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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홈런 친 후 홈플레이트를 밟을 수 없었던 고메즈 왜?

2020-11-12 05:00

카를로스 고메즈(오른쪽)가 홈런을 친 후 홈으로 들어오자 애틀랜타 포수 브라이언 맥켄이 홈플레이트 앞에서 막아서고 있다.[에틀랜타 AP=연합뉴스]
카를로스 고메즈(오른쪽)가 홈런을 친 후 홈으로 들어오자 애틀랜타 포수 브라이언 맥켄이 홈플레이트 앞에서 막아서고 있다.[에틀랜타 AP=연합뉴스]
2013년 9월 25일(현지시간), 밀워키 브루어스의 카를로스 고메즈는 1회 말 1사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투수 폴 머홈의 2구째를 통타, 장쾌한 홈런을 쳤다.

고메즈는 뭐라고 중얼거리며 아주 천천히 1루 베이스를 돌았다.

이런 그가 못마땅했는지 애틀랜타 1루수 프리먼이 고메즈에게 항의성 말을 했다. 이를 들은 고메즈도 맞받아쳤다. 고메즈가 계속 뭐라고 중얼거리며 베이스를 돌자 투수 머홈도 그를 향해 소리를 질러댔다. 이에 질세라 고메즈도 머홈을 향해 맞장구쳤다.

고메즈가 3루 베이스를 돌아 홈으로 들어갈 때 마침내 문제가 터졌다.

애틀랜타 포수 브라이언 맥캔이 고메즈의 앞을 가로막고 홈플레이트를 밟지 못하게 했다.

그러면서 고메즈와 심한 언쟁을 벌였다. 그러자 양 팀 선수들이 벤치를 박차고 나와 아수라장이 됐다.

고메즈는 동료들의 호위를 받으며 간신히 덕아웃으로 들어갔지만, 그때까지도 홈플레이트를 밟지 않았다.

홈런을 친 후 홈플레이트를 밟지 않으면 아웃이 된다.

그러나, 이날 주심은 고메즈의 홈런을 인정했다.

야구 규칙에 따르면, 상대방의 ‘방해’로 홈플레이트를 밟지 못했을 때는 예외로 득점을 인정한다.

주심은 애틀랜타 포수 맥캔이 고메즈가 홈에 들어오는 것을 방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야구 경기에서 홈런을 친 후 상대방이 방해하거나 홈런 친 선수의 실수로 홈플레이트를 밟지 않은 경우는 극히 드믈지만 있다.

그런데, 홈런을 쳐놓고도 일부러 홈플레이를 밟지 않은 사건이 있었다.

이 기 막한 일이 한국에서 일어났다.

실업 야구 마지막 대회인 가을철 연맹전이 열리고 있던 1988년 10월 25일 서울 동대문 구장.

한국화장품과 제일은행의 경기였다.


한국화장품의 강타자 강기웅은 이날 초반부터 신들린 듯 방망이를 돌렸다. 1회에 좌전안타를 친 후 3회에는 좌월 3점 홈런을 터뜨렸다, 이어 7회에는 중월 2루타를 날렸다.

이제 3루타만 치면 타자라면 누구나 한 번 달성하고픈 ‘대기록’인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할 수 있게 됐다. 사실 3루타 치는 게 가장 힘들다.

강기웅은 8회 마지막 타석에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펜스를 맞고 튀어나오면 3루타가 될 수도 있는 타구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타구는 담장을 넘고 말았다. 3루타가 아니라 홈런이 되고 만 것이다. 대망의 ‘사이클링 히트’ 달성이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홈런을 확인하고 베이스를 천천히 돌던 강기웅이 꾀를 냈다.

3루를 지난 후 홈플레이트를 누구나 알아차릴 수 있게 일부러 밟지 않고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홈런을 친 후 베이스를 밟지 않으면 3루타로 기록된다는 야구 규칙을 절묘하게 이용한 것이다.

‘사이클링 히트’ 기록에 대한 욕심으로 그렇게 한 것이다.

그런데, 강기웅이 홈플레이트를 밟지 않은 것을 알고도 제일은행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제일은행 투수가 포수에게 공을 던져야 심판이 아웃을 선언할 수 있었다.

제일은행은 강기웅의 ‘대기록’을 세워주기 싫어 보고도 못본 체했다.

심판도 제일은행이 가만 있자, 모르는 척하며 그대로 홈런을 인정하고 경기를 속개했다.

그러자 한국화장품의 김병일 감독이 덕아웃을 박차고 나왔다. 강기웅이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밟지 않았기 때문에 3루타라고 어필한 것이다.

그러나, ‘누의 공과’는 엄연히 상대방의 항의가 있어야만 성립되는 상황이다.

강기웅의 ‘사이클링 히트’는 제일은행의 비협조(?) 때문에 결국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장성훈 선임기자/seanmania2020@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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