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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노트]되돌아 본 2020 프로야구⑫'절반의 성공', KBO 리그 초보, 맷 윌리엄스 감독이 강조한 '꾸준함'

2020-12-12 11:30

KIA는 10월 초 하위권인 SK, 한화와 홈에서 가진 7연전에서 2승5패로 물러서면서 올시즌 포스트진출의 기회를 놓치는 결정적 분수령이 됐다.
KIA는 10월 초 하위권인 SK, 한화와 홈에서 가진 7연전에서 2승5패로 물러서면서 올시즌 포스트진출의 기회를 놓치는 결정적 분수령이 됐다.
정규리그 종료를 한달 앞둔 9월 30일 6위를 벗고 포스트시즌 진출의 마지노선인 5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10월1일 고척 키움과의 3연전을 스윕승으로 장식하며 더욱 희망에 부풀었다. 드디어 탄탄대로의 5위가 눈앞에 펼쳐진 듯 보였다.

하지만 KIA의 10월은 잔인했다. 최하위인 SK와 한화를 상대로 홈에서 7연전. 누구나 KIA의 우세를 예상했지만 예상은 말 그대로 예상일뿐 현실은 달랐다. 2승5패. 그리고 KIA는 시즌이 끝날때까지 충격패를 벗어나지 못한채 73승71패(승률 0.507)로 6위로 가을야구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5위까지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2016년부터 시행되고 난 뒤 5할 승률을 넘어서고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경우는 지난해 KT(71승71패2무)에 이어 2번째였다.

KBO 리그에 데뷔한 맷 윌리엄스 감독은 '와인투어'로 신선한 충격을 불어넣는 등 좋은 분위기로 팀을 이끌었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6위에 머물고 말았다.
KBO 리그에 데뷔한 맷 윌리엄스 감독은 '와인투어'로 신선한 충격을 불어넣는 등 좋은 분위기로 팀을 이끌었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6위에 머물고 말았다.
브룩스의 공백과 필승조 붕괴가 마운드에서 결정적인 흠결이 돼

올시즌 KIA는 의욕차게 출발했다. 비록 KBO 리그에서는 초보 감독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은 맷 윌리엄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롯데의 제리 로이스터(2008년~2010년), SK의 트레이 힐먼 감독에 이어 3번째였다.

윌리엄스 감독의 취임은 외국인 투수로 메이저리그 출신의 애런 브룩스와 드류 가뇽을 영입하는 '윌리엄스 효과'로 이어졌다. 2019년 KIA가 7위로 곤두박질 한데는 외국인 투수인 제이콥 터너(7승13패)와 조 윌랜드(8승10패)의 부진을 첫 손에 꼽은 만큼 새로운 외국인 투수의 영입은 마운드 강화에 큰 힘이 되어 주었다.

가뇽은 28게임에 나서 11승8패(평균자책점 4.34), 브룩스는 23게임에서 11승4패(평균자책점 2.50)으로 22승을 합작, 성공적이었다. 여기에 초반에 흔들리기는 했지만 토종 에이스 양현종이 11승(10패)에다 임기영(9승10패), 이민우(6승10패)가 뒤를 받쳐 주면서 마운드는 안정된 모습을 보여 주었다.

KIA는 9월에 극강의 모습을 보인 브룩스가 미국에 있는 가족들의 교통사고로 급거 귀국하면서 생긴 공백이 시즌 막바지 순위 싸움에 변수가 됐다.
KIA는 9월에 극강의 모습을 보인 브룩스가 미국에 있는 가족들의 교통사고로 급거 귀국하면서 생긴 공백이 시즌 막바지 순위 싸움에 변수가 됐다.
무엇보다 브룩스의 활약은 눈부셨다. 150㎞가 넘는 강속구와 공격적인 승부, 다양한 변화구로 타자들을 요리하는 솜씨는 한 차원이 달랐다. 특히 9월에는 4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하며 28⅓이닝 3자잭점으로 평균자책점 0.95로 전승을 하는 무시무시한 괴력도 보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브룩스의 2020시즌은 9월 19일에서 멈추었다. 미국에 있는 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급히 귀국길에 오르는 바람에 시즌을 조기 마감하고 말았다. 브룩스가 시즌 막바지까지 함께 했다면 2020시즌의 KIA는 분명 달라졌을 것이 확실하다.

불펜은 시즌 내내 KIA의 고민이었다.

지난해 KIA는 박준표-하준영-전상현-문경찬으로 이어지는 소위 ‘박하전문’으로 구성된 필승조가 큰 수확이었고 올시즌의 대활약도 기대됐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하기 전 하준영은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했고 박준표는 손가락 인대부상으로 시즌 중반 자리를 비웠다. 문경찬은 트레이드로 NC로 가고 말았다. 박준표가 돌아오자 이번에는 전상현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다. 결국 고졸 루키 정해영이 47경기에 등판하며 분주한 시즌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마운드에서 브룩스의 공백, 불펜 필승조의 붕괴가 결국 KIA의 가을야구로 가는 길목에 발목을 잡아챈 모습이었다.

37살의 나이답지 않게 꾸준함과 실력을 함께 보여준 최형우는 타격왕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37살의 나이답지 않게 꾸준함과 실력을 함께 보여준 최형우는 타격왕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절반의 성공을 이룬 타선. 세밀함 부족한 수비는 보완 대상

올시즌 KIA의 타격은 최형우를 정점으로 시작되고 마무리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최형우는 꾸준하고 강렬한 타격으로 KIA 타선을 이끌며 타격 1위(0.354)로 시즌을 마쳤다. 140게임에서 54차례나 멀티히트를 날렸고 이 가운데는 3안타가 19번이나 됐다. 아쉽게 100득점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185안타에 115타점, 28홈런으로 2016년 삼성 시절 이후 최고 성적으로 37살의 나이를 무색케 했다.

여기에 수준급 타격에 견주어 장타력 부족이 단점으로 꼽혔던 프레스턴 터커가 KIA의 외국인 타자 사상 처음으로 '30홈런(32개)-100타점(113타점)’ 기록을 세웠고 나지완도 5월28일 수원 KT전에서 홈런을 쏘아올려 개인통산 208개 홈런으로 김성한 전 감독의 207개를 뛰어넘는 프랜차이즈 선수 가운데 최다홈런 신기록을 세우며 시즌 17개 홈런에 92타점으로 지난해 부진을 털어냈다.

최형우가 지명타자에 전념하면서 나지완과 터커가 좌우를 책임진 외야에는 프로 5년차를 맞은 최원준이 자신의 커리어하이 시즌을 만들어 내는 117개의 안타로 화력 극대화의 성과를 이루었다.

하지만 내야에는 부상의 악순환과 수비의 세밀함이 떨어지면서 고민도 쌓였다.

KIA의 내야는 김선빈을 빼고나면 큰 실력차가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김선빈은 잦은 부상으로 꾸준함이 없는 것이 또한 문제였다.
KIA의 내야는 김선빈을 빼고나면 큰 실력차가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김선빈은 잦은 부상으로 꾸준함이 없는 것이 또한 문제였다.
FA가 되어 롯데로 빠져 나간 안치홍을 대신해 김선빈을 2루로 옮기고 박찬호를 유격수로 내세워 '키스톤 콤비'을 구성했지만 김선빈은 잇단 부상, 박찬호는 타격 부진이 이어졌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류지혁은 김선빈과 부상 공백을 메꾼 지 1주일도 안 돼 부상병동으로 전락했고 후배들의 이어진 부상 속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해준 나주환도 등쪽 부상으로 8월 19일을 끝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하고 말았다.

‘확실한 타자’ 김선빈을 제외한 내야진들의 큰 실력차도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박찬호와 함께 처음 풀타임을 소화한 유민상도 타율이 평균치를 밑돈 0.246에 그친데다 병살타를 14차례나 날려 박찬호와 팀 내 1위를 기록했다. 여기에 공격력을 극대화 할 수있는 기동력도 떨어졌다.

지난해 39개로 도루 1위에 올랐던 박찬호가 타격 부진으로 출루 기회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서 15개에 머무는 등 올시즌 팀도루는 모두 47개로 최하위에 그쳐 삼성의 132개, 키움의 113개에 견주면 반토막도 되지 않았다. 수년전부터 KIA 최대 약점으로 지적된 야수진의 세대교체는 앞으로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는 셈이다.

윌리엄스 감독은 항상 꾸준함을 강조한다. 꾸준하게 한 시즌을 출장할 수 있는 선수들과 어떤 팀들과 경기를 해도 꾸준하게 이길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 윌리엄스 감독의 지론이다.

꾸준함을 강조하는 맷 윌리엄스 감독이 KBO 리그 2년차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거리다.
꾸준함을 강조하는 맷 윌리엄스 감독이 KBO 리그 2년차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거리다.
KIA는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시즌 중반 상위팀들과 전혀 밀리지 않는 경쟁력을 보여 준 것은 윌리엄스 감독의 공이라고 할만하다. 그래서 윌리엄스 감독은 ‘cautious optimism’. 신중한 낙관론이란 한마디로 올시즌을 정의내리고 있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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