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시리즈로 향한 마지막 관문에서 두산이 KT에 연승하며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SK를 상대로 한국시리즈 4연승을 한데 이어 LG와의 준플레이오프전 2연승, KT와의 플레이오프전 2연승으로 포스트시즌 8연승으로 '무적의 가을 남자' 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다.
이와 달리 1군리그에 참여한지 6시즌만에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KT는 연패에 빠져 벼랑끝으로 몰리고 말았다. 올시즌 두산과의 대결에서 9승7패로 우위를 보인 KT로서는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나가 떨어지게 됐으니 정규리그 2위의 자존심이 말이 아니게 됐다.
플레이오프전 2게임에서 연패와 연승으로 극명하게 갈린 원인은 사실 단순하다. 두산은 상당부분 정규시즌과 다름없이 평소 자신들의 플레이를 그대로 펼쳤으나 KT는 평소의 반에도 미치지 못한 탓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두산은 플레이오프전에서 70타수 19안타로 타율이 0.271을 기록했다. 덩달아 득점도 7점을 올렸다. 안타 2.7개 당 1점꼴이다. 두산은 정규시즌에서 팀 타율이 0.293이었고 안타 1.9개당 타점 1점을 올렸다. 물론 정규시즌보다 득점생산력이나 팀 타율은 떨어지지만 큰 차이는 아니다.
반대로 KT는 플레이오프전에서 66타수 14안타(타율 0.212)에 3득점뿐이다. 4.3안타를 쳐야 간신히 1득점을 했다. 정규리그에서 KT는 팀타율은 0.284였고 두산과 똑같이 안타 1.9개당 1타점을 올렸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KT는 2회에 3안타로 나오고도 점수를 못냈다. 3회 2사 후에 로하스의 홈런으로 1점을 만화하고 계속해 불펜으로 나선 김민규로부터 안타와 볼넷을 얻어냈지만 장성우가 루킹 삼진을 당하고 말았다. 4회에도 2안타 몸맞는 볼까지 나왔으나 동점 기회를 놓쳤다. KT쪽으로 온 흐름을 병살이 나오면서 스스로 분위기를 차버린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두산은 이날 선두타자가 출루한 것은 단 두번밖에 되지 않았지만 모두 득점으로 연결됐다. 반대로 KT는 4차례 선두타자가 나갔으나 단 한번도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이것이 바로 두산은 2연승, KT는 2연패로 승부의 명암이 갈린 단순한 이유였다.

결국은 타선의 부활이 관건이다. 테이블세터인 조용호(타율 0.222)와 황재균(타율 0.125)이 먼저 깨어나야 하고 4번의 중책을 맡은 강백호(타율 0.125)도 천재타자의 면모를 보여 주어야 한다. 프로통산 16시즌 동안 1713게임을 치르고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나선 박경수(타율 0.600)가 하위타선에서 보여주고 있는 투혼에 조금이라도 보답을 해야 한다.
KT는 3차전 두산의 선발로 예정된 올시즌 유일한 20승 투수 라울 알칸타라를 제대로 공략한 경험도 있다. 알칸타라에 3게임 2패를 당했지만 6월 4일에는 5이닝 동안 5득점을 했고 8월 14일에는 8안타 3득점을 하기도 했다. 충분히 반전이 가능한 이유들이다.
이강철 감독은 막내구단으로 포스트시즌에 올라온 만큼 "편하게 축제처럼 즐기자"고 했다. 하지만 지금 KT의 모습은 전혀 즐기는 모습이 아니다. 거의 주눅이 든 모양새다. 즐기면서 주눅이 들 필요는 없다. 벼랑의 끝에서 희망을 쏘아 올릴 KT의 반전을 기대한다.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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