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로 프로 3년차인 두산의 김민규(21)와 2년차인 NC의 송명기(20)다. 이들은 빅 게임 가운데 빅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시리즈에 생애 처음으로 선발로 나서고도 전혀 주눅들지 않고 기라성같은 대한민국의 대표타자들을 상대로 놀라운 피칭을 선보였다.

2018년에 입단한 김민규는 지난 2년 동안 단 2게임만 나섰다. 공을 던진 이닝도 2게임에 2⅓이닝이 전부였다. 그러다가 올해 29게임에 등판했다. 마무리라기 보다는 필승조의 중간 투수로 활약했다.
불펜 투수 가운데 가장 구위가 좋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지난 8월 22일 SK전에서는 선발로 나서 5이닝 무실점으로 첫 승리를 따냈으나 두번째 선발등판(8월 30일 LG전)에서는 4이닝 2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뒤 다시 구원으로 돌아서는 아픔을 겪었다. 올시즌 선발로 나선 게임은 불과 4게임뿐이었다.
이 선발 4게임에서 김민규는 18이닝 9자책점으로 평균자책점 4.50에 이르렀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전혀 달랐다. 2차전 9회말 1점차 위기에서 올라와 NC의 테이블세터 두 타자를 연거푸 잡고 무실점 세이브를 올린 데 이어 한국시리즈 2게임에서 평균자책점은 1.50(6이닝 1실점)에 불과하다. 올시즌 평균자책점 4.89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엄청난 차이다.
김민규보다 1년 늦은 송명기의 호투도 눈부셨다. 송명기는 5이닝 동안 82개 공을 던지며 2안타 4탈삼진 무실점. 변화구 제구가 조금 흔들리기는 했지만 최고 148㎞에 육박한 포심 패스트볼에 두산의 기라성같은 타자들이 제대로 방망이 중심에 공을 맞추지 못했다. 팀이 1승2패로 몰린 상황에서 등판한 데뷔 첫 포스트시즌, 그것도 한국시리즈에서 3-0 승리의 발판을 만들며 2000년대 생으로 첫 포스트시즌 승리투수라는 영예를 안았다.
송명기는 구원으로 나서다가 구창모의 부상, 이재학의 부진으로 선발로 보직을 변경한 케이스다. 이후 송명기는 신인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토종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선발 12게임에서 8승3패, 더구나 9월말부터 10월까지는 6게임 6연승 행진을 이었다. 특히 송명기는 9월달 5게임 선발에서 평균자책점이 4.81이었으나 10월 5게임에서는 2.77로 갈수록 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 20대에 접어든 김민규와 송명기의 맞대결은 승패를 떠나 우리나라 야구의 미래를 밝혀줄 샛별들의 등장이란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뿐만 아니다. 이러한 잠재력을 가진 밀레니엄 세대 투수들이 더 자라나고 있다는 점이 더욱 고무적이다.

소형준은 올시즌 신인으로 2006년 류현진(전 한화) 이후 14년만에 신인으로 두자리 승수(13승6패, 평균자책점 3.86)를 올리면서 토종 최다승 투수로 우뚝섰다. 특히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7회2사까지 두산 타선을 3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잠재웠다. 무적의 가을 시즌을 보내고 있는 두산의 크리스 플렉센이 8회 1사까지 탈삼진은 11개를 했지만 2실점을 한 것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선발로 나선 소형준과 이민호에 견주어 불펜으로만 나서는 바람에 스포트라이트는 적게 받았지만 정해영(KIA)도 빼 놓을 수 없다. 정해영은 올해 47게임에서 마무리보다도 중간 필승조로 주로 나서 5승4패1세이브 11홀드로 평균자책점 3.29로 준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다소 들쑥날쑥한 컨트롤이 때로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190㎝, 98㎏의 큰 키에서 내려 꽂는 150㎞에 이르는 직구는 일품이었다.

밀레니엄 세대 투수들의 등장- 이제 우리나라 프로야구가 조금씩이나마 밀레니엄 세대들이 주축을 이루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는 징조나 마찬가지다.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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