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똑같이 프로야구 원년부터 함께 한 두산 베어스(OB 베어스 포함)가 6회, LG 트윈스(MBC 청룡 포함)와 롯데 자이언츠가 각각 2회씩인 것과 비교해도 전통적인 강호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요즘 삼성을 어느 누구도 강호로 인정하지 않는다.
바로 지난 5년 동안 성적 때문이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의 성적은 9-9-6-8-8이었다. 완전한 바닥권이다. 그나마 최하위는 하지 않아 다행이라는 한숨(?)이 나올 정도다.
무엇보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동안의 성적인 1-1-1-1-2와 견줘보면 그야말로 천당에서 한순간에 지옥으로 떨어진 꼴이나 마찬가지다.
이를 두고 삼성의 팬들은 '라팍의 저주'라고 부른다. 즉 삼성 라이온즈가 홈구장을 초현대식 시설을 갖춘 '라이온즈파크'로 옮기고 난 뒤에 아예 선두권은 커녕 가을야구조차 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초가집에서 기와집으로 옮기고 나니 가세가 완전히 기울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삼성이 홈구장을 대구 고성동에 있는 야구장을 떠나 총 공사비 1,660억원(국비 210억원+시비 956억원+삼성그룹 500억원)을 들여 2만 명 안팎을 수용할 수 있는 팔각형 새 야구장인 라팍으로 옮긴 해가 바로 2016년이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삼성은 내리막길을 탔다.
묘하게 이때 또 겹친 것이 있다. 삼성그룹에서 운영하는 모든 스포츠단 운영을 제일기획이 맡으면서 자연스럽게 삼성 라이온즈의 모기업도 제일기획으로 바뀐 것이다. 이제 프로야구가 30년이라는 세월을 훌쩍 넘었으므로 자생력을 갖추는데 중점을 두었다는 것이 당시의 설명이었다.
구단의 자금사정이 팍팍해졌다. 배영수(두산 코치), 최형우(KIA), 박석민(NC), 차우찬(LG) 등 간판 투타자들이 FA로 모두 팀을 떠났다. 2017년 우규민, 이원석, 2018년 강민호을 외부 FA로 영입했지만 전체적으로 중량감이 떨어졌다. 대신 내부에서 젊은 선수들을 장기적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의욕은 좋으나 현실은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이렇게 형식상 균형을 맞추는 듯 보였지만 속 사정은 달랐다. 바로 삼성 그룹 차원에서 제일기획과 함께 삼성이 운영하는 스포츠단을 통째로 매각하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 원매자에게는 수년간의 스포츠단 운영 자금을 내겠다는 제안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이렇게 힘든 시기를 보내는 동안 삼성의 젊은 피들이 조금씩 자라났다.

김동엽은 2017년 22개, 2018년 27개의 홈런을 날렸던 김동엽은 2019년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홈런 6개, 타율 0.215로 '커리어 로'였으나 2020시즌 20개 홈런에 개인통산 최다안타(129개)에 팀내 최고타율(0.312)을 기록했다.
왼손 거포인 오재일의 합류는 팀 타선에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는 자극제다. 특히 오재일이 라팍에서 강했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16개였던 홈런은 훌쩍 뛰어 넘어 자신의 시즌 최다 홈런(27개)도 훌쩍 넘길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구자욱, 김상수와 박해민, 강민호가 뒤를 받치고 있다. 메이저리그 출신으로 일본프로야구를 경험한 외국인타자 호세 피렐라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올시즌 삼성 타선은 공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2020시즌 외국인 투수 잔혹사를 깨고 역대 팀 최다이닝 신기록과 최다승리 타이기록을 세운 데이비드 뷰캐넌이 가족과 함께 입국해 2021시즌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다.[사진 삼성 라이온즈 제공]](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102091010130082718e70538d2222111204228.jpg&nmt=19)
뷰캐넌은 2020시즌 27게임에서 174⅔이닝을 던져 ‘구단 외국인 선수 최다 이닝 기록’을 세웠고, 15승 7패 평균자책점 3.45 ‘구단 역대 외국인 투수 최다승 타이’도 기록했다.
벤 라이블리는 21게임 6승7패(평균자책점 4.26)에 그쳤지만 6~7이닝을 너끈히 던질 수 있는 투수임을 감안하면 토종 에이스로 떠오른 최채흥과 3년차를 맞은 원태인의 달라진 모습도 기대된다. 여기에 지난시즌 중반에 합류한 오승환까지 전체적으로 투타의 균형을 맞추었다.
문제는 이들 투타자들을 어떻게 적절히 활용하는냐다. 2년차를 맞은 허삼영 감독은 누구보다 데이터야구를 신봉한다. 지나친 데이터야구는 자칫 현장감과 괴리될 수도 있다. 2020시즌 한해를 보내면서 허삼영 감독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현장과 데이터의 적절한 조화가 무엇보다 필요해 보인다.
삼성이 지난 5년 동안 '라팍의 저주'라는 말까지 들으면서 당했던 수모를 벗어날 수 있는 호기가 바로 2021시즌이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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