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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포커스] “번트는 안 돼. 자기 아웃카운트 하나를 그냥 날리는 거잖아”-NC와 머니볼과 KS 5차전 5회.

2020-11-24 06:45

5회 말 두산 선발 플렉센이 NC 선두타자 노진혁에게 연거푸 4개의 볼을 던졌다. 4회에 비로소 첫 안타를 허용한 플렉센의 구위로 보면 정말 뜻밖의 선물이었다. 0-0의 균형을 깰 수 있는 기회였다.

[마니아포커스] “번트는 안 돼. 자기 아웃카운트 하나를 그냥 날리는 거잖아”-NC와 머니볼과 KS 5차전 5회.


5회까지 역시 무실점으로 역투한 구창모의 기세라면 선취득점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보내기 번트로 2루까지 보낸 후 ‘시리즈의 알토란’인 알테어와 권희동에게 한방을 맡겨봄직했다. 하지만 이동욱감독은 이번 시리즈의 단골장면이었던 ‘무사1루-보내기 번트’를 재연하지 않았다.

“보내기 번트는 안 돼. 그건 자기 아웃카운트 하나를 그냥 날려 버리는 거잖아.”

메이저리그의 실제 인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빌리 빈 단장을 소재로 한 영화 ‘머니볼’에서 주인공 브래드 피트가 읊조린 대사다.

고교 야구 유망주였던 빌리 빈 단장은 브래드 피트의 입을 빌려 ‘번트로 한 명이 죽고 남은 두 명이 2루 주자를 불러들이는 것’ 보다 ‘세 명의 타자가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게 더 득점 확률이 높다’고 역설했다.

맞는 말이고 관중들도 즐기지만 강공에는 여러 가지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삼진을 당할 수 있고 진루타가 되지 않을 수 있으며 병살타가 될 경우엔 치명적이다. 번트가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자가 2루에 있으면 병살의 위험은 극히 적다.

그래서 한국야구는 ‘강공은 모험이고 번트는 안전책’이라고 한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는 일본야구가 즐겨하는 번트를 스몰야구라며 내려다 본다.

한국야구는 번트를 꽤 좋아하는 편이다. 초창기 프로야구는 1사3루나 무사 2,3루면 ‘스퀴즈 번트’로 번트 득점을 시도했고 제법 많이 성공했다. 그 때는 그런 상황에서 강공을 했다가 득점하지 못하면 ‘왜 번트를 대지 않았느냐’고 힐난하기까지 했다.

타석엔 박석민. 타격에 관한 한 일가견이 있지만 이전타석까지 8타수 2안타로 좋다고 할 수 없는데다 3차전 객사 때 입은 손가락 부상까지 있어 강공이 여의치 않았다. 그렇다고 박석민에게 번트를 대게 하는 것도 쉬운 건 아니었다. 그의 번트 경험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모험일까, ‘안전 빵’일까.

시리즈를 하면서 군데군데 강심장임을 과시한 이동욱 감독은 강하게 밀어붙였다. 보통 투수는 볼넷 후의 맞이하는 타자에게 스트라이크를 뿌린다는 일반론, 플렉센이 그때까지 보여준 볼 컨디션을 염두에 두었는지 첫 공에 달리고 치는 작전을 걸었다.

박석민이 치기 어려운 공을 어렵사리 3루 쪽으로 보내 노진혁의 2루진루를 지원했다. 이어 나온 알테어는 적시타로 감독의 작전을 성공시켰다.

희생번트나 다름없는 상황, 성공도 아니고 실패도 아니었다. 하지만 뻔한 번트 상황을 강공으로 몰아가는 감독의 자신감은 근거가 있든 없든, 논리가 맞든 안 맞든 알게 모르게 선수들에게 스며든다. 그리고 적에겐 두려움을 준다. NC의 5차전 완승. 두산이 지쳐서 얻은 반사이익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그들 모두의 작은 자신감이 그들의 승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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