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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포커스]'좌완 레전드' 문턱에 들어선 구창모, 수모의 한해를 보낸 토종 투수 자존심을 찾아 줄까?

2020-12-29 09:27

비록 규정이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올시즌 무패투수로 10연승을 구가중인 구창모는 2021시즌을 더욱 기대케 해 준다.
비록 규정이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올시즌 무패투수로 10연승을 구가중인 구창모는 2021시즌을 더욱 기대케 해 준다.
구창모(NC)가 잃어버린 토종 투수들의 자존심을 찾아 줄 수 있을까?

2020시즌은 토종 투수들에게는 최악이자 수모의 한해였다. 그 어느 누구도 15승의 벽을 넘지 못했다. 아니 15승은 고사하고 1982년 우리나라에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래 토종 투수 다승 1위의 승수가 역대 최저였다.

올시즌 토종 투수로는 고졸 새내기로 신인상을 움겨 쥔 소형준(KT)과 박종훈(SK)이 올린 13승이 최고였다. 10승 이상 올린 투수도 총 21명 가운데 8명에 그쳤다. 지금까지는 2009년 윤성환(삼성) 조정훈(롯데), 2013년 배영수(삼성)가 올린 14승이 토종 투수 가운데 최저 승수였다.

이처럼 올해 토종 투수들이 힘을 쓰지 못한데는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진 덕분이기도 했지만 그동안 토종투수의 대들보 역할을 했던 김광현이 메이저리그로 진출하고 양현종(KIA)의 부진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지난해 17승을 올리며 토종 다승 1위에 올랐던 이영하(두산)가 8월까지 14게임에서 2승6패로 부진하자 마무리로 보직을 변경했고 이용찬(두산)마저 부상으로 시즌 아웃을 한 것도 한몫을 했다.

KBO 리그에 처음으로 외국인선수들이 영입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올시즌까지 23시즌 동안 외국인투수가 다승 1위에 오른 것은 모두 9차례였다.

2002년 마크 키퍼(두산·19승9패)를 시작으로 2007년 다니엘 리오스(두산· 22승5패). 2009년 아킬리노 로페즈(KIA·14승5패), 2014년 앤디 밴헤켄(키움·20승6패), 2015년 에릭 해커(NC·19승5패), 2016년 더스틴 니퍼트(두산·22승3패), 2018년 세스 후랭코프(두산·18승3패), 2019년 조쉬 린드블럼(두산·20승3패), 그리고 올시즌 라울 알칸타라(두산·20승2패)가 그 주인공이었다.

KIA의 양현종은 7년 연속 두자리 승수(11승)을 올리기는 했지만 2013년 이후 평균자책점은 4.70으로 가장 좋지 않았다.
KIA의 양현종은 7년 연속 두자리 승수(11승)을 올리기는 했지만 2013년 이후 평균자책점은 4.70으로 가장 좋지 않았다.
이와달리 토종 투수는 2013년 배영수(삼성·14승4패), 2017년 양현종(20승6패)이 4년 간격으로 다승 1위를 한 뒤 아예 투수 전부문을 외국인 투수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뒷켠으로 물러났다. 이를 감안하면 다시 4년째가 되는 내년에는 토종투수가 다승 1위가 될 수 있는 시즌이다.

그리고 그 가능성도 어느때보다 크다.


올해 유일하게 20승 투수로 등극한 알칸타라가 일본으로 진출한 것을 제외하면 다른 외국인 투수들이 대부분 건재하지만 이들과 겨루어도 조금도 손색이 없는 토종 투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바로 류현진-김광현-양현종의 좌완 계보를 잇는 구창모다.

올해 구창모는 5월 7일 삼성전 6이닝 무실점 첫 선발승을 시작으로 7월26일까지 13게임에 나서 9승무패 평균자책점 1.55의 압도적인 피칭으로 단숨에 차세대 에이스로 떠올랐다. 2019년 9월 15일 삼성전 5⅓이닝 1실점 승리투수까지 포함하면 10연승이다. 구창모는 이때까지 KBO 리그 사상 최초로 단일시즌 무패 투수의 등장까지 기대가 될 정도로 압도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그러나 호사다마랄까. 잠시 휴식 차원에서 2군으로 내려갔다가 왼팔 전완부 염증 발견으로 전열에서 이탈하고 말았다. 회복-재발을 거듭하다 거의 세달이 지나 시즌 막바지인 10월24일 LG전에 시즌 첫 불펜으로 나섰다. 한국시리즈에 대비한 워임업 성격이 짙었다.

2020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7이님 무실점 쾌투를 한 구창모가 밝은 얼굴로 더그아웃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0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7이님 무실점 쾌투를 한 구창모가 밝은 얼굴로 더그아웃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규리그 마지막 삼성전에서 마지막 구위(5이닝 3실점)를 점검한 구창모는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1패를 안았으나 2승2패로 균형을 이룬 5차전에서 7이닝 5피안타 무실점으로 쾌투, NC의 통합우승을 이끄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 빅게임 가운데 빅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시리즈, 그것도 포스트시즌에서 더욱 무서운 힘을 발휘하는 두산을 맞아 완벽하게 부활한 구창모의 모습은 2021시즌을 기대케 하기에 충분했다.

이제 구창모는 1982년 박철순이 세운 투수 최다연승인 22연승에 12연승을 남겨 놓고 있다. 올시즌과 같은 구위를 이어간다면 결코 무리한 도전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전인미답의 단일시즌 무패 투수에 2010년 류현진 이후 첫 1점대 평균자책점도 가능하다. 또 도쿄올림픽에서 국가대표 에이스 역할도 해야 한다. 그만큼 이 모든 것들을 기대해도 될 정도로 구창모의 구위는 압도적이다.

그래서 구창모가 맞이할 2021시즌은 그 어느때보다 남다를 수밖에 없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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