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KBO 리그에 현역선수로 20승을 경험한 투수는 단 한명도 남아 있지 않다. 그렇지만 여전히 20승 투수 탄생은 가능해 보인다.
우선은 외국인 투수들이 눈에 띈다. 2019시즌 알칸타라와 마지막까지 다승 1위 싸움을 하면서 1승차이로 20승을 놓친 드류 루친스키(NC 다이노스)가 건재하다. 지난해 통합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한 루친스키는 여전히 최강 멤버의 타력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지난해처럼만 해 준다면 충분히 20승 이상도 가능해 보인다.
여기에 지난해 15승 이상을 거둔 케이스 켈리(LG),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KT 위즈), 데이비드 뷰캐넌(삼성 라이온즈), 댄 스트레일리(롯데 자이언츠) 등도 20승 투수로 기대를 걸만하다.

여기에 올해 외국인투수 최고액인 100만달러(계약금, 연봉, 인센티브, 이적료 포함)에 KBO리그로 둥지를 튼 다니엘 멩덴(KIA 타이거즈)이나 윌머 폰트(SK 와이번스), 앤드류 수아레즈(LG 트윈스) 등도 20승 투수 복병들이라고 할 수 있다.

또 2020시즌 나란히 토종 투수 최다승(13승)을 올린 박종훈(SK 와이번스)과 소형준(KT 위즈)도 눈여겨 봄직하다.
박종훈은 언더핸드스로에다 큰 투구동작으로 주자가 나가면 잇달아 도루를 허용해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지만 지난해 9위에 머문 바닥권의 팀 성적에도 13승을 올린 점을 감안하면 2021시즌에 팀 타선 뒷받침을 받는다면 첫 언더스로 20승 투수로도 기대를 걸어볼만 하다.
사이드암 투수로 1997년 김현욱(당시 쌍방울 레이더스)이 20승을 올린 적이 있지만 이때 김현욱은 선발이 아닌 중간계투로 나서서 모두 올린 승수였다.

지금까지 KBO 리그 40년 동안 20승 이상을 올린 투수가 나온 적은 모두 21차례 17명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선동열(전 해태 타이거즈)이 3회(1986년, 1989년, 1990년)로 가장 많고 고 최동원(전 롯데 자이언츠)과 김시진(전 삼성 라이온즈)이 각각 두 차례씩 20승 투수 대열에 올랐다. 말 그대로 KBO 리그의 레전드 투수들이다.
그나마 프로야구가 출범하고 선발이나 중간, 마무리 투수가 정착되지 않은 1980년대에 20승 투수가 10명이나 나왔으나 1990년대에는 단 4명, 2000년대에는 2007년 다니엘 리오스(두산) 단 한명에 그쳤다. 그리고 수준급 외국인투수가 영입되기 시작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외국인 투수들 5명이 20승 투수 대열에 올라섰을 뿐이다.
심지어 현재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류현진(전 한화 이글스)이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2년차 메어저리거가 된 김광현(전 SK 와이번스)조차도 단 한 차례도 시즌 20승을 올리지 못했다. 그야말로 난공불락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2021시즌 20승 투수의 맥을 잇는다면 외국인선수일까? 아니면 토종 투수일까?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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