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설적이지만 2021시즌 KIA는 양현종이 미국으로 진출한 것만 빼면 지난해와 달라진 점이 거의 없다는 것이 강점일 수 있다. KIA가 지난해 6위에 오른 것은 사실 투수력보다는 타격 덕분이라고 지나치지 않았다. 단순하게 이 두가지만 가지고 팀 성적을 매길수는 없지만 팀타율 6위(0.274), 팀 평균자책점 8위(5.13)가 이를 증명한다.
무엇보다 올해 타격은 상승곡선을 그릴 여지가 많다. 선두타자 최원준을 비롯해 이창진-프레스턴 터커-최형우-나지완으로 이어지는 1~5번 타선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여기에 햄스트링 부상으로 결장을 자주 한 김선빈, 박찬호가 제 몫을 해 준다면 금상첨화다.
투수력은 애런 브룩스-다니엘 멩덴의 외국인투수 원투펀치에 임기영 이민우의 3~4선발, 김현수 박준표 장현식 김유신 등이 5선발을 다투고 있다. 브룩스와 멩덴의 30승 합작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그러면 3~5선발이 양현종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드류 가뇽 대신 총액 100만 달러로 영입한 다이엘 멩덴과 계약금 3억원으로 입단한 슈퍼루키 이의리(광주일고)가 변수다.
![슈퍼루키 이의리(왼쪽)와 '타팀 경계대상 1호'로 꼽히는 다니엘 멩덴은 올시즌 KIA 마운드의 키포인트다.[사진 연합뉴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103151011570076918e70538d2222111204228.jpg&nmt=19)
'포스트 양현종'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신인 이의리도 5선발 진입 가능성이 있다. 좌완투수라는 강점에다 140㎞가 넘는 빠른 볼, 그리고 배짱투는 신인답지 않다는 느낌마저 주고 있다. 13일 한화와의 연습경기에 선발 임기영에 이어 2번째 투수로 등판해 2⅓이닝동안 총 10타자를 상대해 볼넷 2개, 몸맞는 볼 1개를 내 주었으나 탈삼진 3개를 곁들여 가뿐하게 무실점으로 막아내는 위기 관리 능력도 돋보였다.

KIA의 약점은 올시즌 승부를 걸어야 할 타격과 주루에서 드러난다. 즉 외야수들에 견주어 내야수들의 타격 갭이 너무 크고 베이스러닝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즉 팀의 테이블세터인 최원준, 이창진을 비롯해 중심타선인 최형우 나지완 등이 모두 외야수다. 터커가 지명타자나 1루수로 출장한다고 해도 내야 주전급들인 유민상 류지혁 박찬호 등은 확연하게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진다. 김선빈은 잦은 부상이 문제이고 지난해 팀내 병상타 공동 1위(14개)인 박찬호와 유민상은 타격감을 어떻게 끌어올리느냐가 과제다.
더구나 2019년 도루 39개로 도루왕에 올랐던 박찬호의 타격 부진은 전체적인 도루숫자 감소에다 세밀한 베이스러닝에서 다른 팀에 뒤지면서 득점 생산에도 한계를 드러냈다. 결국 수년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온 세대교체가 여전히 부진한 모습인 셈이다.
또 지난해 박준표 정해영 홍상삼 전상현이 지키면서 불안한 모습들을 자주 보였던 불펜진들도 약점이다. 다만 토미존 수술 뒤 성공적인 재활로 올해 복귀가 예상되는 하준영의 가세로 필승조로 거듭날 수 있다는 희망도 있다.

KIA는 지난해 5할 승률을 넘기고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시행된 2016년 이후 5할 승률을 올리고도 5강에 진출하지 못한 경우는 2019년 kt 위즈에 이어 2번째였다. 하지만 kt는 정확하게 승률이 5할이었지만 KIA는 73승71패로 오히려 5할이 넘었다.
하지만 올시즌은 지난해처럼 한화나 SSG(전 SK)가 허무하게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 5할 승부면 충분하게 5강권에 진입할 수 있다. 즉 지난해 승률만 유지한다면 충분히 가을야구를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양현종의 공백은 오히려 기회다. 물론 꾸준한 로테이션에다 이닝이터 역할을 한데다 두자릿수 승수를 올린 점으로 미루어 공백이 커지만 반대로 중견이나 신인급들이 성장할 수 있는 호기를 맞은 점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신인인 이의리와 2년차 정해영은 좌우 균형을 갖춘 선발자원으로 KIA의 대들보 투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양현종의 공백이 이들의 성장을 앞당길 수도 있다. 양현종의 의존도를 줄인다는 면에서는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요소가 더 많다.

올시즌 외형적 전력만을 두고 볼 때 KIA는 중하위권이다. 오히려 지난해보다 낮다. 올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야 하는 심리적 부담을 안고 있는 2년차 윌리엄스 감독으로서는 무리수가 나올 수 있다. 여기에 같은 외국인 감독으로 부임한 한화 수베로 감독과의 맞대결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정작 본인은 크게 신경을 쏟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역대 외국인 감독이 모두 첫해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루고 심지어 우승까지 했지만 가장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에도 불구하고 5강 진입에도 못한다면 자존심에 큰 상처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이런 점을 지나치게 의식해 무리수를 두거나 어느 한쪽을 지나치게 견제를 하다보면 전체가 한꺼번에 헝클어 질 수도 있다.
모든 팀들에게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주전들의 부상이나 갑작스런 사고도 경계해야 한다. 투수들은 조금만 삐긋해도 허리나 팔꿈치에 이상이 생기고 타자들은 햄스트링이나 발목부상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바로 지난해 김선빈 박찬호의 잦은 부상과 브룩스가 가족 교통사고로 시즌 막판에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5강 진출이 무산된 것이 실례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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