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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노트]'난세의 영웅은 김현수도, 라모스도 아니었다'--신민재의 '작은 영웅' 이야기

2020-11-03 08:42

어설픈 주루플레이도 있었고 실책성 플레이도 나왔다. 기대도 어긋났고 작전도 빗나갔다. 그래도 이변은 없었다. 그러나 상처는 남았다.

신민재의 끝내기 안타에 LG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에 뛰어나가 기쁨을 함께했다.
신민재의 끝내기 안타에 LG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에 뛰어나가 기쁨을 함께했다.
LG가 천신만고끝에 포스트시즌의 첫 관문인 와일드카드전을 통과했다.

LG는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연장 13회말 접전끝에 천신만고 끝에 키움을 4-3으로 누르고 2년 연속 준플레이오프전에 진출했다. 4시간57분 역대 최장시간이었다. 투수가 7명이나 나왔고 야수는 등록된 내외야수 15명 가운데 양석환을 제외한 14명이 나섰다. 그리고 믿었던 김현수와 로베르토 라모스는 기대에 못미쳤다. 김현수는 연장 12회에 내야안타를 날렸지만 6타수 1안타에 그쳤고 라모스는 3타수 무안타에 2사사구였다.

난세에는 영웅이 태어난다고 한다. 숨막히는 연장 승부끝에 작은 영웅이 탄생했다. 대주자로 나선 신민재였다.

영웅이 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고난이 따르는 것은 신민재도 예외가 아니었다. 신민재는 2-2이던 연장 12회말 선두타자인 김현수가 유격수쪽 깊숙한 내야안타로 나가자 대주자로 나섰다. 발이 빠르고 주루 센스가 뛰어난 신민재라 믿었다. 하지만 후속타자인 채은성의 2루수 라인드라이브 타구때 2루로 뛰려고 하다 1루로 되돌아 오는 바람에 한 타임이 늦어 1루에서 비명횡사하고 말았다. 순식간에 병살을 당해 무사 1루가 2사에 주자가 없어지고 말았다.

키움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연장 13회말 끝내기 안타를 날린 신민재가 환호하고 있다.
키움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연장 13회말 끝내기 안타를 날린 신민재가 환호하고 있다.
이 위기를 넘긴 키움은 13회초 기여코 점수를 뽑았다. 이정후와 박병호의 연속안타로 만든 2사 1, 2루에서 박동원이 왼쪽 선상에 절묘하게 떨어지는 2루타로 1점을 보태며 LG를 막다른 골목으로 밀어넣었다.


그러나 LG도 그냥 물러서지는 않았다. 13회말 선두 이형종이 왼쪽 2루타를 치고 나가면서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오지환이 번트 실패에 이은 유격수 땅볼에 그치면서 2루주자는 움직이지 못했다. 이렇게 동점기회를 놓치는가 했을 때 김민성의 우전안타가 나왔지만 2루 주자는 홈까지 뛰어들지는 못하고 3루에 머물고 말았다.

김민성의 잘맞은 타구가 키움 1루수 박병호의 키를 살짝 넘어 가면서 마치 잡히는 듯 보인 탓에 2루 주자인 이형종이 제대로 스타트를 못한 탓이었다. 그리고 2사 뒤 대타 이천웅의 유격수쪽 깊은 내야안타로 3-3으로 극적인 동점을 만들면서 기사회생했다.

1번타자 홍창기의 고의볼넷으로 2사 만루에서 신민재가 등장했다. 신민재는 키움의 9번째 투수 김태훈이 높은쪽으로 연속으로 볼이 2개 들어온뒤 한가운데 들어오는 제3구째를 정확하게 맞추면서 끝내기 우전안타로 만들어냈다. 작은 영웅의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김현수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신민재
김현수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신민재
신민재는 “공격할 때부터 나에게 들어온다고 생각했다. 앞에서 (이)천웅이형이 살아나가줘서 나까지 기회가 왔다. 포수가 공 빠뜨리면 경기 끝나니까 변화구보다는 직구를 노렸다. 첫 2구가 모두 높아서 비슷하면 치자고 했는데 마침 좋은 공이 들어와서 칠 수 있었다. 2볼에서 칠 생각밖에 없었다”며 끝내기 안타를 날린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류중일 감독은 "특별한 사인은 없었다. 그래도 2볼에서 (신민재가) 안 칠 줄 알았는데 쳐버렸다. 신민재와 양석환을 고민했는데 신민재로 밀고 갔다. 내야안타를 기대한 것은 아니고 밀어내기는 기대했다"며 승리의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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