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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스토리]"2위, 가즈아~", 희망봉을 향한 LG 영건 삼총사

2020-10-12 09:18

예상하지도 못했고 기대치도 않았던 일이 벌어졌다. LG가 지난주 홈 7연전에서 6승1패를 거두었다. 지난 주 초 삼성과의 3연전 첫판에서 연장 12회에 역전패를 당한 뒤 내리 2판을 따내 위닝시리즈를 만들더니 선두 NC와의 더블헤더를 포함한 4연전을 내리 쓸어 담았다. 무려 6연승이다. 삼성전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선두 NC 4연전 스윕은 시즌 막판 롤러코스트를 타는 듯한 순위 다툼에서 대반전이자 이변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8월 16일 롯데전에서 4승째를 올린 이후 6게임에서 3게임 퀄리티스타트에도 불구하고 1패만 안은 이민호는 LG의 미래를 밝혀 줄 3총사 가운데 선두주자다.[연합뉴스 자료사진]
8월 16일 롯데전에서 4승째를 올린 이후 6게임에서 3게임 퀄리티스타트에도 불구하고 1패만 안은 이민호는 LG의 미래를 밝혀 줄 3총사 가운데 선두주자다.[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주초까지도 LG는 위기였다. 토종 에이스인 차우찬이 7월 24일 두산전서 ⅓이닝만 던지고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된 지 두달하고도 반이 지나도록 아직 감감무소식이고 타일러 윌슨도 지난 4일 KT전에서 팔꿈치 통증으로 3회에 자진 강판했다. 그리고 6일 삼성전에서 연장 12회에 재역전패를 당하면서 공동 6위인 KIA와 롯데에 3게임차로 쫒기는 5위였다.

LG 류중일 감독이 오즉했으면 '고난의 2주일'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올시즌 막판 최대 과제라고 이야기를 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LG는 거짓말처럼 반등했다. 그 중심에는 LG 앞날을 책임질 고졸 루키 3총사가 자리했다. 똑 같이 2000년생으로 이제 갓 18살을 넘긴 말 그대로 영건들이다. 이민호, 김윤식, 남호가 바로 주인공들이다. 39년 KBO 리그 역사상 고졸 루키 3명이 잇달아 선발로 나선 것은 사상 처음으로 파격적이었다. 더구나 이들이 상대해야 할 팀은 5월 13일 이후 단 한차례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정규리그 우승 초읽기에 들어간 NC였다. 고졸 루키들로서는 버거울 수밖에 없었고 주눅이 들만했다.

NC와의 주말 4연전 첫판을 케이시 켈리의 KBO 리그 첫 완봉승으로 장식한 기운을 이어받은 덕분일까?

10일 더블헤더로 열린 1차전에서 이민호가 다승 1위로 20승을 눈앞에 두고 있는 최고 투수 드류 루친스키와 선발 맞대결에서 당당히 맞섰다. 6이닝 4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 이민호의 쾌투 덕분에 LG는 7회말 순식간에 5점을 뽑는 빅이닝으로 NC를 2게임 연속 영패시켰다. 아직 4승밖에 거두지 못하고 있지만 이민호는 나름 특별한 관리를 받으며 평균 10일에 한번씩 등판해 'LG의 미래 에이스 감'으로 낙점을 받은 투수니까 그럴 수 있다고 치부할 수 있었다.
지난 10일 NC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선발로 나선 김윤식은 채은성이 생애 첫 3연타석 홈런을 날린 덕분에 5이닝 3실점으로 승리를 챙기며 팀의 연승을 이어갔다.[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10일 NC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선발로 나선 김윤식은 채은성이 생애 첫 3연타석 홈런을 날린 덕분에 5이닝 3실점으로 승리를 챙기며 팀의 연승을 이어갔다.[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어 더블헤더 2차전에서는 김윤식이 나섰다. 7월까지 중간계투요원으로 간간히 등판해 눈도장을 찍었던 김윤식은 차우찬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8월 1일 한화전에 대체선발로 처음 선발로 나선 뒤부터 본격적으로 선발로 나섰다. 이전까지 선발로 나섰을 때의 성적은 9게임에서 1승3패, 42⅔이닝 29자책점으로 평균자책점이 6.12였다. 김윤식은 1회에 채은성이 3점홈런을 날려 기분좋은 리드를 잡게 해 준 덕분인지 5회까지 10개의 안타를 맞으면서도 3실점으로 버텨내 2승째를 올렸다. 물론 2차전은 채은성이 생애 첫 3연타석홈런을 날리며 5회까지 혼자서 7타점의 맹타를 터뜨린 덕분이지만 김윤식의 승리도 LG로서는 기대밖 깜짝 승리였다.

11일 NC와의 4차전서 선발로 나선 LG 선발 남호가 4회초 2사 만루에서 강진성에게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맞은 뒤 아쉬워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11일 NC와의 4차전서 선발로 나선 LG 선발 남호가 4회초 2사 만루에서 강진성에게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맞은 뒤 아쉬워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11일 일요일 NC와의 시즌 15차전 선발은 남호였다. 남호는 9월 7일 롯데전서 구원으로 나서 2이닝 1실점을 하며 프로 데뷔전을 치른 그야말로 초짜나 마찬가지였다. 3차례 구원등판에서 2~3이닝씩을 책임지며 7이닝 2실점(평균자책점 2.57)으로 수준급 구위를 선보인데다 왼손투수라는 장점도 있었다. 덕분에 지난 주중 삼성전 첫판에 처음으로 선발로 나서 승리를 챙기지는 못했으나 5이닝 1실점으로 잘 던져 이날 선발로 투입됐다.

남호는 4이닝동안 삼진을 4개 잡아냈지만 5안타에 3실점을 한 뒤 1-3으로 뒤진 상태에서 물러났다. 두게임 연속 영패에다 고졸 루키에 2연패, 여기에다 시즌 첫 4연패를 당해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해 독기를 품고 나선 막강한 타선의 NC를 상대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어도 무방한 성적이었다. LG는 남호 이후 이정용-최동환-송은범-고우석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불펜이 가동되면서 NC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고 8회에 홍창기의 역전 2타점 2루타 등을 앞세워 6득점하는 빅이닝으로 전세를 뒤집어 믿을 수 없는 NC전 4연승 스윕을 이루어냈다.

LG의 4연전(더블헤더 포함) 스윕은 팀 역대 4번째다. 앞서 3번째는 2000년 시즌 막판이던 9월 5일~7일 해태(현 KIA)였다. 이 4연전 스윕이 매직리그 1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발판이 됐다. 하지만 당시 LG는 드림리그 1위인 현대 유니콘스에게 패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지는 못했었다.

12일 현재 LG는 선두 NC에 5게임차 뒤진 2위다. 이제 11게임만 남겨 놓은 채 6연승이라는 막판 스퍼트로 2위에 올라 있지만 3위 KT에 반게임차, 5위 두산과도 2.5게임차밖에 나지 않는다. 아직 고난의 1주가 더 남았다. 특히 이번 주에는 5강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는 롯데, KIA와 3연전씩을 벌여야 한다. 죽기 살기로 덤벼드는 롯데와 KIA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거기다 이번 주부터는 아직 만원은 아니지만 관중도 들어선다. 또 다른 변수다.

고졸 3총사--바로 LG의 미래 자원들이다.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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