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한 지붕 두 가족''잠실 라이벌'로 불리는 두산과 LG도 마찬가지다. 묘하게 두 팀이 만나면 끈끈한 승부가 펼쳐진다.
굳이 멀리 갈 것도 없이 2020시즌 15차전과 최종전이나 2013년 이후 7년만인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만난 두 팀의 결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해 9월 19일에 열린 정규리그 15차전에서는 LG가 5-2로 앞서다 4회에 4점을 줘 역전을 당했으나 8회와 9회에 연속 득점으로 간신히 9-6으로 재역전승했고 최종전에서는 두산이 2-5로 뒤지다 8회에 3점을 뽑아 동점을 만든 뒤 9회말에 박세혁의 끝내기 안타로 극적인 6-5로 역전승을 거두었다.
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3전2선승제로 축소돼 열린 2020준플레이오프전에서 두산은 LG에 1차전 4-0, 2차전 9-7로 이겨 2승을 거두고 플레이오프전에 진출했다. 두산이 쉽게 2승을 거둔 것 같지만 실제 내용에서는 거의 대등한 경기였다.

지금까지 프로야구 39년동안 통산 성적을 보면 두산은 4915게임에서 2532승 2287패 96무승부로 승률 0.525에 이른다. 이와 달리 LG는 2347승 2457패 111무승부로 승률 0.489였다.
이를 두 팀끼리 상대전적으로 좁혀보면 두산이 370승 317패 18무. 승률 0.539로 우세를 보이고 있다. 승리가 53승이나 더 많다. 이를 두산의 통산 승률과 비교해도 1푼4리나 더 높다. 반대로 LG의 두산전 승률(0.461)은 1푼8리나 떨어진다. 즉 두산은 다른 팀들보다 LG전에서 승리를 더 많이 따냈고 반대로 LG는 두산전 패배가 많았다는 뜻이다.
LG가 창단한 1990년 이후로 비교해도 두산이 앞선다. 1990년~1999년까지 LG는 98승 78패 6무로 두산에 앞섰으나 2000년 이후 두산전 통산 성적은 149승 215패 7무로 승률은 0.409에 그쳤다. 통산 승률에 무려 8푼이나 뒤졌다.
LG가 두산에 앞선 시즌은 2014년에 8승7패(1무)로 앞선 것이 가장 최근이다. 2015년에는 8승8패로 균형을 이루었으나 2016년부터 2020시즌까지 5시즌 연속으로 단 한차례도 두산을 앞서지 못했다. 2018년에는 시즌 최종전에서 간신히 승리해 1승(15패)을 했을 뿐이고 2019년에는 6승10패, 2020에는 6승9패(1무)였다.
올해 두산과 LG는 변함없이 강력한 5강 후보로 꼽힌다. 심지어 LG는 우승후보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두산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KBO 리그 사상 최초의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두산은 원투 펀치 역할을 한 외국인투수인 라울 알칸타라는 일본으로, 크리스 플렉센은 메이저리그로 복귀하고 FA였던 최주환은 SK, 오재일은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투타에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대신 아리엘 미란다와 워커 로켓을 영입했지만 지난해 알칸타라와 플렉센을 완벽하게 대체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2020시즌 선발로 나서 대성공을 거둔 최원준과 이영하가 다시 선발로 복귀하고 내부 FA로 아직 계약을 하지 못한 선발 자원인 유희관과 이용찬이 합류하더라도 전체적인 마운드의 힘은 약해졌다.
최주환과 오재일의 공백도 커 보인다. 물론 두산이 '화수분 야구'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내야의 뎁스가 깊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당장 한해의 홈런 20개 내외를 날리는 내야수 2명을 대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와 달리 LG는 지난해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프랜차이즈 스타출신인 류지현 감독으로 사령탑이 바뀌면서 팀 분위기가 일신했다. 김동수 수석코치, 이병규 타격코치, 이종범 작전코치 등 코칭스태프들도 화려하다.
2020시즌 15승을 올린 케이시 켈리에다 왼손투수인 앤드류 수아레즈가 합류했고 38홈런으로 LG 외국인타자 사상 최다 홈런을 날린 로베르토 라모스도 그대로 남아 전력손실을 최소화했다.
여기에 약간 늦기는 했지만 FA 차우찬이 합류했고 정찬헌, 임찬규, 이민호의 토종 선발요원들도 건재하다. 진해수, 정우영, 고우석으로 이어지는 필승 불펜진도 믿음직하고 타선도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영원한 3할타자 김현수를 비롯해 이형종 채은성 유강남에다 12시즌만에 처음으로 3할대 타율을 기록한 내야수비의 핵인 오지환도 여전하다.
2011년 8월10일 베어스 단장으로 업무를 시작한 이후 만 10년째를 맞은 김태룡 두산 단장은 “지난해 우승팀 NC가 좋지만 LG도 좋다. 굳이 보자면 두 팀이 1, 2번이다. 우리 위에 있다”며 “그중에서도 LG는 백업들이 좋아졌다. 전반적으로 층이 두꺼워졌다”고 평가했다. 올해만큼은 두산이 LG를 넘어서기 어렵다는 뜻을 넌즈시 비춘 셈이다.
이처럼 전체적으로 두산이 다소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라이벌전은 결코 승리를 예단할 수 없어 더욱 흥미롭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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