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시즌 KBO 리그에서 활동한 외국인 선수들의 이동과 2021년 KBO 리그에서 활동할 외국인 선수들을 보면 미묘하기는 하지만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KBO 리그의 외국인 선수 정원은 각 팀당 3명씩 모두 30명으로 올시즌 정규리그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 외국인 선수는 27명이었다.
KIA의 애런 브룩스가 미국에서 가족들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9월 19일 한화전 승리를 마지막으로 국내 일정을 아쉽게 마무리해야 했고 SK 닉 킹엄의 대체선수로 영입한 타일러 화이트가 9게임만 뛰고 9월 17일 손가락 부상으로 시즌 아웃을 한 탓이다. 그리고 한화의 채드벨이 어깨와 팔꿈치 통증으로 시즌 막바지인 10월 6일 웨이버 공시로 방출됐다.
여기에 올시즌 보류선수에서 제외된 외국인 선수는 모두 10명. 제외선수는 마이크 라이트(NC), 타일러 윌슨(LG), 제이크 브리검과 에디슨 러셀(이상 키움), 애드리안 샘슨(롯데), 다니엘 팔카(삼성), 리카르도 핀토와 타일러 화이트(이상 SK), 워윅 서폴드와 브랜든 반즈(이상 한화)였다. 반대로 재계약 의사가 있다고 각 구단에서 보류한 외국인 선수는 19명이었다.
보류 선수 가운데 두산의 크리스 플렉센은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로 2년 계약을 맺었고 KT의 멜 로하스 주니어는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에 둥지를 틀었다. 두산의 라울 알칸타라는 아직 계약이 되지 않았지만 로하스와 같은 한신으로 옮길 가능성이 높아 사실상 KBO 리그와는 결별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아직 계약을 못하고 있는 보류 외국인 선수는 호세 페르난데스(두산), 로베르토 라모스(LG) 드류 루친스키와 애런 알테어(이상 NC), 드류 가뇽(KIA), 밴 라이블리(삼성)로 6명만 남아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KBO 리그를 떠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외국인 선수 3명을 모두 보강한 팀은 SK와 롯데, 한화 등 3개 구단이며 두산과 NC는 아직 한명도 계약을 하지 못했고 LG 2명, KT·키움·KIA·삼성 등 4개 팀은 각 1명씩으로 모두 12명의 외국인 선수와 계약을 남겨 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시즌 계약한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약간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KBO리그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게 되면 보통은 일본프로야구보다는 오히려 메이저리그쪽에 더 많이 복귀하는 것이 통상적이었지만 올해는 의외로 적기 때문이다.
가을들어 극강의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올시즌 8승4패인 플렉센이 메이저리그로 복귀한 반면 평균자책점 1위(2.14)인 요키시, 탈삼진 1위(205) 스트레일리에다 15승 투수인 뷰케넌, 데스파이네, 켈리 등이 모두 메이저리그나 일본프로야구로 가지 못하고 KBO 리그에 주저 앉았다.

이런 가운데 KBO 리그에서는 미국쪽보다는 대만쪽에서 눈을 돌리고 있어 또한 이채롭다.
한화는 외국인 선수 3명을 모두 교체하면서 대만리그(CPBL)에서 라이언 카펜터를 영입했다. 계약금 10만달러, 연봉 30만달러, 옵션 10만 달러 등 총액 50만달러로 외국인 신인 선수 최대 금액인 100만달러에 반값이다. 카펜터는 라쿠텐 몽키스에서 10승7패, 평균자책점 4.00을 기록했다.
아직 소문에 그치고 있지만 두산은 공백이 생긴 2명의 외국인선수 가운데 1명을 대만리그 중신 브라더스에서 올해 10승8패(평균자책점 3.80)를 한 쿠바 출신의 좌완 아리엘 미란다 영입을 고려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계약을 하게 된다면 카펜터와 거의 비숫한 수준으로 총액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KBO 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우수한 외국인 선수들이 일본으로 진출하거나 메이저리그로 복귀하는 것은 당연한 추세로 여겨왔다. 전체적인 야구 수준도 KBO 리그보다 뛰어나고 자금력도 풍부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패턴이 올시즌에 조금씩 헝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전에도 대만리그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한국으로 옮아오는 경우는 있었지만 흔하지는 않았다.
물론 아직 대만리그에서 KBO리그로 입성한 선수는 1명에 불과하고 1명은 검토중인 단계를 두고 추세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히 KBO리그의 우수선수들이 일본이나 메이저리그로 진출하지 못한 것은 새로운 모양새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이런 내면에는 올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코로나19로 마이너리그가 전면 취소되고 메이저리그마저 60게임으로 축소 운영된 탓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즉 메이저리그에서 굳이 KBO까지 눈을 돌려 선수들을 영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반대로 우리나라도 마이너리그가 취소되면서 영입할 수 있는 외국인선수들의 기량 확인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이 바람에 그나마 리그가 정상적으로 운영된 대만리그-KBO리그-일본리그에서만 서로가 검증된 선수만 영입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하튼 새로운 양상을 보이는 KBO 리그의 다소 이색적인 외국인 선수 동향도 코로나19가 가져 온 변화 가운데 하나임은 틀림없는 것 같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