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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마니아노트]되돌아 본 2020 프로야구⑬상식밖 교체, 이어지는 내홍에 진실 공방까지, 아직 진행형인 키움

2020-12-13 10:49

올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된 키움은 시즌 막판 내홍으로 5위로 미끌어지고 말았다.
올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된 키움은 시즌 막판 내홍으로 5위로 미끌어지고 말았다.
키움 히어로즈에는 KBO 리그를 대표할 수 있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외국인 원투펀치와 젊은 선발들, 탄탄한 불펜투수, 화려한 야수진까지. 다방면에서 고루 강한 전력을 갖추고 있는 키움 군단이다.

투수로는 한현희, 최원태, 이승호 등 선발요원에다 확실한 마무리인 조상우를 비롯해 양현 김태훈 안우진 이영준 김상수 등 불펜도 수준급으로 선발로 나서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다. 여기에 나란히 13승씩을 올린 외국인 투수 제이크 브리검과 에릭 요키시가 건재했다.

키움의 김하성은 올시즌을 끝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장을 던졌다.
키움의 김하성은 올시즌을 끝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장을 던졌다.
타자로는 KBO 리그에서 유일하게 정규시즌에서 200안타를 넘긴 서건창, 대표적인 홈런타자인 박병호,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둔 김하성, 무결점 타자로 칭찬을 받는 이정후가 바로 그들이다.

2008년 네 차례나 우승한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해 KBO리그에 입성한 히어로즈는 그동안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2013년 이후에는 2017년 7위를 제외하고는 모두 4강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정규리그를 3위로 마친 뒤 준플레이오프전에서 LG에 3승1패, 플레이오프전에서 2위인 SK에 3연승을 하며 한국시리즈에 올라 두산에 4연패로 물러났지만 준우승을 했다.

준우승한 장정석 감독을 퇴진시키고 손혁 감독으로 사령탑을 바꾼 올시즌도 키움은 여전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메이저리그가 개막을 하지 못해 ESPN에서 KBO 리그를 중계방송할 때도 키움을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했을 정도였다.

이를 증명하듯 키움은 한때 선두 NC를 위협했던 유일한 팀이었다. 7월 31일 삼성을 10-3으로 누르고 2위에 오른 뒤 8월 한 달 동안 2위 자리를 뺏앗긴 적이 없었다. 그리고 9월 15일에는 승률에서 단 0.008이 밀렸을 뿐 게임차없이 NC를 따라 붙기도 했다.

하지만 키움은 10월 30일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두산에 0-2로 패해 80승63패1무(승률 0.559)로 5위로 밀려났다. 당시 치열한 2위 싸움을 벌이던 KT와 LG가 나란히 패하는 바람에 키움이 승리를 했다면 2위까지 올라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으나 오히려 2위를 두산에게 내주고 5위로 주저앉고 말았던 것이다. 결국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서기는 했으나 이마저도 LG에 패하면서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올시즌에 부임한 손혁 감독은 정규리그 종료 12게임을 남기고 3위 성적에도 불구하고 '성적부진 자진사퇴'라는 불명예를 안고 중도 퇴진하고 말았다
올시즌에 부임한 손혁 감독은 정규리그 종료 12게임을 남기고 3위 성적에도 불구하고 '성적부진 자진사퇴'라는 불명예를 안고 중도 퇴진하고 말았다
키움이 이처럼 우승후보에서 정규리그 5위로 물러선데는 시즌 중반 겪은 내홍이 큰 원인이었다.

키움은 10월 7일 손혁 감독이 전격적으로 사퇴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성적부진으로 인한 자진사퇴였다. 이때 키움은 73승58패1무로 2위 KT에 1경기 차 뒤진 3위였고 정규리그 종료까지 불과 12게임만을 남겨놓은 상태였다. 9월에 12승14패1무, 10월에 2승3패에다 사퇴 직전 10게임에서 3승7패로 다소 부진했지만 포스트시즌이 유력했다.

시즌 초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팬들의 사퇴 압박을 받기는 했지만 시즌을 불과 12게임 남겨놓은데다 3위인 감독을 '성적 부진 자진사퇴'라는 핑계로 퇴진시킨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키움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손혁 감독이 떠난 빈자리에 전력분석원 출신의 1년차 퀄리컨트롤 코치인 김창현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은 것도 이례적이었다. 감독 사퇴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김창현 감독 대행 체제 이후 12경기에서 7승5패를 했지만 3위에서 순위를 끌어 올리기는 커녕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 동안 단 한 번도 밟아보지 않았던 5위로 미끌어지면서 시즌을 마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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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같은 팀 후배인 문우람을 폭행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2018년 징계를 받았던 키움의 베테랑 이택근은 KBO에 품위 손상을 이유로 키움 구단을 징계해 달리는 요청서를 제출했다.
2015년에 같은 팀 후배인 문우람을 폭행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2018년 징계를 받았던 키움의 베테랑 이택근은 KBO에 품위 손상을 이유로 키움 구단을 징계해 달리는 요청서를 제출했다.
올시즌 모든 일정이 끝난 뒤에도 키움은 여전히 팀을 추스리지 못하고 있다.

시즌이 끝나기 무섭게 허민 이사회 의장의 갑질 수준의 과도한 현장 개입과 구단 사유화 의혹이 잇달아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손혁 감독의 사퇴에 허민 이사회 의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조사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허민 의장의 오른팔격인 키움 하송 대표이사가 전격적으로 사퇴하면서 키움의 행정공백 사태는 길어져 후임 감독 선임도 덩달아 늦어지고 있다.

여기에 허민 이사회 의장이 퓨처스리그 선수들과 캐치볼을 한 내용이 외부로 알려진데 대해 키움 구단측에서 팬을 대상으로 사찰을 했다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까지 불거졌다.

이에 구단으로부터 팬 사찰을 지시받은 베테랑 이택근이 "키움 구단의 허민 이사회 의장과 김치현 단장을 비롯한 구단 고위 관계자들을 품위손상을 이유로 징계해 달라"는 내용의 요청서를 KBO에 제출하면서 진실공방으로 이어지며 파문은 일파만파로 커져만 가고 있다.

배임 횡령에다 선수들을 트레이드하면서 다른 구단으로부터 131억원이나 뒷돈을 받아 영구실격을 당하고 3년6개월의 징역형을 받고 복역중인 이장석 전 대표이자 구단주가 옥중 경영을 하고 있다는 의혹도 여전하다.

KBO 리그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모기업이 없는 구단이 키움이다. 2008년 KBO 리그에 들어 온 뒤 지금까지 끊임없이 주전들의 현금 트레이드로 운영자금을 마련하는가 하면 뒷돈 트레이드 등 프로야구에 각종 파문을 몰고 왔다.

그리고 불혹을 눈앞에 둔 KBO 리그에 아직도 이런 기괴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구단이 키움이기도 하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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