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7년 6월 23일, 당시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뛰고 있던 베이브 루스는 홈구장인 펜웨이파크에서 워싱턴 세네터스전 설발 투수로 등판했다.
1회 초 워싱턴의 선두 타자 레이 모건을 상대한 루스는 그에게 볼넷을 내줬다.
그러자 다혈질인 데다 성미가 급한 루스는 주심 브릭 오웬스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스트라이크를 볼로 선언했다는 것이다.
당시 신문 보도에 따르면, 루스는 오웬스에게 “눈 좀 떠라. 그리고 계속 는 뜬 상태로 있어라”고 소리쳤다.
성미 급한 오웬스도지지 않았다. 루스에게 “공이나 던져라. 계속 떠들면 쫓아내겠다”고 경고했다.
이 말을 들은 루스는 더 화가 났다. “날 쫓아내면 난 다시 들어와 당신 코에 한 방을 먹이겠다”고 맞받아쳤다.
이에 오웬스는 루스에게 퇴장을 명령했다.
그러자 루스는 대뜸 오웬스에 다가가 주먹을 날리기 시작했다. 동료들이 말리는데도 루스는 계속 주먹을 휘둘렀다. 결국 오웬스의 왼쪽 귀 뒤쪽이 강타당했다.
아수라장이 되자 경찰이 동원됐다. 루스는 경찰에 연행돼 경기장 밖으로 나갔다. 이때 루스의 공을 받았던 포수도 함께 쫓겨났다.
상황이 수습되자 보스턴은 어니 쇼어를 급히 마운드에 올렸다.
다음 타자 타석 때 1루에 있던 모건이 2루 도루를 시도했다. 투수와 포수가 다 바뀐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탄 것이었다.
그러나 2루에서 구만 태그아웃되고 말았다.
이후 쇼어는 워싱턴 타자 26명을 다 잡아냈다. 무안타, 무볼넷, 무실책, 무실점이었다. 단 한 명도 1루에 내보내지 않았다.
팀은 4-0으로 이겼다.
당시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쇼어의 ‘퍼펙트’ 경기로 기록했다.
그러나 70여 년이 흐른 후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 기록을 ‘합작 노히터’라고 정정했다. 마운드에는 루스와 쇼어 두 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루스는 한 타자만을 상대하고, 그것도 볼넷으로 내보낸 뒤 심판에 대들다 퇴장당했는데도 ‘노히터’ 경기를 한 투수로 버젓이 이름을 올린 것이다.
[장성훈 선임기자/seanmania2020@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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