했다. 정규리그 최종일 경기에서 KIA를 6-1로 눌러 반게임차로 SSG를 제치고 가을야구행 막차를 탔다.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으로 주전투수들이 징계를 받은 와중에도 5위에 오른 것을 두고 이른 말이다.

두산의 '미러클'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가을의 향기가 나기 시작하면 두산은 어김없이 힘을 낸다. 그리고 가을야구에 몸을 실었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주포들을 FA로 다른 팀으로 떠나 보내고 9월 중순까지만 해도 7위에 머물며 가을야구행이 불안스러웠던 두산은 이후 닷새만에 4위로 뛰어 올랐다. 그리고 자칫 6위까지 떨어질지도 모를 시즌 막판 위기를 넘기며 7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이렇게 '기적'과 '미러클'이 맞붙은 가을야구의 첫판은 '기적'의 키움이 '미러클'의 두산을 눌렀다. 최고 157㎞의 빠른 볼로 5회 2사까지 퍼펙트 피칭을 이어간 안우진의 쾌투에 이지영의 선제 2타점, 이정후의 결승 2타점 2루타에 박병호의 쐐기 적시타까지 한데 어우러진 덕분이었다.

키움이 '기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1승이 더 필요하다. 두산이 '미러클'을 잇기 위해서는 무승부 이상만 하면 된다. 승리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기적'의 바톤은 정찬헌이, '미러클'의 바톤은 김민규가 이어 받았다.

올해 두산전 2경기에서 2승, ERA 0.82로 강했던 정찬헌[사진 연합뉴스]
올해 두산전 2경기에서 2승, ERA 0.82로 강했던 정찬헌[사진 연합뉴스]
정찬헌은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으로 투수진이 펑크가 나면서 지난 7월 27일 긴급히 수혈해 LG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한 케이스다.

올해 두산전에는 2경기에 선발로 나서 모두 승리를 챙겼다. LG 유니폼을 입고 나선 6월 13일에는 5이닝 4피안타 무실점을 했고 키움 유니폼을 입은 8월 14일에는 6이닝 6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1실점했다. 평균자책점은 0.82다.

또 팀 패배로 빛을 잃기는 했지만 지난해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전에 불펜으로 나서 3⅔이닝동안 4피안타 무실점으로 잘 던지는 등 두산전에서는 강한 면모를 보였다. 모두 LG 시절의 기록이기는 하지만 포스트시즌 1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5.68이다.

정찬헌은 올해가 프로 13년차인 베테랑이다. 입단한 첫해인 2008년부터 즉시전력으로 분류돼 큰 기대를 받고 불펜과 선발을 겸업했지만 2010년 토미존 수술과 공익근무, 그리고 만성적인 허리통증으로 제대로 성적을 내지 못했다.

이후 줄곧 불펜으로만 돌던 정찬헌은 지난해에 LG에서 신인 이민호와 번갈아가며 10일 로테이션 선발을 나서는 철저한 관리를 받으면서 부활의 모습을 보였다. 올해 키움으로 이적해 한때 3연패를 당하기도 했지만 삼성을 상대로 지난달 15일 최채흥, 27일 마이크 몽고메리와 선발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하며 2연승, 상승세를 탔다.

특히 27일 삼성전에서는 6이닝 3안타 무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처리하면서 연승을 하며 9승으로 생애 최다승(종전 2017년 8승)과 최다이닝(114⅓이닝)의 커리어하이를 기록하며 키움의 5위 진입에 결정적인 수훈을 세워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포스트시즌에서 더 강한 모습을 보이는 두산의 김민규[사진 두산 베어]
포스트시즌에서 더 강한 모습을 보이는 두산의 김민규[사진 두산 베어]
이에 맞서는 김민규는 키움전에 2경기 모두 불펜으로 나서 3⅔이닝 1실점으로 1승1패,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했다. 성적으로 따지면 정찬헌에 한참 밀리는 것 같지만 이는 외형상 기록일뿐이다.

김민규는 4월 28일 4-4로 맞서던 연장 11회말 5번째 불펜투수로 나서 이정후를 볼넷으로 내 보낸 뒤 곧바로 윤명준으로 바뀌고 말았다. 결국 윤명준이 송우현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으면서 한타자만 상대하고 패전과 함께 1실점을 했다.

그리고 이를 설욕이라도 하듯 8월 13일에는 선발 최원준에 이어 4회에 첫번째 불펜투수로 나서 3⅔이닝 동안 단 1안타 무실점으로 키움 타선을 봉쇄하며 승리를 따냈다.

김민규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중간 셋업맨 역할을 주로 했지만 올해는 다섯 차례나 대체선발로 등판해 선발이 결코 낯설지 않다. 더구나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는 플레이오프전 2경기, 한국시리즈 3경기 등 모두 5경기에 등판해 1승1패1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0.75, WHIP 1.63으로 오히려 정규시즌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도 특징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2위였던 kt와의 플레이오프전 4차전에서 보여준 강한 인상은 아직도 두산 팬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다.

2승1패로 앞선 11월 13일이었다. 선발 유희관이 한 타자도 못잡고 3안타를 내주고 물러난 뒤 마운드를 이어받은 김민규는 4⅔이닝 동안 15타자를 상대로 1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내는 그야말로 믿기 어려운 피칭을 보였다. 결국 이 승리로 두산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2015년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생긴 이후로 2승으로 준플레이오프전으로 진출한 5위 팀은 아직까지 없다. 키움이 1차전서 승리한 것은 2016년 KIA가 LG에 1차전서 4-2로 이긴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KIA는 2차전서는 0-1로 패하면서 뒤집기를 하지 못했다.

만약 키움이 2차전마저 승리하면 6년만에 나오는 첫 업셋이다. 과연 어떻게 될까?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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