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외국인 감독은 모든 면에서 다르다. 출생배경부터 자라온 환경까지 다르다. 어차피 제로섬 게임으로 승패를 가려야 하는 KBO 리그에서 서로 마주치고 있는 처지도 다르다.
윌리엄스 감독이 2년차를 맞아 KIA를 가을야구로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면 수베로 감독은 큰 명제가 팀 리빌딩이란 점에서 조금 더 홀가분한 편이다. 지나치게 순위에 연연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성적을 아예 도외시할 수는 없다. 팀 리빌딩 성과 자체가 외관으로 드러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성적이기 때문이다.
두 감독의 성향일수도 있고 팀이 가지고 있는 전력 등을 모두 감안한 최선의 선택이기도 있겠지만 두 감독이 팀을 꾸리고 운영하는 스타일은 사뭇 달라 보인다.
윌리엄스 감독이 약간은 올디시(oldish)하면서도 선이 굵은 야구를 한다면 수베로 감독은 선수들의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는 디텔한 면이 보인다.
즉 윌리엄스 감독은 선취점을 얻거나 달아나는 점수를 얻기 위해 희생번트도 마다하지 않는다. 2020시즌에도 KIA는 희생번트가 63개로 가장 많았고 올시즌도 9개로 1위다.
또한 대타나 대주자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때로는 엔트리에 등록된 모든 야수들을 한 게임에 모두 투입하기도 한다. 아직 초반이지만 야수들은 지금까지 모두 19명이나 된다.
윌리엄스 감독은 시즌 개막과 함께 두 외국인투수인 애런 브룩스와 다니엘 멩덴을 4일턴으로 가동했다.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를 최대로 활용해 초반 공세로 승수를 벌겠다는 의도였다.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아 다시 5일턴으로 조정이 되었지만 이는 가시적인 성과, 즉 성적(순위)에 대한 강한 집념이라고 보아야 한다.

지금 수베로 감독은 이를 그대로 실천에 옮겨 선수들에게 강한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한번 선발로 출장하면 게임이 끝날 때까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교체하지 않는다. 지난 25일 LG전에서 1안타에 그치면서 0-8로 완패했지만 단 한명의 타자도 교체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기회를 준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와 함께 수베로 감독은 수비에서는 파격적이고 과격한 수비 시프트를 구사하고 있다. 심지어 볼 카운트에 따라 시프트가 달라지기도 한다. 때로는 지나친 시프트가 발목을 잡기도 했지만 반대로 효과를 본 것도 적지 않다.
수베로 감독은 여러차례 중계화면에 잡혔듯이 다혈질이다. 더그아웃에서 고함을 지르고 심판에게 흥분된 어조로 어필도 한다. 해태 타이거즈 시절의 '코끼리 김응용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의자를 발로 차며 분을 삭이는 모습과 오버랩될 정도다. 모두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는 의도된 행동들이다.
수베로 감독은 지금 '리빌딩'과 '성적'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쫒고 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성과도 거두고 있다. 젊은 선수들이 일취월장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고무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윌리엄스 감독과 수베로 감독은 다른 스타일이다. 어느 쪽이 낫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윌리엄스 감독과 수베로 감독의 대결도 지나치게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언제든지 승패가 엇갈릴 수 있는 게 야구이기 때문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40년 KBO 리그 역사에 또 다른 한 페이지가 쓰여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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