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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포커스]프로야구 2021 눈여겨 볼 것들⑮이대호, 2년 동안 우승하고 은퇴하겠다는 약속은 지킬 수 있을까?

2021-02-19 09:49

올해 만 39살에 접어드는 이대호는 2년 내에 우승하고 은퇴하겠다는 의지로 계약서에 옵션 조항을 삽입하는 FA 계약을 맺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올해 만 39살에 접어드는 이대호는 2년 내에 우승하고 은퇴하겠다는 의지로 계약서에 옵션 조항을 삽입하는 FA 계약을 맺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KBO 리그의 레전드인 이대호(롯데)가 과연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더 달 수 있을까?

이대호는 자타가 공인하는 KBO 리그 대표 타자다. 2010년 타격 7관왕에 욜라 KBO 리그를 평정했으며 한국, 일본, 미국 등 3개국 야구를 모두 경험하기도 했다.

2012년부터 4년 동안 일본프로야구, 그리고 2016년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를 거쳐 첫 FA 자격으로 2017년 계약금 50억원, 연봉 100억원 등 총액 150억원에 4년 계약을 하며 국내에 유턴해 최고액 선수로 우뚝 선 경력도 갖고 있다.

그리고 그는 2021년 두번째 FA 계약에 나섰다.

'천하의 이대호'였지만 '나이를 이기는 장사가 없다'는 말처럼 만 39살을 앞두고 나타나는 에이징커브는 어쩔 수 없었다. 따라서 그의 연봉 계약을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구단과 이대호는 협상 소식을 함구했다. 계약이 늦어지면서 계약기간이나 금액에 대해 차이가 많이 나고 있다는 추측만 했을 뿐 그 어떤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2월 1일 프로야구 각 구단들이 시즌 개막에 대비한 스프링캠프를 앞둔 직전인 1월 29일 롯데 이대호가 묘한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이대호(왼쪽)가 1월 29일 롯데와 2년 총액 26억원에 FA계약을 마친 뒤 이석환 대표이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왼쪽)가 1월 29일 롯데와 2년 총액 26억원에 FA계약을 마친 뒤 이석환 대표이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롯데 자이언츠]
조건은 계약기간 2년에 계약금 8억원, 연봉 16억원, 옵션 2억원 등 총액 26억원이다.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영원한 롯데맨으로 상당한 배려를 했다는 중론이지만 지난 4년전 첫 FA 4년계약을 2년으로 나누어 단순계산으로 따져보면 계약금은 21억원, 연봉은 17억원이 줄었다. 특히 이 가운데 눈길을 끈 부분은 옵션 2억원이다.

이에 대해 계약을 마친 뒤 구단을 통해 "2년 내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뒤 현역 은퇴하고 싶다"며 은퇴 계획을 먼저 밝힌 이대호는 "팀이 우승을 하면 1억원을 지역 불우이웃을 위해 100% 기부하는 조건의 옵션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에이전트는 계약이 늦어진 데 대해 은퇴시기를 결정하는데 조율이 필요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즉 이대호가 은퇴하기 전에 반드시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는 것이 이대호의 두번째 FA 계약과 관련된 요지인 셈이다.

프로원년 멤버인 롯데는 지금까지 1984년과 1992년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 경력을 갖고 있다. 더구나 롯데는 이대호가 입단한 첫해부터 4년(2001년~2004년)동안 연속 꼴찌를 했다. 39시즌 동안 9번이나 꼴찌를 해 역대 최다 꼴찌팀이다. 심지어 2019년에도 꼴찌를 했다.

덩달아 이대호도 KBO리그에서 뛴 15시즌 동안 포스트시즌에는 단 5차례밖에 나서지 못했다. 준플레이오프전 4차례(2008년~2010년, 2017년), 플레이오프전 1차례(2011년)에 나섰을 뿐이다. 한국시리즈 무대는 아직까지 한번도 경험조차 하지 못했다. 특히나 2011년 SK와의 플레이오프전에서는 5게임에서 18타수 2안타(1홈런) 2타점으로 타율 0.222에 그치면서 물방망이로 전락하기까지 했다.

즉 2001년에 프로에 입단해 일본과 미국에서 지낸 5년을 제외한 15시즌 동안 1900개의 안타에 332개의 홈런을 날리며 통산타율 0.309에다 도루를 제외한 모든 타격 타이틀을 한차례 이상씩 거머쥐며 KBO 리그를 호령했지만 아직도 한번도 팀 우승에는 기여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계약서에 사인한대로 옵션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과연 롯데가 2년 내에 우승할 수 있느냐가 열쇠다.

물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올해 롯데는 외부 영입을 하지 않아 외형상으로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 외야 주전인 민병헌이 뇌동맥류가 수술을 받는 바람에 오히려 펑크가 났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9승(12패)을 올린 애드리안 샘슨을 대체한 앤더슨 프랑코와 초고교급으로 평가받는 좌완투수 김진욱(강릉고)과 내야수 나승엽(덕수고)이 1군 무대에서 어떤 성적을 거두느냐에 따라 지난해보다 오히려 더 좋은 전력을 보일 수도 있다. 여기에 올해를 마지막으로 FA 자격을 얻는 손아섭, 정훈의 활약도 변수다.
고졸 신인 타자로는 격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나승엽이 스프링캠프에서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고졸 신인 타자로는 격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나승엽이 스프링캠프에서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무엇보다 롯데는 2020시즌 허문회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나름대로 끈끈함을 보여주었다. 시즌 초반 반짝하다 중반 이후 맥없이 물러서는 모습도 많이 사라졌다. '8월에 치고 올라간다'(8치올)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는 가하면 9월에는 아직 음력으로 8월이 끝나지 않았다며 평소와는 다른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결국 시즌 성적은 7위로 마무리했다.

자신의 화려한 야구 커리어에 우승이라는 타이틀까지 보탠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불명예스럽게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장 자리를 물러난 오명도 한꺼번에 털어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올해 롯데는 5강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가을야구에 합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짐의 모두는 아니더라도 상당부분은 이대호가 짊어져야 할 부분이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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