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위팀들은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하위권에서 전전하기가 일쑤다. 자주 패하게 되면 다른 팀들의 집중공략 대상이 되면서 패배를 당연시하는 마음까지 들게 된다. 꼴찌팀 선수들운 말할 것도 없고 열성팬들조차 마치 자신들이 꼴찌인양 느끼기도 한다.
지금까지 꼴찌를 가장 많이 한 팀은 롯데 자이언츠다. 롯데는 2001년부터 2004년까지 4년 연속 꼴찌를 하는 등 통산 9번 꼴찌를 했다. 그 다음이 한화로 7번이다. 그동안 우승은 롯데가 두 차례, 한화는 한차례에 그쳤다. 그만큼 상위권보다는 하위권에 머문 시기가 많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2000년대만 놓고 보면 가장 많이 꼴찌를 한 팀은 한화 이글스다. 더구나 이 꼴찌가 2010년대에 집중되어 있다. 모두 여섯 차례나 된다.
2009년과 2010년에 연속 꼴찌(8위)를 한 것을 시작으로 2012년~2014년까지는 3년 연속 꼴찌였고 지난해에도 꼴찌였다. 특히 NC 다이노스가 신생팀으로 참가해 9개 팀이 된 2013년과 2014년에도 9위로 최하위였고 또 KT 위즈가 창단돼 10개 구단이 된 2016년 이후에도 2020년대를 여는 첫 머리에서도 또 바닥권으로 굴러 떨어졌다.

하지만 한화는 2000년대 이전까지는 강팀으로 군림한 적도 있었다. 1986년 대전과 충남북을 연고지로 KBO 리그 제7구단으로 창단해 첫해에 7위를 했지만 1988년부터 1992년까지 5년 동안 네 차례나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최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리고 매직리그와 드림리그로 나누어 열린 1999년에는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거머 쥐었다. 이해 한화는 매직리그에서 삼성에 1승이 모자라 2위를 한 뒤 최고 승률을 올린 드림리그 1위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전에서 4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뒤 삼성을 누르고 올라온 롯데에 4승1패를 하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한화의 이런 전성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2006년 2위, 2007년 3위에 오르기는 했지만 2009년 창단 첫해인 1986년 이후 처음으로 23년만에 꼴찌를 한 뒤부터는 지금까지는 매년 바닥권을 전전하는 만년 하위팀으로 이미지를 굳히고 말았다. 이동안 2018년 3위가 최고 성적이었고 모두 6위권 밖으로 바닥권에서 헤맸다.
이제 한화는 2021시즌을 맞으면서 하위권 탈출을 위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해 정규리그 막바지인 10월 22일 레전드 타자인 김태균의 은퇴 발표를 시작으로 정규리그가 끝나고 불과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11월 6일에는 이용규, 송광민, 안영명, 최진행 등 베테랑 선수 11명을 방출한데 이어 송진우, 장종훈 등 팀 레전드 코칭스태프 10명과도 모두 재계약을 포기하는 초강수를 두며 리빌딩을 선언했다.
외부 영입을 통한 리빌딩보다는 팀내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한 리빌딩이었다. 리빌딩의 책임자로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비롯해 수석코치에 대럴 케네디, 투수코치에 호세 로사도, 타격코치에 조니 워싱턴을 각각 영입했다. 1군의 핵심 코칭스태프 보직을 모두 외국인 으로 바꾼 것이다.

즉 '실패할 자유'와 '신념'이다. 실패에 얽매인다면 더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마음에 두지 않는 마음가짐과 함께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면 실패를 하더라도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플레이할 때 스스로에게 신념을 가진 선수는 당장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더 좋아질 확률이 높고 신념이 있는 선수는 실패하더라도 다음날 피하지 않고 같은 상황에서 도전하고 성공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수베로 감독은 "리빌딩 과정이라고 해도 승리를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리빌딩에도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즌을 마쳤을 때 어떤 순위에 있느냐는 것보다 선수단이 얼마나 성장했는지가 중요하다. 성적보다 가고자 하는 방향과 과정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임기 중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외부영입도 없고 베테랑들은 모두 방출됐다. 코칭 스태프 수뇌부가 모두 미국야구에서 능력이 검증되었다고는 하지만 한화는 여전히 2021시즌에도 하위 후보일 수밖에 없다. 덩달아 이제 대부분 주전들은 젊은 선수들의 차지가 됐다. 젊은 선수들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이들이 튀는 모습을 보이면 올해 한화는 예상외의 성적을 거둘 수도 있다.
한화는 2021시즌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까?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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