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KIA의 10월은 잔인했다. 최하위인 SK와 한화를 상대로 홈에서 7연전. 누구나 KIA의 우세를 예상했지만 예상은 말 그대로 예상일뿐 현실은 달랐다. 2승5패. 그리고 KIA는 시즌이 끝날때까지 충격패를 벗어나지 못한채 73승71패(승률 0.507)로 6위로 가을야구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5위까지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2016년부터 시행되고 난 뒤 5할 승률을 넘어서고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경우는 지난해 KT(71승71패2무)에 이어 2번째였다.

올시즌 KIA는 의욕차게 출발했다. 비록 KBO 리그에서는 초보 감독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은 맷 윌리엄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롯데의 제리 로이스터(2008년~2010년), SK의 트레이 힐먼 감독에 이어 3번째였다.
윌리엄스 감독의 취임은 외국인 투수로 메이저리그 출신의 애런 브룩스와 드류 가뇽을 영입하는 '윌리엄스 효과'로 이어졌다. 2019년 KIA가 7위로 곤두박질 한데는 외국인 투수인 제이콥 터너(7승13패)와 조 윌랜드(8승10패)의 부진을 첫 손에 꼽은 만큼 새로운 외국인 투수의 영입은 마운드 강화에 큰 힘이 되어 주었다.
가뇽은 28게임에 나서 11승8패(평균자책점 4.34), 브룩스는 23게임에서 11승4패(평균자책점 2.50)으로 22승을 합작, 성공적이었다. 여기에 초반에 흔들리기는 했지만 토종 에이스 양현종이 11승(10패)에다 임기영(9승10패), 이민우(6승10패)가 뒤를 받쳐 주면서 마운드는 안정된 모습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브룩스의 2020시즌은 9월 19일에서 멈추었다. 미국에 있는 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급히 귀국길에 오르는 바람에 시즌을 조기 마감하고 말았다. 브룩스가 시즌 막바지까지 함께 했다면 2020시즌의 KIA는 분명 달라졌을 것이 확실하다.
불펜은 시즌 내내 KIA의 고민이었다.
지난해 KIA는 박준표-하준영-전상현-문경찬으로 이어지는 소위 ‘박하전문’으로 구성된 필승조가 큰 수확이었고 올시즌의 대활약도 기대됐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하기 전 하준영은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했고 박준표는 손가락 인대부상으로 시즌 중반 자리를 비웠다. 문경찬은 트레이드로 NC로 가고 말았다. 박준표가 돌아오자 이번에는 전상현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다. 결국 고졸 루키 정해영이 47경기에 등판하며 분주한 시즌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마운드에서 브룩스의 공백, 불펜 필승조의 붕괴가 결국 KIA의 가을야구로 가는 길목에 발목을 잡아챈 모습이었다.

올시즌 KIA의 타격은 최형우를 정점으로 시작되고 마무리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최형우는 꾸준하고 강렬한 타격으로 KIA 타선을 이끌며 타격 1위(0.354)로 시즌을 마쳤다. 140게임에서 54차례나 멀티히트를 날렸고 이 가운데는 3안타가 19번이나 됐다. 아쉽게 100득점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185안타에 115타점, 28홈런으로 2016년 삼성 시절 이후 최고 성적으로 37살의 나이를 무색케 했다.
여기에 수준급 타격에 견주어 장타력 부족이 단점으로 꼽혔던 프레스턴 터커가 KIA의 외국인 타자 사상 처음으로 '30홈런(32개)-100타점(113타점)’ 기록을 세웠고 나지완도 5월28일 수원 KT전에서 홈런을 쏘아올려 개인통산 208개 홈런으로 김성한 전 감독의 207개를 뛰어넘는 프랜차이즈 선수 가운데 최다홈런 신기록을 세우며 시즌 17개 홈런에 92타점으로 지난해 부진을 털어냈다.
최형우가 지명타자에 전념하면서 나지완과 터커가 좌우를 책임진 외야에는 프로 5년차를 맞은 최원준이 자신의 커리어하이 시즌을 만들어 내는 117개의 안타로 화력 극대화의 성과를 이루었다.
하지만 내야에는 부상의 악순환과 수비의 세밀함이 떨어지면서 고민도 쌓였다.

‘확실한 타자’ 김선빈을 제외한 내야진들의 큰 실력차도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박찬호와 함께 처음 풀타임을 소화한 유민상도 타율이 평균치를 밑돈 0.246에 그친데다 병살타를 14차례나 날려 박찬호와 팀 내 1위를 기록했다. 여기에 공격력을 극대화 할 수있는 기동력도 떨어졌다.
지난해 39개로 도루 1위에 올랐던 박찬호가 타격 부진으로 출루 기회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서 15개에 머무는 등 올시즌 팀도루는 모두 47개로 최하위에 그쳐 삼성의 132개, 키움의 113개에 견주면 반토막도 되지 않았다. 수년전부터 KIA 최대 약점으로 지적된 야수진의 세대교체는 앞으로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는 셈이다.
윌리엄스 감독은 항상 꾸준함을 강조한다. 꾸준하게 한 시즌을 출장할 수 있는 선수들과 어떤 팀들과 경기를 해도 꾸준하게 이길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 윌리엄스 감독의 지론이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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