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5(목)

야구

[프로야구 손자병법] 52. 이글스와 배성서의 지상매괴(指桑罵槐)

2020-12-26 09:20

- 뽕나무를 가르키며 홰나무를 나무란다. 한 사람에게 벌을 줌으로써 모든 사람을 잘 따르게 하는 전략

[프로야구 손자병법] 52. 이글스와 배성서의 지상매괴(指桑罵槐)


오합지졸이었다. 다른 구단으로부터 지원받은 선수 중에도 쓸만한 재목이 보이지 않았다. 테스트를 통해 받아들인 연습생 중에도 인재가 보이지 않았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저런 선수들을 데리고 어찌 레이스에 나서랴.

프로야구 빙그레 이글스의 창단 지휘봉을 잡은 배성서 감독. 의욕적으로 팀을 맡았으나 선수들을 보니 의욕이 절로 사라졌다. 대타감은커녕 1번부터 9번까지 타순짜기도 힘들었다.

그런데도 막상 ‘뽑혀 온 선수’들은 전혀 긴장하지 않는 듯 했다. 전에 있던 팀에서 대부분 2진으로 지냈던 탓인지 훈련도 열심히 하지 않았다.

“이대로는 도저히 안되겠다. 한 놈을 희생양으로 삼아서라도 선수들의 태도를 뜯어 고쳐야겠다.”

마음을 굳힌 배 감독은 선수들을 혹독하게 몰아 붙였다. 어차피 기존 팀의 선수들에 비해 기랑이 떨어지는 편이어서 스파르타식 훈련을 강행하지 않을 수 없는 터였지만 ‘기회’를 잡기위해 더욱 심하게 했다.

감독이 병아리를 잡으려는 매처럼 잔뜩 도사리고 있는 줄도 모르고 선수들은 그날도 어기적어기적거렸다. 더욱이 두 명은 허리가 아프다며 열외 하겠다는 말까지 했다. 기가 찰 노릇이었다.

‘열외병’은 장훈과 강정길이었다. 서울고, 연세대를 거친 장훈이나 영남대를 졸업한 강정길은 그래도 그 중 나은 편이었다. 내심 주전감으로 꼽고 있었다.

배 감독은 열외를 시켜놓고 그들을 지켜보았다. 훈련이 심하니까 꾀를 부리는 게 분명했다. 다음 날 배 감독은 모든 선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들을 심하게 나무랐다. 그리곤 당장 나가라고 불호령을 내렸다.

주전감이라도 훈련을 따라오지 못하면 버리겠다는 단호한 의지였다. 그들은 설마하면서 머뭇거렸다. 그러나 배 감독은 더 이상 그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짐을 싸는 수 밖에 없었다.

장훈과 강정길이 훈련장을 빠져 나가자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프런트가 감독에게 찾아와 매달렸다.

“감독님, 선수도 없는데 정말 쫓아 내는 겁니까. 야단만 치고 다시 받아들이시죠. 둘 다 정신을 차린 것 같은데요. 그래도 우리 팀엔 저만한 선수도 없지 않습니까.”

모두 매달렸지만 배 감독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주전감이었던 그들이 그렇게 퇴출당하자 남은 선수들은 초긴장이었다. 다음 날부턴 굳이 훈련장면을 지켜보지 않아도 됐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찌감치 운동장에 나와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살벌했다. 하긴 조금만 눈 밖에 나도 퇴출이니 요령을 피울 수가 없었다. 유격훈련과도 같은 연습이 매일 이어졌고, 86년 레이스가 시작할 때 쯤엔 후보 선수까지 둘 수 있을 만큼 선수형편이 좋아졌다.

한편 쫓겨난 강정길과 장훈은 자신의 게으름을 후회하며 나름대로 훈련을 했다. 열심히 하다 보면 감독이 다시 부를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있었다. 그 희망대로 얼마 후 배 감독은 그들을 다시 불러들였다.

효과도 보고 그들도 변한 터여서 굳이 부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사실 장훈은 게으름을 피운 게 아니었다. 대학시절 무리로 인해 허리 부상이 심했다.

강정길은 확실하게 기회를 잡았다. 주전 공격수였다. 이정훈, 이강돈, 장종훈 등과 함께 ‘다이나마이트 타선’을 이루었다. 그러나 허리가 좋지 않았던 장훈은 대타로 두 타석에 선 후 은퇴했다. 2타수 무안타 1삼진, 1병살타였다.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