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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마니아노트]되돌아 본 2020 프로야구⑪용두사미였지만 그래도 올라 갈수 있다는 희망을 보인 롯데

2020-12-11 09:39

지난해 9월 역대 최연소 단장으로 취임한 성민규단장(왼쪽)이 11월에 선임된 허문회 감독에게 꽃다발을 주고 있다.
지난해 9월 역대 최연소 단장으로 취임한 성민규단장(왼쪽)이 11월에 선임된 허문회 감독에게 꽃다발을 주고 있다.
5월 5일 시작은 좋았다. 개막 5연승에 1위. 그리고 179일이 지난 10월 30일 71승72패1무(승률 0.497)로 7위. 3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도 하지 못하고 1승이 모자라 5할 승률도 채우지 못했다. 그래도 지난해 최다 실책(114개)에서 최소실책 4위(94개), 지난해 10위에서 7위로 올라서 절반의 성공은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시즌 초반 반짝한 뒤 중반을 넘어서면 맥없이 무너지는 악순환을 거듭하는 묘한 징크스(?)를 갖고 있어 '용두사미(龍頭蛇尾) 롯데'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았지만 올해는 막판까지 물고 늘어지는 근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더 높은 곳으로 올라 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롯데는 지난해 화제의 중심에 섰다. 9월 성민규 단장을 영입하는 파격 인사에 이어 허문회 감독을 선임했다.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의 스카우터인 성민규 단장은 37살이라는 나이에다 KBO 리그에서 채 1년도 버티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LG, 상무, 키움에서 코치를 했지만 선수 시절은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허문회 감독을 선임함으로써 파격적인 인사로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는 모습을 보였다.

내야 수비의 핵심으로 롯데의 복덩이가 된 딕슨 마차도
내야 수비의 핵심으로 롯데의 복덩이가 된 딕슨 마차도
외국인 선수 영입은 대성공이었다.

타격보다는 내야 수비에 중점을 두고 영입한 유격수 딕슨 마차도는 뛰어난 수비력을 선보이며 2루수 안치홍, 영건 한동희와 함께 내야 수비의 핵으로 활약하며 고질적인 수비 불안을 해소시켰다. 여기에 마차도는 144게임 전 게임에 출장해 136안타(타율 0.280) 12홈런, 67타점으로 기대 이상의 타격 솜씨까지 선보여 '롯데의 복덩이'로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롯데의 댄 스트레일리는 8년만에 200탈삼진을 넘어 확실한 에이스로 자리를 굳혔다.
롯데의 댄 스트레일리는 8년만에 200탈삼진을 넘어 확실한 에이스로 자리를 굳혔다.
또 외국인 투수 댄 스트레일리는 31게임에 나서 15승4패로 다승 공동 3위, 평균자책점 2위(2.50), 탈삼진 1위(205개)의 뛰어난 피칭으로 2012년 류현진(당시 한화)의 210개 탈삼진 이후 8년만에 200탈삼진을 넘어서는 기록을 세워 에이스로 손색이 없었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애드리안 샘슨은 9승12패(평균자책점 5.40)으로 기복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결국 방출돼 새로운 우완 투수인 앤더슨 프랑코로 대체됐다.

이런 마운드와 함께 팀 간판인 손아섭, 이대화, 전준우의 선전에 영건 한동희의 활약이 돋보였다. 손아섭은 시즌 마지막까지 수위타자 자리를 다투다 최형우(KIA)에 단 2리 차이인 0.352로 타격 2위에 그쳤고 이대호는 동갑내기인 김태균(한화)이 에이징 커브에 결국 발목이 잡혀 눈물의 은퇴를 했으나 158안타(타율 0.292) 20홈런 110타점으로 중심타선 역할을 해 주었다.

내부 FA로 4년 총액 34억원에 잔류시킨 전준우도 4년 연속 3할 타율을 이어가는데는 실패했지만 157안타 26홈런 96타점으로 제몫을 했고 프로 3년차 한동희는 128안타(타율 0.278) 17홈런으로 이대호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평가받았다. 또 KIA에서 FA가 된 안치홍을 2+2년에 최대 56억 원에 영입해 타격과 수비 보완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렇게 나름대로 투타에서 균형은 이루었지만 시즌 중반 이후부터는 힘이 달렸다. 750득점, 720실점에서 보듯 이길때는 대량득점을 하면서도 정작 승부처에서는 힘없이 주저 앉았다. 실제로 1점차에서 12승21패, 연장전에서 4승9패로 모두 10개 구단 가운데 꼴찌였다. 역전승은 29승(6위), 역전패는 35패로 SK(39패), 삼성(37패)에 이어 3위였다. 148개의 병살타는 KBO리그 역대 한 시즌 팀 최다의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하지만 최하위로 떨어지며 최악의 한해를 보냈던 지난해와 견주면 많이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팀 성적도 함께 꼴찌에 그쳤던 팀타율(0.250), 평균자책점(4.83)은 올시즌 팀타율 5위(0.276), 평균자책점 6위(4.64)로 올라섰고 홈런은 5위(131개), OPS(출루율+장타율) 6위(0.761), 홈경기 성적 5위(41승31패) 등 모든 지표들이 상승했다.

롯데는 무엇보다 내년 시즌이 기대된다.

에이스 부재와 수비 불안을 한꺼번에 해소해 준 스트레일리, 마차도와 일찌감치 재계약을 했다. 여기에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초고교급 타자 나승엽(덕수)을 2차 2번으로 지명해 계약을 이끌어 내는 등 올시즌 드래프트를 가장 잘한 팀으로 롯데가 꼽힌다. 이정후(키움), 강백호(KT)와 견주어도 결코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 나승엽은 오히려 1차 지명한 포수 손성빈(장안고·1억5천만원), 2차 1번의 투수 김진욱(강릉고·3억7천만원)보다 더 많은 올시즌 역대 2위인 5억원으로 계약하는 성과를 일궈냈다.

아직 팀 프랜차이즈 스타인 이대호와는 계약이 남아 있고 두자리 승수를 올릴 수 있는 토종 투수가 박세웅 정도밖에 없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올시즌보다는 오히려 내년에 전력이 더 탄탄해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올시즌을 치르면서 비록 초반의 상승세를 막판까지 이어가지는 못했지만 패배의식이 사라지면서 시즌 중반 한때 가을야구 문턱까지 올랐다는 점에서 2021시즌을 맞는 롯데는 희망에 가득 차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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