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8일 KBO가 FA 승인선수 16명을 공시하면서 시작된 FA 시장은 초반 사뭇 과열된 모습이었다.
FA 시장이 열린지 3일만인 1일 SK가 내야수 김성현과 3년(2+1년)에 총액 11억원으로 첫 테이프를 끊은데 이어 3일 LG가 김용의와 계약금 1억원, 연봉 1억원으로 계약을 했다. 소속 선수 FA에 대한 상징적인 예우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10일에는 올시즌 FA 최대어로 꼽히던 내야수 허경민이 4+3년에 총액 85억원(4년 계약금 25억원, 연봉 40억원, 그 뒤 3년 20억원 옵션)으로 두산과 재계약을 하면서 대박 계약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를 지난해와 견주면 엄청난 빠른 속도이자 금액도 대폭 올랐다.
지난해에는 11월 3일 FA 자격을 얻은 24명 가운데 19명이 FA로 승인을 받았다. 올해보다 25일이 빨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월 말까지 2달이 지나도록 6명밖에 계약을 하지 못하고 해를 넘기고 말았다. 그것도 대박 계약은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1월 6일 안치홍이 KIA에서 롯데로 이적하면서 2+2년에 총액 56억원으로 유일하게 50억원을 넘겼으며 구단에 백지위임을 한 LG 오지환과 KIA 김선빈이 4년 총액 40억원에 계약을 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코로나19로 FA 시장이 예년만 못하다는 주위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열린지 불과 보름만에 7명이 계약을 하고 그 가운데 6명이 40억원을 넘겼고 50억원을 넘긴 FA도 3명이나 나왔다.
이렇게 한껏 과열 분위기를 타던 FA 계약이 그리고는 일주일이 다 지나도록 무소식이다. 갑자기 냉기가 흐르고 있는 것이다.
FA 승인 선수로 아직 계약을 못하고 있는 선수는 모두 9명. 이들 가운데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KIA 양현종과 최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의 논란 중심에 선 롯데의 이대호는 특수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나머지 7명은 다소 의외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예년같으면 모든 구단의 영입대상이 될 유희관, 이용찬(이상 두산), 차우찬(LG), 우규민(삼성), 김상수(키움) 등 투수들도 찬바람을 맞고 있다는 점이다.
이용찬은 6월초에 손가락 부상으로 시즌아웃을 하고 유희관은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모두 지난해 두산의 통합우승에 힘을 보탠 선발투수들이었다. 유희관은 올해 플레이오프전에서 ⅓이닝만 던지고 물러나는 등 예년과는 달랐지만 8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챙겼다. 그리고 이용찬도 몸에 이상만 없다면 선발로 충분히 제몫을 할 수 있는 투수다.

그러나 지금 어느 누구도 이적은 커녕 원소속팀들과의 재계약소식도 전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유희관과 이용찬, 김상수는 올해 처음으로 FA 자격을 얻어 보류선수 20명을 제외하고 1명을 보상선수로 주면서 연봉의 200%도 보상해야 한다. 보상 금액만도 유희관은 9억4천만원, 이용찬은 8억4천만원, 김상수는 6억원에 이른다.
또 보류선수 25명을 제외한 1명의 보상선수와 연봉의100%를 보상해야 하는 FA 재자격을 받은 차우찬은 10억원, 우규민은 7억원을 원 소속구단에 주어야 한다.
이들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계약금과 연봉에다 이들의 원소속 구단에 보상해야 할 현금까지 합하면 순식간에 30~40억원대를 웃돌게 된다. 이용찬은 30대 초반이지만 나머지 3명은 이미 에이징커브를 그리고도 남을 30대 중반을 넘어섰다. 이용찬은 원 소속팀이 아닌 다른 구단과 접촉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적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모든 점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이들이 다른 팀으로의 이적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외부 FA를 영입한 SK, 삼성은 물론이고 영입에 나설 것으로 보였던 LG와 한화를 비롯해 모든 구단들이 외부 FA 시장에서는 철수했다는 소식이다.
결국 남은 9명은 원 소속팀과 재계약을 맺어야 한다. 그럼에도 재계약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것은 조건이 서로 맞지 않다는 뜻이다. 원 소속팀과 FA로 재계약을 맺기 위해서는 상당부분 연봉 삭감을 감수해야 한다. 그만큼 이들의 시장가치가 떨어졌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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