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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프로야구 손자병법] 50. 롯데의 강노지말(强弩之末)

2020-12-08 07:04

강노지말(强弩之末)-힘차게 쏜 화살도 마지막에는 힘이 떨어져 비단조차 뚫기 어렵다(사기 한장유열전)

롯데의 젊은 선수들은 피로를 모르는 듯 했다. 해태가 9월 12일부터 20일까지 7연승을 하며 3.5게임까지 따라붙자 막판 맹렬한 기세로 결국 그들을 털어냈다.

[프로야구 손자병법] 50. 롯데의 강노지말(强弩之末)


9월 26일 광주 해태전에서 0-5로 패배, 해태의 추격권 안에 들었으나 27일 대전 한화전 연속 경기를 모두 잡아 게임차를 4.5게임으로 늘렸다.

1995년 소장파 김용희 감독을 앞세운 롯데는 3~4위 곡예를 하듯 레이스를 펼치다 마지막 순간 해태를 밀어내고 준플레이오프전을 없애 버렸다. 3위와 4위의 차이가 3.5게임 이내면 준플레이오프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해태의 저력을 감안, 3위 롯데와 4위 해태의 격차가 그 이내일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롯데는 껄끄러운 해태와의 준플레이오프전을 없애겠다는 전략 아래 모든 힘을 집중, 마지막 날 마지막 게임에서 1점차로 승리하며 4위 해태의 포스트 시즌 진출을 원천 봉쇄했다.

3, 4위 간 준플레이오프전을 없애고 플레이오프전에 막바로 오른 롯데는 5.5게임차 상위팀이 LG와의 싸움을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전력이 떨어지는 데다 지친 상태여서 LG를 잡는 게 여간 버거운 것이 아니었다.

선발 20승의 이상훈, 특급 마무리 김용수, 그리고 공격을 이끄는 서용빈, 유지현, 김재현 등 LG는 롯데에겐 넘기 힘든 산이었다.

그러나 롯데의 기는 포스트 시즌에도 꺾이지 않았다. LG 홈구장인 잠실 1차전에서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8-7로 승리를 거둔 후 기어코 LG를 6차전에서 무너뜨렸다.

이제 남은 것은 OB 한 팀뿐. 페넌트레이스 1위였지만 LG와 반 게임 차에 불과했다. 기본전력은 오히려 LG보다 약했다. 예상대로 롯데는 10월 14일 잠실에서 벌어진 한국시리즈 1차전을 4-2로 잡았다.

기선을 잡은 롯데는 이후 2게임을 내줬으나 4차전에 이어 5차전까지 승리, 우승 문턱에 바싹 다가섰다. 이제 1승이면 되는 상황. 그러나 OB에게 6차전을 주는 바람에 3승3패가 되고 말았다.

원점에서 치러야 하는 마지막 1게임. 투수력은 OB보다 여유가 있다고 했으나 한계였다. 해태와의 준플레이오프전을 생략하기 위해 죽도록 달린 것이 큰 짐이 되었다. 게다가 LG와 힘든 싸움을 했으니 무리도 아니었다.

4승 2패로 이겼지만 4승 중 3승이 8-7, 7-6, 1-0 등 1점차였다. 그런 터에 한국시리즈를 7차전까지 끌고 왔으니 그야말로 죽을 노릇이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가름하는 7차전. 1-2로 지고 있었지만 아직 승부를 예측할 수 없었던 3회말 2사 2, 3루. 한방이면 승부가 기우는 상화에서 OB 김종석이 2루 땅볼을 때렸다.

롯데 박정태 옆으로 굴러가는 평범한 타구. 그냥 잡아 1루로 던지면 끝이었다. 그러나 뭐에 홀렸는지 박정태는 그 공을 얌전하게 빠뜨렸다. 결정적인 실책, 2점을 거저 주고 말았다.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마음은 벌써 공을 따라갔는데 발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지칠대로 지친 롯데. 실책이었지만 몸 상태로 볼 때 그것은 불가항력이었다. 싸워 이기겠다는 기는 넘쳤으나 그들에겐 종이 한 장 찢을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OB가 이긴 것이 아니라 롯데가 제풀에 지고 만 것이었다.

2020년 두산이 한국시리즈 막판 힘없이 나가떨어진 것도 그 옛날 롯데와 비슷한 경우다.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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