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에서 첫 출발은 서로 틀렸다. 소형준은 당당히 4선발로 처음부터 낙점을 받았으나 이민호는 불펜이었다. 그래도 프로 데뷔전은 이민호가 먼저 시작했다.
이민호는 코로나19로 한달이상 늦게 개막된 KBO 리그 개막 2차전인 5월 6일 두산전에 0-5로 뒤진 6회초에 3번째 불펜투수로 나와 1피안타 무실점의 프로데뷔전을 치렀다. 그리고 이틀날인 5월 7일에는 2번째 불펜투수로 나서 2이닝을 2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하룻만에 1이닝을 더 던지게 했지만 새내기답지 않은 경기운영이나 안타를 맞고도 굿굿하게 자신의 볼을 던지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불펜으로 나서 인정을 받은 이민호와 달리 소형준은 처음부터 선발로 나섰다.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윌리엄 쿠에바스, 배제성에 이어 4선발이었다. 더구나 소형준의 첫 상대는 2019년 통합챔피언인 두산 베어스였다. 여기에 시즌 개막과 함께 팀은 3연패에 빠졌다. 이런 위기에 등판한 소형준은 두산의 막강한 타선을 5이닝동안 5피안타 2실점으로 막아내며 신인으로 첫 승리를 따내는 감격을 안았다.

2게임 연속 불펜으로 나서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듯 삼성 타선을 상대로 그야말로 눈부신 호투를 했다. 탈삼진은 2개에 그치고 볼넷을 4개 내주기는 했지만 5⅓이닝동안 단 1안타 무실점으로 쾌투하며 프로 데뷔 첫 선발 등판을 승리로 장식했다.
이민호는 류중일 감독의 관리를 받으며 10일 간격으로 마운드에 나섰다. 아직 나이도 어린데다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철저한 관리와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이 당시 류 감독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묘하게 이민호가 선발 데뷔승을 거둔 이날 소형준은 2승 뒤 대량실점으로 첫 패배를 당했다. 한화전에서 홈런 1개를 포함해 5⅓이닝동안 9안타를 맞으며 8실점한 것.
이때부터 이렇게 소형준과 이민호의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비록 소형준이 대량실점은 했지만 수준급 오른손 투수가 없는 KBO 리그에 오랫만에 국가대표로 성장할 수 있는 대형투수 자질이 있는 투수 등장이라는 조명도 함께 받았다.
이런 가운데 개막한지 꾸준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던 소형준이 대량실점이후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6월 9일 KIA전 5이닝 3실점 호투에도 불구하고 2패째를 당한 이후 6월 3게임에서 모두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이동안 7실점, 6실점까지 이어지면서
순식간에 4승5패로 승수와 패수가 역전이 되고 말았다.
이민호도 이 동안 불운이었다. 평균자책점은 1점대를 계속 유지할 정도로 잘 던지고도 승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6월 21일 두산전 5이닝 2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것을 비롯해 6월30일 KT전 5이닝 1실점, 7월 11일 NC전 6⅔이닝 3실점(2자책점), 7월 26일 두산전 5이닝 2실점으로 잇달아 잘 던지고도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이렇게 한동안 소강국면을 이어가던 소형준과 이민호는 8월부터 희비가 엇갈리기 시작했다.
소형준은 7월 중순 이후 시즌 들어 처음으로 2군으로 내려가 새롭게 커터를 연마하면서 몸을 추스렸다. 그리고 8월1일 SK를 상대로 복귀한 뒤부터 거의 무적의 피칭을 이어갔다.
5월부터 7월까지 11게임에서 4승5패, 58이닝 38자책점으로 평균자책점은 5.90이었으나 8월부터 10월 정규리그가 끝날때까지 15게임에서 9승1패, 75이닝 13자책점으로 평균자책점은 1.56에 불과했다. 정규리그 최종 성적은 13승6패, 한때 최고 7점대(7.06)까지 치솟았던 평균자책점은 3점대(3.86)으로 낮추었다. 그리고 신인상을 움켜 쥐었다.
소형준이 승승장구를 하는 동안 이민호는 여전히 불운에 시달렸다. 8월 3게임에서 4실점, 5실점을 하고도 연거푸 승리를 따냈으나 9월 첫 등판한 롯데전에서 1⅓이닝 11안타 2홈런 10자책점으로 흔들린 뒤부터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특히 이민호는 이후 7게임(선발 5게임)에서 33이닝 6자책점으로 평균자책점이 1.64로 잘 던지고도 1패만 당했다. 이상하게 이민호가 등판하면 타선이 터져 주지 않으면서 잘 던지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진 것이다. 최종성적은 4승4패, 평균자책점 3.69였다.

이처럼 프로 데뷔 첫해의 성적만을 두고 보면 소형준의 완승이다. 라이벌이라고 하기에도 이민호가 쳐져 보인다. 이런 엇갈린 성적에도 불구하고 야구 전문가들은 소형준과 이민호는 앞으로 우리나라 프로야구를 이끌어 갈 오른손 대형투수 자질을 갖추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2021시즌 소형준과 이민호의 역할은 그야말로 중요하다. 이미 토종 에이스로 자리를 굳힌 소형준, 그리고 올시즌 반쪽 선발에서 내년 시즌에는 완전한 선발로 LG의 마운드의 핵이 되어야 할 이민호다.
소형준과 이민호의 라이벌 대결은 2021년부터 본격 시작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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