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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마니아노트]'삼진을 당해도 좋다. 홈런만 날려라'---라모스와 박병호의 홈런포 누가 터질까?

2020-11-02 09:24

'삼진을 당해도 좋다. 홈런만 날려라…'

LG 라모스
LG 라모스
겨울 초입답지 않게 많은 비가 오면서 포스트시즌의 첫 단추인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이 하루 연기돼 2일 오후 6시30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흔히들 '야구는 흐름의 게임'이라고 한다. 외형상 전력이 약한 팀이 좋은 흐름을 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점수들이 나곤 하는 모습들을 자주 볼 수 있다. 평소에 짠물 피칭을 하는 에이스들이 예상밖으로 난타를 당해 대량 실점하거나 한시즌 내내 홈런을 거의 날리지 못했던 타자가 느닷없이 1게임 3홈런을 치는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포스트시즌과 같이 빅게임에서는 이런 흐름을 탈 필요가 있고 그 흐름을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야구에서 흐름을 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한방에 바로 점수가 나는 홈런이다. 빅게임일수록 홈런의 가치는 더욱 빛이 난다.

LG와 키움에는 KBO 리그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가 있다. 바로 LG의 로베르토 라모스와 키움의 박병호다. 홈런을 많이 날린 선수들의 이야기를 빌면 컨디션이 너무 좋을때보다 오히려 배트가 조금 무거운 듯 느껴질 때나 컨디션은 나쁘지는 않은데 몸이 약간 찌부둥할 때 오히려 홈런이 더 잘 터진다고 한다.

지금 라모스나 박병호는 최고의 컨디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만큼 홈런이 터질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라모스는 지난 6일 발목에 통증을 느껴 1군에서 제외된 뒤 LG의 2위가 걸린 한화전이나 SK전에 출장하지 못했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2군에서 세 차례 정도 연습게임에 출장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완전히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오지는 않았다고 한다.

올시즌 38개의 홈런을 날려 홈런더비 2위와 함께 역대 LG 타자로 최다 홈런을 기록한 라모스는 38개의 홈런을 모두 각각 다른 투수들로부터 뽑았다. 라모스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맞붙게 될 키움의 제이크 브리검에게도 홈런을 날렸다.


지난 8월 7일 고척 경기에서 1-0으로 앞선 3회초 2점홈런을 날려 3-0으로 달아나는 홈런이었다. 하지만 라모스는 이 홈런을 빼고는 브리검에게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8번 타석에 들어서서 볼넷 2개에 삼진을 5개 당하고 안타는 홈런 딱 1개 뿐이었다.

올해 키움전에서 라모스는 5개 홈런을 날렸다. 이 가운데 브리검과 최원태6월5일)는 선발투수였고 나머지 3개는 양현(5월16일), 조상우(6월5일), 오주원(8월8일)으로부터였다. 라모스가 홈런을 날린 4게임의 승패는 2승2패였다.

키움 박병호
키움 박병호
이런 라모스에 견주어 KBO리그의 대표적 홈런타자인 박병호는 올해 홈런 21개로 최근 7년 사이에 가장 적었다. 시즌 초반 슬럼프가 길어진데다 8월 19일 NC전에서 공에 맞아 왼 손등을 다친 뒤 44일만인 10월 8일 한화전부터 복귀하는 등 전반적으로 부진한 한해를 보낸 탓이었다. 올해 LG전 홈런은 4개였으나 켈리와의 맞대결에서는 6타석 3타수 무안타였다. 삼진은 한번 당했고 볼넷 2개와 몸맞는 볼 1개로 3번을 출루했다.

무엇보다 박병호는 LG와의 포스트시즌에서의 짜릿한 경험이 있다. 바로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NC를 제치고 올라온 LG와 맞붙은 10월 6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다. 타일러 윌슨과 브리검이 선발 맞대결을 벌인 이날 LG와 키움은 9회 초까지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키움은 LG의 윌슨으로부터 8회까지 8안타를 치면서도 득점을 하지 못했고 LG는 브리검-조상우-김상수-오주환으로 이어지는 계투작전에 말려 단 2안타 무득점으로 봉쇄를 당했다.

이 팽팽한 순간에 9회말 첫 타자로 나선 박병호는 LG 구원 고우석의 초구를 때려 고척 돔 한 가운데로 넘어가는 125m 끝내기 홈런을 터뜨린 데 이어 2차전에서는 2-4로 뒤진 8회말 LG 구원 김대현으로부터 극적인 동점 2점 홈런을 날려 연장 10회에 승리하는 발판을 놓았다. 그리고 잠실로 옮겨 열린 4차전에서 선제 2점홈런을 날려 LG에 3승1패로 승리하는 디딤돌이 됐다. 이때 4게임에서 17타수 6안타(타율0.353)에 6타점 4득점 3홈런으로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활약을 했다.

그러나 박병호 역시 부상에서 돌아온 10월에 홈런은 1개밖에 없다. 타율도 34타수 6안타(타율 0.176)로 기대이하였다.

라모스와 박병호의 가장 큰 약점은 삼진이 많다는 점이다. 라모스는 117게임 494타석에서 136개 삼진으로 최다삼진 5위다. 게임당 1.16개, 3.6타석 당 1개꼴로 삼진을 당한 셈이다, 박병호는 93게임 383타석에서 114개 삼진을 당했다. 최다삼진 11위다. 게임당 1.22개, 타석당 3.4타석당 1개꼴이다.

완전한 정상컨디션도 아니고 삼진도 많은 라모스와 박병호이지만 와일드카드 1차전에서는 똑같이 4번타자의 중책을 맡았다. "삼진을 당해도 좋다. 자잘한 소총보다는 화끈한 대포를 쏘아 달라"는 감독의 주문이나 다름없다.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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