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시즌 프로야구는 60게임 내외를 치르면서 중반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상위권은 상위권대로, 하위권은 하위권대로 혼전양상이다. 역대급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절대 강자가 없어 '무강7중3약'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문제는 3약이다. 한화는 일찌감치 팀 리빌딩을 선언했다. 베테랑들을 대거 방출하고 젊은 선수들로 올시즌을 치르겠다고 공언한만큼 꼴찌를 하더라도 두말이 없다. 그러나 KIA와 롯데는 틀린다. 하위권으로 치부는 됐지만 정작 자신들은 가을야구에 진출한다고 큰 소리를 쳤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이렇게 초반부터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전혀 예상밖이다.
KIA와 롯데의 하위권 전락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팀의 중심인 최형우의 부진, 이대호의 부상 공백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최형우와 이대호는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는 KBO 리그를 대표하는 최고 타자들이다. 언제나 4번 타자다. 이들이 4번타자로 나서지 않으면 뭔가 이상이 있다는 표시로 여겨질 정도였다. 그런 최형우와 이대호가 존재감을 잃었다. 서서히 팬들의 뇌리에서마저 사라지고 있는 느낌마저 주고 있다.
이들은 올해 나란히 FA 재계약을 맺었다. 두 번째 FA였다.
최형우는 2020시즌이 끝난 뒤 불과 2개월만인 12월 14일 3년 총액 47억원에 재계약했다. 계약금 13억원에 연봉 9억원, 인센티브 7억원이었다, 2017년 삼성에서 FA가 돼 KIA와 계약할 때 4년 총액 100억원에 견주면 반으로 줄어든 금액이지만 만 38살의 나이를 감안하면 대박계약이었다. 지난 4년 동안 KIA에서 꾸준한 성적을 낸데다 2020시즌에는 타격 1위까지 오른 덕분이었다.
![이대호는 지난 5월 18일 옆구리 부상으로 1군에서 빠진 뒤 한달이 되 가도록 아직 콜업이 되지 않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106181013110295618e70538d22112161531.jpg&nmt=19)
2017년 일본 미국을 거쳐 롯데로 복귀하면서 총액 150억원(계약금 50억원, 연봉 25억원)에 비하면 엄청 줄어들었지만 불혹의 나이를 감안하면 역시 대박계약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들이 건재하기에 KIA와 롯데는 믿었다. KIA는 메이저리그 스타 출신의 맷 윌리엄스 감독이 2년차를 맞아 가을야구 희망에 부풀었다. 롯데는 이대호가 우승옵션을 계약조건으로 내 걸면서까지 우승에 강한 집념을 보였다며 올해는 5강 합류를 자신했다.
하지만 사정은 영 딴판으로 흘러가고 있다.
시즌 시작과 함께 6게임에서 4개의 홈런을 날리며 팀 홈런 전체를 담당하던 최형우는 이후부터 급격하게 내리막을 맞았다. 눈에 물이 차는 망막질환까지 겹치면서 5월 5일부터 26일동안 1군 전선에서 이탈했다. 그리고 6월 1일 한화전서 복귀했지만 10게임이 지난 15일에는 왼쪽 허벅지 통증으로 열흘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올시즌들어 두번째 부상 이탈이다. 더구나 허벅지 무상으로 이탈하기는 2017년 KIA로 이적한 이후 처음이었다.
문제는 최형우가 시즌 초반의 깊은 부진에서 여전히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4월 22게임에서 0.209(86타수 18안타)였던 타율은 5월 2게임 4타수 무안타에 이어 6월 10게임에서는 오히려 0.135(37타수 5안타)로 더 떨어졌다. 올시즌 34게임 127타수 23안타 5홈런으로 타율은 0.181이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3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통산 330개)에다 통산 타율 0.321(6194타수 1986안타)과 견주면 그야말로 초라하기 그지없다.
이대호는 지금 한달째 그라운드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대호는 지난달 18일 대전 한화전에서 4회초 홈런을 날린 뒤 옆구리를 부여잡고 통증을 호소한 뒤 이튿날 1군에서 제외됐다. 내복사근 부분 파열로 회복에는 2주가 걸린다는 진단을 받았으나 한달이 지나도록 아직 1군으로 콜업이 되지 않고 있다. 몸상태는 괜찮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1군 콜업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부상으로 빠지기 전까지 이대호는 나름대로 팀의 중심으로 제몫을 했다. 4월 타율 0.301(22게임 89타수 27안타 4홈런), 5월 0.378(13게임 45타수 17안타 4홈런)으로 상승세를 타던 중에 덜컥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올시즌 35게임 134타수 44안타로 타율은 0.328로 지난 2년보다 더 좋은 페이스였다.
이대호가 빠진 뒤 롯데는 4번타자 자리를 안치홍, 한동희, 정훈 등이 번갈아 가며 맡고 있으나 아무래도 이대호에 비해서는 중량감이나 상대 투수들에게 주는 위압감을 떨어지기 마련이다. 확실한 클러치 능력을 보여주는 타자가 없어 잔루만 많이 쌓이는 득점력 빈곤의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는 것이다.
최형우와 이대호--비록 깊은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잇고 부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지만 KIA와 롯데에게 이들은 반드시 필요한 존재들이다. 언제 이들이 완전한 모습으로 되돌아 오게 될까…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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