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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포커스]프로야구 2021 눈여겨 볼 것들㉓FA 냉대받은 유희관과 차우찬, 자존심 회복할 수 있나?

2021-03-03 09:51

FA, 자유계약선수. 상상만해도 가슴이 설렌다. 한꺼번에 큰 돈을 움켜 쥘 수 있는 소위 대박 계약이 마치 눈앞에 펼쳐진 듯 어른거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FA 모두에게 대박을 안겨주지는 않는다. 철저한 시장논리에 따라 결정된다. 원하는 팀이 많으면 당연히 가격은 올라가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냉대를 받을 수도 있다. 2021시즌 프로야구에서도 이같은 현상은 두드러졌다.

2021시즌 첫 FA 자격을 얻은 유희관은 1년 계약에 연봉 3억원, 인센티브 7억원에 재계약을 했다.[연합뉴스]
2021시즌 첫 FA 자격을 얻은 유희관은 1년 계약에 연봉 3억원, 인센티브 7억원에 재계약을 했다.[연합뉴스]
두산 베어스의 유희관(35)과 LG 트윈스의 차우찬(34).

중앙대를 졸업하고 2009년에 입단한 유희관은 프로 12시즌만에 첫 FA 자격을 얻었다. 반면 차우찬은 2006년 군산상고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단해 2017년 첫 FA 자격을 얻어 LG로 이적한 뒤 2021시즌에 재자격을 받았다.

이제 30대 중반으로 들어선 이들은 그래도 KBO 리그에서 팀의 에이스로 활약한 간판급 투수들에다 희소성까지 있는 좌완투수들이지만 2021시즌의 FA 계약은 그다지 순탄치만은 않았다.

내심 FA 대박을 기대했을지 모르지만 다른 어느 팀에서도 이들을 원하지도 않았고 원소속팀에서도 큰 환영을 받지 못했다. 소위 냉대를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계약을 보면 묘하게 닮은 꼴이 보인다.

우선 계약기간이 1년과 2년으로 짧다. 즉 1년과 2년이 지나면 다시 FA 자격을 얻는다는 뜻이다. 통상적으로 한꺼번에 받는 계약금은 한푼도 받지 못했다. 연봉도 3억원으로 똑 같고 인센티브도 7억원으로 같다. 서로가 팀이 다르지만 마치 담합이라도 한듯 똑 같다.

두번째 FA 자격을 얻은 차우찬은 2017년 4년전의 6.3%밖에 되지 않는 확정액으로 재계약을 맺었다.[연합뉴스]
두번째 FA 자격을 얻은 차우찬은 2017년 4년전의 6.3%밖에 되지 않는 확정액으로 재계약을 맺었다.[연합뉴스]
먼저 차우찬은 2월 2일에 계약기간 2년 총액 20억원에 계약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큰 액수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확정분은 연봉 각 3억원씩, 6억원뿐이다. 인센티브가 14억원(연간 7억원씩)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인센티브는 일정 성적을 올리거나 일정 이닝을 던지면 주어지는 성과급 성격이다. 받을 수도 있고 못 받을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못 받는다고 봐야 한다.

2017년 삼성에서 LG로 옮겨 올때 계약기간 4년에 계약금 55억, 연봉 10억원으로 총액 95억원에 견주면 그야말로 냉대를 받았다. 단순 확정금액만 놓고 보면 95억원대 6억원으로 6.3%에 불과하다.


차우찬은 통산 15시즌 동안 452게임에 나서 110승(78패1세이브32홀드)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그리고 LG로 이적한 뒤 4년 동안 99게임에서 572이닝 40승30패 평균자책점 4.62였다. 전체 기록만 두고 보면 나름대로 괜찮다고 볼 수 있지만 문제는 2020시즌이었다.

시즌 개막과 함께 2연승을 하며 쾌조의 출발을 보이는 듯 했던 차우찬은 부진과 부상이 겹치면서 13게임에 단 64이닝을 던지며 5승5패 평균자책점 5.34라는 처참한 성적을 남기고 7월 24일 두산전을 끝으로 시즌아웃하고 말았다. 2015년부터 이어오던 두자릿수 승수도 당연히 끝났다.

그나마 차우찬은 스프링캠프가 시작할때 계약이라도 했지만 유희관은 스프링캠프가 한창 진행중인 2월 16일에야 계약을 할 수 있었다. 계약기간 1년에 연봉은 1억7천만원이 삭감된 3억원, 인센티브 7억원이다. 차우찬과 연봉, 인센티브가 똑 같다.

유희관이 FA 1년 계약을 맺은 뒤 전풍 대표이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 두산베어스]
유희관이 FA 1년 계약을 맺은 뒤 전풍 대표이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 두산베어스]
유희관은 잘 알려져 있듯이 패스트볼의 평균구속이 130㎞대밖에 되지 않지만 정교한 제구력을 바탕으로 '느림의 미학'이라는 칭찬을 받으면서 8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올리며 두산의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한 몫을 했다.

2020시즌에는 이용찬이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아웃되고 이영하가 마무리로 보직을 변경한 가운데 풀타임 선발로테이션을 소화했다. 그리고 토종투수로는 최원준과 함께 팀내 다승공동 1위( 27게임 10승11패 평균자책점 5.02)까지 올랐다. 여기다 좌완으로 장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희관은 첫 FA에서 냉대를 받았다. 지난해 패스트볼의 평균구속은 129㎞로 예년에 비해 더 떨어졌다. 구위로 승부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이것을 극명하게 증명한 게임이 2020포스트시즌이다.

유희관은 kt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 가서야 첫 선발 등판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3타자를 상대로 3안타를 맞고 ⅓이닝만에 물러났다. 유일하게 잡은 아웃카운트도 야수들의 중계 플레이로 잡았다. 실제로 선발투수로 한 역할이 없었다. 최악의 선발이었다.

이 바람에 유희관은 NC와의 한국시리즈에 단 한게임도 출장하지 못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나온 이야기지만 넓은 구장으로 투수 친화적인 잠실구장이 홈구장인데다 두산의 좋은 수비 덕분에 두자릿수 승수를 올렸을뿐이라는 말이 또다시 나왔다. FA지만 다른 어느 팀에서도 욕심을 내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다.

프로선수들은 개인 스스로가 하나의 상품이나 마찬가지다. 스스로가 최상의 상품임을 증명해야 가치가 올라간다.

이제 유희관과 차우찬은 자신이 아직 쓸모있는 상품임을 증명해야 할 시간들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여전히 팀에서 필요한 투수로 남을 수 있느냐 아니면 도태하느냐는 올해가 고비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유희관과 차우찬의 2021시즌은 더 없이 중요하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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