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과 NC는 한국시리즈에서 나란히 1승씩을 주고 받았다.
17일 두 팀의 에이스끼리 맞붙은 1차전에서는 NC의 드류 루친스키가 두산 라울 알칸타라에 승리했고 18일 2차전서는 두산의 플렉센이 NC의 구창모를 눌렀다. 따라서 서로가 1승씩을 나누어 가지면서 올시즌 한국시리즈는 최소한 5차전 이상을 벌이게 됐다.
이럴 경우 5차전(23일)은 다시 루친스키-알칸타라, 6차전(24일)은 구창모-플렉센의 재대결이 예상된다. 올해 한국시리즈는 2-3-2로 벌어진 예년과 달리 2-2-3으로 열리면서 4선발 체제로 움직일 경우 정규시즌과 다름없이 5일 휴식 뒤 등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5차전의 진행 양상에 따라 구창모나 플렉센이 불펜으로 긴급 투입될 수도 있지만 지금과 같이 1승1패의 추세가 이어질 경우 구창모-플렉센은 6차전에서 재대결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 경기 결과에 따라 한국시리즈 우승이 결정될 수도 있다.
2차전의 결과만을 두고 NC 이동욱 감독이나 두산 김태형 감독은 모두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동욱 감독은 구창모가 부상에서 돌아와 97개의 공을 던지며 퀄리트스타트를 한데 대해 기대감을 나타냈다. 또 김태형 감독은 플렉센이 6이닝 1실점으로 '플렉센=승리'라는 공식이 깨지지 않았다는 데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사실 2차전에서 구창모와 플렉센이 보여 준 구위는 상당 부분 기대에는 다소 못미쳤다. 비록 두 선수가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했지만 명품 투수전과는 거리가 멀었다.
구창모는 삼진 7개를 잡아냈지만 정규리그 전반기처럼 타자들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컨트롤도 불안했다. 올해 구창모는 15게임 93⅓이닝을 던지면서 58안타를 허용하고 볼넷은 18개뿐이었다. 1.6이닝 당 1개꼴 안타에 5.2이닝 당 1개꼴로 볼넷을 내주었다. 하지만 이날은 6이닝동안 7개의 안타를 맞았고 볼넷은 2개였다.
3회까지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도 높지 않았다. 4회초 선두타자 두산 김재호에게 초구 홈런을 허용한 것도 스트라이크를 잡기위해 던진 공이 한 가운데 약간 높은 쪽에 온 것이 화근이었다. 타자 무릎쪽으로 파고 들면서 스트라이크존 보드라인을 걸치며 타자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던 그런 위력적인 볼은 그다지 보여주지 못했다. 아직 100% 정상적인 구위로 돌아오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구창모가 한국시리즈 첫 선발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친 것만은 틀림없다. 2016년 두산과 처음으로 맞붙은 한국시리즈 2게임에서 불펜으로 나와 1타자씩을 상대하면서 모두 안타를 내주고 물러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비록 패전은 안았지만 한국시리즈와 같은 빅게임에서의 경험은 앞으로도 구창모에게 큰 자산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플렉센은 이날 5개의 사사구를 내주었다. 정규리그에서 5개 볼넷을 내준 적은 있었지만 부상에서 돌아온 9월 이후에는 한 게임에 3개가 최대였다. 더구나 10월 마지막 2게임에서는 무사사구 무실점이었고 올시즌 정규리그 21게임 116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30개에 그쳤던 볼넷과 비교해도 확연히 많은 숫자다. 특히 플렉센은 정규시즌 단 2개뿐이었던 몸맞는 볼이 이날에만 2개가 나왔다. 그만큼 정교한 컨트롤이 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150㎞에 이르는 빠른 볼로 타자를 욱박지르는 정면 승부로 투구수를 조절하던 모습도 NC전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그나마 NC에서 병살이 5개나 나오면서 6이닝 1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할 수 있었지만 100개의 공을 던진 것은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었다. 준PO나 PO와는 또 다른 빅게임인 KS인데다 이미 1패를 안고 있어 더욱 무거운 책임감으로 어깨에 힘이 들어간 탓으로 보인다. 주심의 스트라이크존에 강하게 항의한 것도 이 때문으로 여겨진다.
이런 모든 점을 감안할 때 구창모와 플렉센이 다시 만나면 2차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 줄수 있을지가 궁금하다.
구창모와 플렉센이 6차전에서 다시 선발로 맞붙거나 아니면 불펜으로 갑작스레 등판하거나 올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의 향배는 두 선수의 어깨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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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화 마니아리포트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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