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5(목)

야구

타티스 주니어 ‘실버슬러거’ 선정에 씁쓸한 박찬호 왜?

2020-11-08 05:10

타티스 주니어
타티스 주니어
6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2020시즌 ‘실버슬러거’ 수상자 명단에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이름이 올랐다.

타율 0.277에 홈런 17개, 45개의 타점을 기록,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최고의 타자로 선정된 것이다.

올해 겨우 21세에 불과하다.

그런 타티스 주니어를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다.

박찬호는 ‘타티스’라는 이름만 나오면 ‘경기’를 일으킨다.

타티스 주니어의 아버지 타티스 시니어 때문이다.

21년 전인 1999년, 타티스 주니어가 태어난 해 박찬호는 4월23일(현지시간) LA다저스태디엄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로 선발 등판했다.

3회 초. 2-0으로 앞서고 있던 박찬호는 타티스 시니어를 한 회에 두 번이나 상대했다.

그런데, 그 두 번 모두 그에게 만루홈런을 얻어맞았다.

메이저리그 150년 역사의 전무후무한 기록이었다. 아직도 이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타티스가 올린 한 이닝 8타점 기록 역시 깨지지 않고 있다.

그 악몽과도 같았던 3회 초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돌아본다.

박찬호
박찬호

선두타자 대런 브레그에게 우전안타를 맞은 박찬호는 다음 타자 에드가 렌테리아를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켰다. 무사 1, 2루가 됐다.

다음은 ‘홈런 타자’ 마크 맥과이어였다. 맥과이어는 박찬호의 2구째를 받아쳐 우전 안타를 날렸다. 무사 만루가 됐다.

이어 나온 타자가 타티스 시니어였다. 타티스는 볼카운트 2-0에서 3구째를 좌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만루홈런으로 연결했다. 이 한 방으로 순식간에 2-4로 역전됐다.


정신이 번쩍 든 박찬호는 다음 타자 J.D. 드루를 1루수 땅볼로 잡았다. 냉정을 되찾는 듯했다.

그러나, 다음 타자 엘리 마레로에 좌월 홈런을 얻어맞고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플라시도 폴랑코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어 조 맥유잉마저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을 허용했다. 1사 1, 2루가 됐다.

다음 타자는 세인트루이스 투수 호세 히메네스. 그는 희생번트를 댔다. 박찬호는 히메네스의 타구를 잡아 3루수에게 던졌다. 2루 주자를 포스아웃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폴랑코는 3루에서 살았다. ‘야수 선택’이 되고 말았다. 1사 만루가 됐다.

브레그가 한 이닝 2번째로 타석에 들어섰다. 1루 땅볼을 쳤다. 그러나 1루수 에릭 캐로스가 타구를 잡은 뒤 홈으로 송구했으나 실책이 되고 말았다. 3루주자 폴랑코가 득점했다.
여전히 1사 만루의 위기였다.

다음 타자는 역시 한 이닝 2번째로 박찬호를 상대한 렌테리아였다. 박찬호의 5구째를 짧은 우전 안타로 연결했다. 3루주자 맥유잉이 홈플레이트를 밟았다. 여전히 1사 만루.

다음 타자는 맥과이어. 큰 거 한 방을 노렸던 맥과이어는 박찬호의 4구째를 밀어쳤으나 우익수 뜬공으로 아웃됐다. 여전히 만루였지만 2사가 됐다.

다음 타자는 문제의 타티스였다. 풀카운트 접전을 벌였다. 박찬호는 회심의 브레이킹볼을 던졌다. 그러나 공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았다. 타티스의 방방이가 매섭게 돌아갔다. 정통으로 맞은 타구는 왼쪽 담장을 또 훌쩍 넘겼다. 만루홈런이었다. 11번째 실점이었다.

박찬호는 그때서야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박찬호는 “앞으로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한 이닝 같은 타자 연속 만루홈런 기록은 21년이 흘렀지만 깨지지 않고 있다.

타티스 시니어가 이런 ‘대업’을 달성하던 해 태어난 타티스 주니어는 아버지의 만루홈런 DNA를 물려받았는지 21년 후인 올해 8월 18일 추신수가 있는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경기에서 만루홈런포를 터뜨렸다.

그러나 이 홈런은 샌디에이고가 10-3으로 크게 앞선 8회 초 볼카운트 3-0에서 쳐 논란이 됐다. 크게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3볼 노스트라이크일 때는 스윙을 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타티스가 어겼다는 것이다.

타티스 주니어는 앞으로 만루홈런을 칠 기회가 많이 남아 있다. 그가 만루홈런을 칠 때마다 미국 언론들은 박찬호를 거론하며 그때의 일을 언급할 것이다.

박찬호의 심정이 착잡한 이유다.

[장성훈 선임기자/seanmania2020@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