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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포커스]페르난데스와 터커는 1루수에 3번타자로, 라모스와 프레이타스는 2번타자로---역할 바뀐 외국인타자들 변신은 무죄

2021-03-25 09:29

굳이 따지기는 어렵지만 외국인타자들도 팀에 차지하는 위치는 결코 가볍지 않다. 선발 마운드가 5선발 체제로 움직일 때 외국인투수의 비중이 5분의 2라면 외국인타자는 9분의 1이라고 해도 괜찮을 지 모르겠다.

외국인타자들은 통상적으로 중심타선을 맡는다. 흔히 말하는 클린업 트리오다. 그만큼 장타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외국인타자들을 영입할 때도 장타력에 많은 비중을 두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강한 2번타자 역할을 했던 KIA의 프레스턴 터커(왼쪽)와 두산의 호세 페르나데스는 3번타자 1루수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지난해 강한 2번타자 역할을 했던 KIA의 프레스턴 터커(왼쪽)와 두산의 호세 페르나데스는 3번타자 1루수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이러한 외국인타자들에 대한 평가가 최근들어 조금씩 변하고 있다.

먼저 지난해를 보자.

NC 다이노스의 애런 알테어는 8번타자로 주로 나서 '하위타선 4번타자' 역할을 하며 20-20클럽 가입에다 100안타-100타점까지 기록, 지난해 통합우승의 한축이 됐다. 두산 베어스의 호세 페르난데스는 2번 타자로 나서 200안타 턱밑까지 가는 안타 제조기로 2년 연속 최다안타 1위를 기록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큰 힘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롯데 자이언츠는 딕슨 마차도 덕분에 고질적인 내야 수비가 탄탄해 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마차도는 수비 솜씨와 더불어 136개의 안타를 날리면서 타격도 당초 기대를 웃돌아 '롯데 복덩이'로 1+1년 계약까지 이루어냈다. 또 프레스턴 터커도 지난해 주로 2번타자로 등장해 타율 0.306, 32홈런 113타점으로 KIA 타이거즈의 공격적인 타선에 힘을 불어 넣어 주었다.

아직 시범경기를 치르는 중이라 각 팀마다 라인업이 완전히 확정되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올시즌 외국인타자들의 역할은 지난해와는 또 다른 양상이다.

NC 8번타자로 맹활약을 했던 애런 알테어(오른쪽)는 올시즌 5번타자로, 롯데의 딕슨 마차도는 9번타자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NC 8번타자로 맹활약을 했던 애런 알테어(오른쪽)는 올시즌 5번타자로, 롯데의 딕슨 마차도는 9번타자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우선은 바로 알테어, 페르난데스, 마차도와 터커의 역할과 타순 변동이다. 알테어는 8번타자에서 5번타자로 자리를 옮겼다. 바로 주전 3루수이자 5번타자를 주로 맡았던 박석민이 공백에 대한 대책이다. 이는 페르난데스가 2번타자에서 3번으로 옮기면서 1루수를 겸임하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3번 타자에 1루수였던 오재일이 FA로 삼성으로 이적함에 따른 처방인 것이다.

마차도도 지난해 비교적 타격에 부담이 적은 7~8번 타자에서 9번타자로 나서고 있다. 그만큼 수비뿐만 아니라 타격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터커는 외야수에서 올해 1루수로 자리를 옮기면서 3번타자로 변신해 중심타선의 역할도 떠맡아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LG 트윈스의 로베르토 라모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데이비드 프레이타스는 2번타자 시험(?)을 치르고 있다. 프레이타스는 붙박이 2번타자인 서건창을, 라모스는 오지환을 밀어낸 셈이다. 그나마 프레이타스는 중심타선에 이정후 박병호가 버티고 있다고 하지만 라모스의 2번타자 기용은 다소 뜻밖이다.

지난해 38개의 홈런을 날리며 LG 구단 역사를 새로 쓴 로베르토 라모스는 4번타자에서 2번타자로 임무를 변경했다.
지난해 38개의 홈런을 날리며 LG 구단 역사를 새로 쓴 로베르토 라모스는 4번타자에서 2번타자로 임무를 변경했다.
라모스는 지난해 타율 0.278, 38홈런, 86타점으로 LG 구단 외국인타자 잔혹사를 끊어내며 새 역사를 썼다. 다만 타점에서 보듯 득점권 타율이 낮은 것이 고민이었다. 실제로 라모스가 지난해 5월 25일 kt전에서 끝내기 만루홈런을 날렸지만 만루에서는 15타수 2안타(타율 0.133)에 그치는 등 주자가 있을 때는 의외로 득점타를 날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프레이타스와 라모스의 2번타자 배치는 현대 야구의 트랜드인 강한 2번타자와도 맞닿아 있다. 나름대로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최상의 조합을 찾은 결과물을 시범경기부터 시험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지난해 강한 2번타자 역할을 충실히 해냈던 페르난데스와 터커는 올해 3번타자 1루수로 나서 대조를 이룬다.

아직 누가 마지막에 웃을 지는 모른다. 또 시즌 중에 임무가 바뀔 수도 있다. 역할과 타순이 변경된 외국인타자들이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올시즌의 쏠쏠한 재미가 될 수 있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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