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시즌 KT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리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으로 뒤늦게 무관중으로 시작한 2020 프로야구 KBO 리그에서도 언제나 그러했듯 KT의 출발은 하위권이었다. 승수와 패수가 10이상 차이가 나기도 했다.
그러나 하나씩 치고 올라가기 시작한 KT는 7월 25일 승률을 5할로 끌어 올리더니 9월 5일에는 공동 4위까지 뛰어 올랐고 마지막에는 81승62패1무(승률 0.566)으로 정규리그 2위로 시즌을 마쳤다. 아쉽게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전에서 정규리그 2위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1승3패로 패해 사상 첫 한국시리즈 진출은 실패했지만 KT의 올시즌은 팀 이름 그대로 마법사가 주술이라도 건 듯한 변신이었다.
이런 KT 변신에는 슈퍼루키 소형준과 외국인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가 선봉에 섰다.

소형준은 5월 8일 두산과 시즌 첫 선발에서 5이닝 5안타 2실점으로 꿈같은 데뷔 첫 선발승을 거두며 시즌 시작과 함께 롯데에 스윕패를 당한 팀을 구했다. 이어 15일 삼성전에서 6⅓이닝 5실점 2자책점으로 첫 퀄리티스타트를 하며 KBO 리그 통산 8번째 고졸 선발 2연승으로 4연패에 빠진 팀에 2번째 승리를 안겼다.
즉 KT가 시즌 초반 7패를 당하면서 허우적 거리는 동안 소형준이 혼자서 2승을 거두며 에이스 역할을 떠 맡은 것이다. 그러나 소형준에게도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6월 5게임에서 1승4패 평균자책점 6.29로 치솟아 퓨처스리그로 내려가기도 했으나 8월부터 무서운 상승세는 거침이 없었다. 13게임 선발(2게임 구원)에서 9승1패라는 놀라운 활약으로 KT의 2위 도약에 선봉에 선 소형준은 2006년 류현진 이후 14년만에 고졸 루키로 두자리 승수(13승6패)를 올리며 토종 투수 최다승에 우뚝 섰다. 그리고 사상 첫 KT의 포스트시즌 첫 경기에 선발로 나서는 영광을 안았다.
물론 마운드에서 소형준이 혼자 도맡은 것은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는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5일 간격으로 등판해 200이닝을 넘게 던지며 선발투수진들의 부담을 덜어주며 15승8패로 에이스 역할을 해 주었고 윌리엄 쿠에바스도 지난해처럼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활약을 해 주었다.
여기에 배제성이 지난해와 같은 10승을 올리며 꾸준한 활약을 했고 김민수도 100이닝을 넘게 던지며 많은 이닝을 소화해 선발진에 힘을 보탰다.

여기에 강백호(타율 0.330, 165안타, 23홈런, 89타점), 황재균(타율 0.312, 169안타 21홈런, 97타점), 조용호(타율 0.296, 121안타 32타점), 배정대(타율 0.289, 154안타 13홈런 65타점)를 비롯해 유한준, 장성우, 심우준 등 올시즌 100안타를 넘긴 타자만도 8명이나 되면서 팀 타율 3위(0.284)를 기록했다.
결국 이런 타선이 뒷받침되면서 팀 평균자책점 8위(5.13)에도 불구하고 정규리그 2위에 오르는 밑바탕이 되었다.
그러나 KT에게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유격수 심우준을 중심으로 한 내야 수비도 좋은 면을 보여주지 못했다. 심우준은 10월에 13개의 도루를 성공하며 시즌 35개로 박해민(삼성)을 1개 차로 제치고 생애 첫 타이틀을 따냈지만 실책이 21개나 됐다. 여기에 3루수 황재균 13개, 1루수 강백호 10개 등으로 팀 실책이 102개로 최다 실책 공동 2위였다.
올시즌 KT가 기대이상의 성적을 거둔 것은 확실하다. 화끈한 공격야구에다 신인급들과 베테랑들의 조화도 돋보였다.
그렇지만 내년은 KT의 고비가 될 수도 있다. 올시즌 KBO 리그를 평정했던 로하스가 일본프로야구로 방향을 틀었다. 쿠에바스와는 재계약을 했지만 아직 데스파이네와는 계약이 되지 않았다. 에이스로 떠오른 소형준과 배제성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어떤 외국인타자가 들어오더라도 로하스급으로 활약하기에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강백호와 신흥 해결사로 떠오른 배정대를 중심으로 한 신진급들과 황재균 유한준 박경수 등의 베테랑선수들의 활약이 필수적이다.
내년 시즌도 KT가 올해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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