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시즌이 끝난 뒤 한달 가량 한국에 그대로 머물렀던 윌리엄스 감독이 미국으로 돌아간지 채 한달도 되지 않은 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광주로 이동했다.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따라 '나홀로 집에서' 2주 동안 자가격리를 하면서 스프링캠프 구상을 하게 된다.
처음으로 한국생활을 경험하게 될 수베로 감독은 이보다 늦은 11일에 입국한다. 구단에서 마련한 대전 숙소에서 역시 2주 동안의 자가 격리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국내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사상 처음으로 '두 외국인 감독 시대'를 맞은 KBO 리그에서 이제 두 외국인 감독이 맞붙어야 할 시간이 점차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윌리엄스 감독과 수베로 감독은 미국에서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소위 '금수저'와 '흓수저'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윌리엄스 감독은 메이저리그 통산 올스타 5회, 실버슬러거 5회, 골든글러브 4회, 홈런과 타점에서도 한차례씩 1위에 오르는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주전 3루수 겸 4번타자로 활약하며 김병현과 함께 월드시리즈 우승을 한 경력도 있다. 여기에다 워싱턴 내셔널스 감독을 역임하는 등 지도자 생활도 메이저리그였다.
이와 달리 수베로 감독은 1990년 캔자스시티 로열스에 입단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텍사스 레이저스를 거쳐 5년 동안 활동했지만 마이너리그 AA에도 올라가지 못했을 정도로 지독한 무명선수였다. 지도자 생활도 2001년 텍사스 레이전스의 루키팀인 걸프코스트 레인저스 코치를 시작으로 2016~2019년 밀워키 브루어스의 내야 1루 주루코치 생활이 전부일 정도로 윌리엄스 감독과는 비교가 안된다.
무엇보다 가장 다른 점이 있다. 윌리엄스 감독이 메이저리그 지도자 생활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KBO 리그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면 수베로 감독은 코로나19로 마이너리그가 열리지 못하면서 2020시즌을 아예 쉬어야 했다. 그리고 2021시즌도 불투명한 가운데 한화의 감독 제의를 받아 들였다.
이렇게 KBO 리그에 발을 들여 놓은 사정은 다르지만 이들 두 외국인 감독은 개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함께 하는 동안은 팬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해외로 스프링캠프를 나가지 못하고 국내에서 캠프를 차려야 하면서부터 두 외국인 감독은 관심의 대상이자 초점이다. 여기에다 올 한해동안 16차례 맞대결을 해야 하고 그리고 144게임을 치르는 동안 끊임없이 비교되며 '외국인 감독 라이벌'이란 달갑지 않은 말을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윌리엄스 감독은 2020시즌이 KBO 리그 적응기였다면 남은 2년은 성적 시험대다. KIA는 2019년 62승80패2무(승률 0.437)로 7위에 머물렀으나 윌리엄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20시즌에는 73승71패(승률 0.507)로 승률을 끌어 올리고 순위도 한계단인 6위에 올랐다. 그러나 가을야구 진출에는 뭔가 부족했다.
2008년 롯데 감독으로 부임한 제리 로이스터 감독, 2017년 SK 사령탑을 맡은 트레이 힐만 감독이 부임 첫해부터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성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KIA의 윌리엄스 감독에 대한 신임은 대단하다. 올시즌 윌리엄스 감독에게 퓨처스 리그 운영 권한까지 맡긴 것이 이를 증명한다. 즉 윌리엄스 감독은 1군과 2군 총괄감독이 된 것이다. 이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2군 선수 육성에도 눈을 돌려 달라는 구단의 간곡한 요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윌리엄스 감독이 추구하는 선수단 쇄신이나 선진야구 도입이 조금씩 빛을 보고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윌리엄스 감독의 어깨에 과중한 짐이 지워져 있다면 수베로 감독은 다소 홀가분하다. 이미 더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팀 성적이다. 2020시즌이 끝난 뒤 웬만한 베테랑 선수들은 모두 정리했다. 그리고 1군 코치의 수뇌부는 모두 외국인 코치로 바꿨다. 수베로 감독이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흰 백지 상태로 팀을 맡긴 것이나 다름없다.
한화가 수베로 감독에게 바라는 것은 당장의 성적보다는 중장기적인 팀 체질 개선이다. 수베로 감독이 마이너리그에서 지도자생활을 하는 동안 켄리 잰슨, 페드로 바에즈. 코리 시거. 올랜도 아르시아 등 메이저리그에서 쟁쟁한 선수들을 길러낸 경험을 한화에서도 발휘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수베로 감독은 "한화는 리빌딩 단계에 돌입했고 젊은 선수들이 핵심이다. 성공적인 리빌딩에는 성장통과 인내가 필요하다.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젊은 선수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항상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하루 아침에 팀이 바뀔 수는 없다. 재임 3년 안에 포스트시즌에 나갈 수 있는 팀으로 만들과 그 성과를 바탕으로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팀으로 변모시키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이미 KBO리그를 한해 경험한 윌리엄스 감독, 처음 한국무대를 밟는 수베로 감독이 그려낼 올시즌이 그래서 더 기대된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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