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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노트]되돌아 본 2020 프로야구⑯6연속 KS 진출, 시들지 않는 두산의 가을 DNA

2020-12-16 09:32

[마니아노트]되돌아 본 2020 프로야구⑯6연속 KS 진출, 시들지 않는 두산의 가을 DNA
2020프로야구는 두산 베어스의 저력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해 준 한해였다.

지난해 막판 9게임차를 뒤집고 정규리그 1위에 오른 뒤 통합우승을 하는 무서운 뒷심을 보여 주었던 두산은 올시즌도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키움에 2-0 영봉승을 거두면서 5위에서 3위로 올라섰고 플레이오프전에서 2위 KT를 누르고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금자탑을 일궈냈다. 불혹을 앞둔 KBO 리그에서 삼성이 2011~2015년까지 4연패를 하며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적은 있지만 6년 연속은 두산이 처음이었다.

두산은 언제나처럼 올시즌도 우승 후보 가운데 하나였다. 주전 7명이 시즌이 끝난 뒤 FA로 풀릴 예정이라 'FA로이드' 효과에다 선발과 불펜들이 건재하고 1번타자부터 9번까지 쉬어갈 수 있는 타자들이 없을 정도로 높은 득점력을 갖춘 타격에 탄탄한 수비까지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평가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은 있었다. 지난해 최다안타 1위인 호세 페르난데스는 그대로 팀에 남았지만 20승을 올린 조쉬 린드블럼이 메이저리그로 진출하고 세스 후랑코프는 재계약 불가통보를 받으면서 새로운 원투펀치 역할을 해 주어야 할 외국인투수를 구해야 했다.

크리스 플렉센은 10월 이후 극강의 모습을 보이며 두산의 가을남자 DNA를 이어 받았다.
크리스 플렉센은 10월 이후 극강의 모습을 보이며 두산의 가을남자 DNA를 이어 받았다.
두산은 눈을 멀리 돌리지 않았다. 지난해 11승(11패)을 한 라울 알칸타라를 KT에서 방출하자 70만달러에 영입하고 뉴욕 메츠에서 지명할당된 유망주 크리스 플렉센과 총액 100만달러에 계약했다.

의문 부호가 붙은 영입이었지만 두산의 눈은 정확했다. 알칸타라는 31게임에서 20승2패를 거두며 다승과 승률, 2관왕을 차지하며 KBO 리그 최고 투수가 됐고 플렉센은 8승4패에 그쳤지만 10월에 4연승을 하며 평균자책점 0.85라는 믿을 수 없는 활약으로 가을냄새 풀풀 풍기는 두산의 남자가 됐다.

최원준은 제5선발 이용찬이 부상으로 조기 아웃되자 불펜에서 선발로 전환해 단숨에 두자리 승수를 올리는 토종 에이스로 탈바꿈했다
최원준은 제5선발 이용찬이 부상으로 조기 아웃되자 불펜에서 선발로 전환해 단숨에 두자리 승수를 올리는 토종 에이스로 탈바꿈했다
여기에 제5선발 이용찬이 부상으로 조기에 시즌 아웃이 되자 불펜 요원이었던 최원준이 혜성처럼 등장해 선발 자리를 꿰차며 10승 투수(2패) 대열에 합류했다. 또 지난해 토종 에이스인 이영하가 부진하자 마무리였던 함덕주와 보직을 서로 맞바꾸었고 '느림의 미학'을 보여 준 유희관은 힘든 가운데서도 8년 연속 두자리승수를 올리며 분투를 했다.

지난해 든든하게 뒷문을 지켰던 이형범, 윤명준, 권혁 등 기존 불펜들이 마치 손발이라도 맞춘 듯 부진하자 이 자리를 박치국와 SK에서 트레이드한 이승진, KIA에서 트레이드한 홍건희에다 김민규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프로 3년차 김민규는 올해 필승조로 눈부신 활약을 해 차세대 에이스로 발돋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프로 3년차 김민규는 올해 필승조로 눈부신 활약을 해 차세대 에이스로 발돋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성적이 좋지 않았던 투수들도 이상스레 두산에만 오면 성적이 수직상승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묘하다. 롯데에서 2017년 5승에 그치자 방출한 린드블럼을 받아들여 2년만에 20승 투수로 변신시켰고 역시 KT에서 11승(11패)의 알칸타라를 또 다시 20승 투수로 만들었다. 이승진(2승4패5홀드)과 홍건희(3승4패1세이브8홀드)도 확실한 필승조로 활약했다.

이 덕분에 두산은 올시즌 전체 23세이브로 전체 9위, 45홀드로 전체 10위에 그치면서도 팀 평균자책점은 4.31로 전체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이러한 마운드에 타선은 그야말로 쉬어 갈 곳이 없다.

김재환은 한국시리즈에서 고개를 숙였지만 올시즌 팀에서 유일하게 30홈런-100안타-100타점을 기록하며 4번타자로의 면모를 과시했다.
김재환은 한국시리즈에서 고개를 숙였지만 올시즌 팀에서 유일하게 30홈런-100안타-100타점을 기록하며 4번타자로의 면모를 과시했다.
200안타에 1개가 모자란 199안타를 날리며 지난해에 이어 최다안타 1위인 페르난데스를 비롯해 허경민(145안타, 타율 0.332), 오재일(147안타, 타율 0.132), 최주환(156안타, 타율 0.306), 박건우(148안타, 타율 0.304), 정수빈(146안타, 타율 0.298), 김재호(116안타, 타율 0.289), 김재환(137안타, 타율 0.266) 등 주전 8명이 모두 100안타를 넘었다. 양의지가 NC로 옮기고 난 뒤 백업에서 주전으로 마스크를 쓴 박세혁도 97안타(타율 0.269)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였다.

한국시리즈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부동의 4번타자를 맡은 김재환은 팀에서 유일하게 30홈런-100안타-100타점을 달성했다. 특히 두산은 팀타율 1위(0.293)가 말해주듯 탄탄하고 응집력있는 타선에 못지않게 작전 수행능력이나 베이스러닝에서도 뛰어났고 포스트시즌에 단골로 나가면서 얻은 큰 경기 경험은 주전들에게 가을야구 DNA를 심어 주었다.

이제 두산은 내년 시즌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다. 외국인 투수인 플렉센은 이미 메이저리그로 복귀했고 알칸타라도 일본프로야구 진출을 눈앞에 두면서 원투펀치를 모두 잃어버렸다. 타자인 최주환, 오재일도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전반적인 세대교체가 불가피해졌다.

두산에만 오면 항상 좋은 성적을 거둔 외국인투수들이지만 알칸타라나 플렉센 정도의 투수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모기업인 두산의 자금난을 감안하면 외국인투수들이나 FA에게도 많은 자금을 투입하기가 곤란한 형편이다.

흔히 두산 야구를 화수분 야구라고 흔히 부르듯 내년 시즌에는 또 다른 선수들이 나서 올시즌 빠진 자리를 메워 줄지도 모른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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