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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마니아노트]자만와 오판의 결과--그 후유증은 어디까지 갈까?

2020-10-14 08:58

자만과 오판의 끝은 어디일까?

LG 류원석
LG 류원석
게임을 할 때마다 출렁이는 2~5위 순위 판도는 13일 경기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LG가 롯데에 패해 2-17로 크게 패해 3위로 내려 앉았고 KT는 키움은 7-3으로 누르고 2위로 올라서면서 키움을 5위로 한계단 끌어내렸다. 두산은 한화에 5-0으로 승리, 키움과 게임차없이 승률에서 앞서 4위가 됐다. 결과적으로 2~5위의 순위가 모두 바뀌었다. 이에 따라 전날까지 2.5게임차였던 2~5위는 이제 반게임이 줄어 2게임차가 됐다. 여기에 승승장구 선두를 달리던 NC는 6연패에 빠졌고 가느다란 가을야구 막차 탑승의 기회를 잡기 위해 죽기 살기로 덤비는 KIA와 롯데는 나란히 승리하면서 5위와의 격차를 조금 줄였다.

유례없는 대혼전이다. 거기다 각 팀들마다 남은 게임수도 10게임 내외로 이제 시즌의 끝자락이다. 2~5위 어느 팀도 가을야구 나갈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정도이지 실제로 진출을 결정지은 팀은 아직 아무도 없다. 즉 1~7위까지 가슴을 졸여야 할 팀은 있어도 여유를 부릴 수 있는 팀은 아무도 없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LG와 키움의 행보는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

LG는 최근 새내기 트리오들의 기대이상 호투를 바탕으로 6연승을 달리며 2위까지 올라섰었다. 4승2패 정도만 하더라도 감지덕지였는데 6연승을 해 2승은 여유가 있다는 자만심의 탓이었을까? 3일 롯데전에서는 아직 1군 무대 선발 경험이 없는 류원석을 선발로 내세웠다. 주전들의 피로도를 감안한 휴식을 주기 위해 대체선발이지만 예상밖이고 뜻밖의 선택이었다.

류원석은 서울고-인하대를 거쳐 2013년 육성선수로 LG 유니폼을 입었고 지난해에 정식선수로 계약을 했다. 지난해 2경기에서 3⅓이닝 2실점(평균자책점 5.40)을 했고 올해는 이날 전까지 3게임에 나와 2⅔이닝 1실점(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했다. 퓨처스 리그에서 경기전 원정경기 숙소 엘리베이터에서 류원석을 만난 류중일 감독은 "안타맞고 홈런을 맞더라도 볼질은 하지 말고 내려와라"라고 바람을 전했다고 한다. 188㎝에 90㎏로 건장한 체구에 140㎞ 중반대의 빠른 볼을 가지고 있는 사이드암인 류원석은 제구에 항상 불안감을 갖고 있었다.

처음으로 선발로 나선 류원석은 1회 첫 타자에 내야수가 실책을 범하면서 한순간에 무너지며 비자책 8실점이라는 보기드문 진기록을 세웠다. 롯데 오윤석에게는 1회에 만루홈런도 맞으면서 2이닝 7피안타(1홈런) 8사사구를 내주고 13실점(5자책점)을 했다. 결국 LG는 초반 3이닝에 무려 15실점을 하면서 허무하게 6연승이 깨지고 순위도 한계단 내려갔다.

류중일 감독은 신인급 투수들이 등판을 하는 날이면 버릇처럼 "편안하게 마운드에서 던지고 내려와라"고 말한다.

과연 류원석의 마음은 류 감독의 바람대로 편안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 막판 숨막힐 정도로 펼쳐지고 있는 순위 다툼에 생애 처음으로 서보는 선발 마운드, 그 중압감을 짐작하기란 결코 어렵지 않다. 더구나 LG는 비록 롯데가 순위는 7위로 쳐져 있지만 열세였다. 6연승의 여유, 선두 NC를 4연패시킨 저력, 거기에다 하위권인 롯데를 상대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 자만의 결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키움 요키시
키움 요키시
키움은 LG와 달리 오판이 이 귀중한 시간에 1승을 날린 꼴이 됐다. 지금과 같은 위중한 시기에는 어느 팀에게서건 먼저 승리를 챙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키움은 이 평범한 진리를 무시했다. 현장경험이 없는 김창현 감독대행의 판단착오였다.

지난 8일 전격적으로 경질된 손혁 감독을 대신에 키움의 지휘봉을 잡은 김창현 감독대행은 에이스인 에릭 요키시의 선발 등판을 당초 11일 한화전에서 5강 싸움을 벌이고 있는 KT전에 세우기 위해 13일로 늦추었다. 결과가 좋았다면 더할 나위가 없었겠지만 불행하게도 팀에게는 연패의 멍에만 지우고 말았다.

11일 한화전에서는 한화에 3개 홈런을 허용하며 9-3으로 무릎을 꿇은데 이어 13일 KT전에서는 4개의 실책이 나오면서 자멸하고 말았다. 요키시는 4⅓이닝 7안타 3실점(1자책점)으로 5패째(12승)를 안았다.

김창현 감독대행이 요키시의 등판을 미룬 배경에는 올시즌 한화에 11승을한 압도적인 승리도 한몫을 했으리라고 쉽게 추론이 가능하다. 그리고 5강 싸움을 하는 KT전에 선발로 나서 승리를 하면 이중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 반대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가장 적게 게임을 남겨 놓은 키움은 지금 어느 팀을 가릴 여유가 없다. 우선 승수를 올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은 새삼 말할 나위가 없었지만 이를 간과했다.

물론 류원석의 대체선발이나 요키시의 선발등판을 미루어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 더 이상 바랄 나위가 없지만 이미 결과는 그 반대가되고 말았다.

기대치 않은 연승도 오기는 하지만 예상치 못한 대패나 패배에는 반드시 그 댓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6연승으로 상승세를 한 순간에 꺾어 놓은 대패나 판단 착오로 빚어진 연패가 과연 시즌 막판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지 사뭇 궁금하다.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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