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5(목)

야구

[마니아노트]'데이터 야구 맹점' 노출한 삼성,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2020-10-11 11:21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올해도 역시나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삼성이 대구 고성동에 있는 '헌 야구장'을 버리고 수성구에 최신 현대식으로 완공된 삼성라이온즈파크로 본거지를 옮긴 뒤부터 5년 연속이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했던 삼성이 2016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 극과 극을 이루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했던 삼성이 2016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 극과 극을 이루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삼성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통합우승(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동시 우승)으로 그 어느 누구도 근접할 수 없는 '삼성 왕조'를 만들었다. 2015년에는 정규리그 우승을 하고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게 패해 2위에 머문 것이 몰락의 징조였을까?

그리고 2016년 시즌부터는 초 현대식으로 단장한 '라팍'으로 옮겼다. 그리고 내리막 길을 걷기 시작했다. 9-9-6-8-8, 삼성이 라팍으로 옮기고 난 뒤 올해까지의 순위다.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에서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그냥 '라팍의 저주'라고 불러도 할말이 없을 것 같다.

잘 알려져 있듯이 삼성은 언제나 '제일주의'다. 최고를 지향한다. 스포츠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제일주의가 스포츠에서만큼은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굳이 이 때문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삼성 야구단의 내리막길의 시작과 비슷한 시기다.

사실 삼성의 실패는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최형우(KIA), 박석민(NC), 차우찬(LG) 등 간판 투타자들이 모두 삼성을 떠났다. 비싼 계약금과 연봉을 주는 것보다 그 돈으로 내부에서 선수들을 키워서 활용하겠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었다. 그리고 지난 4년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근본 기조에는 변함이 없었다.

삼성의 올해 출발은 의욕적이었다. 지난해 9월 허삼영 전력분석팀장을 파격적으로 발탁했다. 뚜렷한 선수 경험도 부족하고 코치를 해 본 적도 없는 전력분석원으로 오래 근무한 경력만을 믿고 감독으로 영입한 것이다. 삼성은 허삼영 감독을 발탁하면서 "21년이란 오랜기간동안 전력분석원으로 일하면서 선수들의 특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데이터 분석에서 일가견이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야구는 데이터만으로 되는 것이 아님을 너무도 몰랐다. 데이터는 결과를 갖고 만들어지는 보조 자료에 불과한데 그 자료만을 맹신하면 엄청난 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탓이다. 그리고 그 데이터는 한 게임을 하는 동안에도 몇번씩이나 바뀔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간과했다.


올해 삼성의 부진은 데이터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팀 타율은 0.268로 8위다, 밑으로는 SK와 한화가 자리하고 있다. 투수력의 지표인 팀 평균자책점은 4.86으로 7위다. 팀타율이나 팀 평균자책점이 하위권이니 팀 순위도 하위권인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데이터 야구의 신봉자인 감독이 팀의 가장 중요한 지표인 데이터를 이렇게 하위권으로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바로 테이터가 가진 맹점을 자인한 꼴이나 마찬가지다.

삼성의 야구는 올해 그 색깔을 잃어버렸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데이터를 중시하는 것 같으면서도 어떤 때는 데이터를 무시하는 가 하면 경기흐름을 읽는 눈이 지나치게 근시안적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구체적으로 불펜투수는 1이닝 이상을 던지지 않는다는 기본적인 생각에 너무 몰두해 있는 바람에 구위도 좋고 던진 공 개수도 10개가 채 되지 않고 1이닝을 마쳤다는 이유만으로 교체하는 가 하면 조금 점수차가 나면 지레 게임을 포기하는 등 전체적으로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경기감각 부족을 두드러지게 나타냈다는 것이 야구인들의 중론이다.

모 선수는 "앞으로 FA가 되면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삼성에는 남고 싶지 않다"고 솔직하게 고백한 적이 있다. 한때 누구나 삼성 유님폼을 입고 싶어 할 때가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가 난다.

일부에서는 삼성의 부진이 단순히 선수단에게만 있지는 않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삼성이 스포츠에서 제일주의를 포기한 순간부터 삼성 라이온즈의 미래도 결코 밝지 않다는 것이다. 모 그룹에서 관심을 갖지 않고 꾸준한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삼성은 이 범주에서 벗어나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 심지어 삼성이 프로야구단에서 손을 떼기 위한 수순밟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흘러 나온다.

이래저래 삼성이 완전히 탈바꿈을 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기자/cth0826@naver.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